"고름 터졌다"…SM 인수전 속 드러난 K팝 '1인 체제' 문제점은 [연계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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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의 어머니'·'BTS의 아버지'
K팝 1인 체제는 문제인가?
[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SM 인수전' 속 드러난 K팝 '1인 체제' 문제점
SM·하이브, 일제히 '멀티 레이블' 강조
일찌감치 제작 본부 나눈 JYP도 재조명
"1인 체제 장점도 확실, 성장 단계 맞춘 변화 필요"
K팝 1인 체제는 문제인가?
[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SM 인수전' 속 드러난 K팝 '1인 체제' 문제점
SM·하이브, 일제히 '멀티 레이블' 강조
일찌감치 제작 본부 나눈 JYP도 재조명
"1인 체제 장점도 확실, 성장 단계 맞춘 변화 필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 경쟁에서 K팝 시장의 '수장(창립자) 중심 1인 체제'가 문제점 중 하나로 드러났다. 이수만은 1995년 본인의 영문 이름 앞 글자를 따 'SM'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설립한 후 28년 동안 일인자의 자리를 누려왔다. 총괄 프로듀서 자리에서 내려온 뒤로도 그는 사내에서 "선생님"이라 불리며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SM은 H.O.T., S.E.S., 보아, 플라이투더스카이,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 등을 배출해내며 수년간 굴지의 K팝 대표 가요기획사로 명성을 날렸다. 창립자 이수만은 소속 가수들의 콘서트에 자주 모습을 내비쳤고, 아티스트들은 컴백 때마다 그가 음악·퍼포먼스 등 다양한 부분에서 세세하게 디렉션을 줬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가요 기획사 수장은 가수로든, 작곡가로든, 매니지먼트 분야로든 업계에서 오랜 시간 굵직한 경력을 쌓아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내수 시장을 공략하던 K팝 초창기 시절, 이들이 해외 진출을 위해 가수들을 데리고 일본에 건너가 맨땅에 헤딩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는 K팝의 전성기와 맞물리며 빛을 발했다. 그만큼 창립자의 영향력은 절대적이기 때문에 '4세대 아이돌'이 활동하는 지금도 여전히 그들로부터 어떤 조언을 들었냐는 물음은 컴백 행사시 단골 질문이 되곤 한다.
하지만 고름이 터졌다. SM 인수 경쟁 과정에서 이수만의 높은 음악적 관여도가 아티스트 성장을 저해했다는 폭로가 나오는 등 부작용이 모습을 드러났다. 의견 충돌이 컴백 연기로 이어지기까지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장 중심의 K팝 시스템이 한계에 달한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 배경에는 급속도로 성장한 K팝의 영향력이 있다. 지난 2년간 K팝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변수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성장을 이뤄냈다. 대면 활동이 끊긴 상황에서도 IT 플랫폼 기업들과 결합하며 몸집 부풀리기에 나섰고, 아티스트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한 2차 사업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코 묻은 돈으로 장사한다는 오명에서 벗어나 핵심 수출 사업군으로 부상했다.
IP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아티스트 라인업도 이전과 달리 더욱 다채로워질 필요가 있었다. 이에 신인 개발에 속도가 붙었고, '아이돌 4세대' 시장은 빠르게 활성화됐다. 사업 영역 확장 속도에 발맞춰 아티스트 생애주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크리에이티브 시스템의 필요성도 자연스레 뒤따랐다. 문제 제기가 되기도 전에 일찌감치 획기적 시도를 한 건 JYP엔터테인먼트였다. JYP는 2018년 조직 개편을 통해 아티스트별로 제작 본부를 따로 두어 담당별로 집중 기획·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커지는 회사 규모에 맞게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는 "회사의 성장 속도에 견줘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가 신속하지 못했다"면서 "회사가 저 없이도 운영되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JYP퍼블리싱을 설립해 박진영에 대한 음악적 의존도도 크게 낮췄다. 각 본부가 아티스트에게 어울리는 곡에 집중했다. 일례로 지난해 히트에 성공한 그룹 트와이스 나연의 '팝(POP!)!'은 SM 대표 작곡가 켄지가 참여한 노래다.
SM은 인수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회사의 청사진으로 'SM 3.0'을 발표했는데, 멀티 제작센터 및 멀티 레이블 체제로의 전환, SM 산하 100% 음악 퍼블리싱 전문 자회사 홀딩스 설립 등 많은 부분이 JYP와 닮아 있어 눈길을 끈다.
하이브 역시 멀티 레이블 체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여기엔 '한 지붕 여러 가족'이라는 차이점이자 모순이 존재한다. 단기간에 여러 타 기획사들을 인수한 바, 기존 레이블들이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일 뿐이지 이를 멀티 레이블화에 따른 성과로 연결 짓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물론 '방시혁 1인 체제'를 구축하지 않았다는 점에는 분명 의미가 있다. 하이브는 방 의장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르세라핌 등을 제외하고 세븐틴이 속한 플레디스, 뉴진스가 소속된 어도어 등에는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K팝 1인 체제'의 장단점이 극명하다며 적절한 활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BTS의 아버지'라 불리는 방 의장 또한 작곡가 피독(Pdogg)과 함께 'DNA', '고민보다 Go', '봄날', '불타오르네', '페이크 러브(FAKE LOVE)', '아이돌(IDOL)',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등을 작업하며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 '다이너마이트(Dynamite)', '버터(Butter)',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등을 내놓을 때는 외국 작곡가의 곡을 수집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요계 특성상 데뷔하거나 성장 단계에 있는 그룹에게는 대표 프로듀서, 기획자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뉴진스를 만든 민희진 어도어 대표만 봐도 긍정적 사례"라면서 "다만 아티스트의 활동이 길어지면서 1인 체제는 콘셉트나 음악 등 여러 방면에서 한계에 부딪힌다. 성장 단계에 맞게 전략에 변화를 주는 건 필요하다고 본다"고 생각을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YG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일 신인 베이비몬스터를 언급하며 "데뷔하는 이들에게는 실력이 보장된 프로듀서의 영향력이 필요하다"이라면서 "빅뱅·블랙핑크 등을 성공시킨 양현석이 전면에 나서면서 이미 신인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SM은 H.O.T., S.E.S., 보아, 플라이투더스카이,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 등을 배출해내며 수년간 굴지의 K팝 대표 가요기획사로 명성을 날렸다. 창립자 이수만은 소속 가수들의 콘서트에 자주 모습을 내비쳤고, 아티스트들은 컴백 때마다 그가 음악·퍼포먼스 등 다양한 부분에서 세세하게 디렉션을 줬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가요 기획사 수장은 가수로든, 작곡가로든, 매니지먼트 분야로든 업계에서 오랜 시간 굵직한 경력을 쌓아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내수 시장을 공략하던 K팝 초창기 시절, 이들이 해외 진출을 위해 가수들을 데리고 일본에 건너가 맨땅에 헤딩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는 K팝의 전성기와 맞물리며 빛을 발했다. 그만큼 창립자의 영향력은 절대적이기 때문에 '4세대 아이돌'이 활동하는 지금도 여전히 그들로부터 어떤 조언을 들었냐는 물음은 컴백 행사시 단골 질문이 되곤 한다.
하지만 고름이 터졌다. SM 인수 경쟁 과정에서 이수만의 높은 음악적 관여도가 아티스트 성장을 저해했다는 폭로가 나오는 등 부작용이 모습을 드러났다. 의견 충돌이 컴백 연기로 이어지기까지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장 중심의 K팝 시스템이 한계에 달한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 배경에는 급속도로 성장한 K팝의 영향력이 있다. 지난 2년간 K팝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변수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성장을 이뤄냈다. 대면 활동이 끊긴 상황에서도 IT 플랫폼 기업들과 결합하며 몸집 부풀리기에 나섰고, 아티스트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한 2차 사업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코 묻은 돈으로 장사한다는 오명에서 벗어나 핵심 수출 사업군으로 부상했다.
IP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아티스트 라인업도 이전과 달리 더욱 다채로워질 필요가 있었다. 이에 신인 개발에 속도가 붙었고, '아이돌 4세대' 시장은 빠르게 활성화됐다. 사업 영역 확장 속도에 발맞춰 아티스트 생애주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크리에이티브 시스템의 필요성도 자연스레 뒤따랐다. 문제 제기가 되기도 전에 일찌감치 획기적 시도를 한 건 JYP엔터테인먼트였다. JYP는 2018년 조직 개편을 통해 아티스트별로 제작 본부를 따로 두어 담당별로 집중 기획·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커지는 회사 규모에 맞게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는 "회사의 성장 속도에 견줘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가 신속하지 못했다"면서 "회사가 저 없이도 운영되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JYP퍼블리싱을 설립해 박진영에 대한 음악적 의존도도 크게 낮췄다. 각 본부가 아티스트에게 어울리는 곡에 집중했다. 일례로 지난해 히트에 성공한 그룹 트와이스 나연의 '팝(POP!)!'은 SM 대표 작곡가 켄지가 참여한 노래다.
SM은 인수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회사의 청사진으로 'SM 3.0'을 발표했는데, 멀티 제작센터 및 멀티 레이블 체제로의 전환, SM 산하 100% 음악 퍼블리싱 전문 자회사 홀딩스 설립 등 많은 부분이 JYP와 닮아 있어 눈길을 끈다.
하이브 역시 멀티 레이블 체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여기엔 '한 지붕 여러 가족'이라는 차이점이자 모순이 존재한다. 단기간에 여러 타 기획사들을 인수한 바, 기존 레이블들이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일 뿐이지 이를 멀티 레이블화에 따른 성과로 연결 짓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물론 '방시혁 1인 체제'를 구축하지 않았다는 점에는 분명 의미가 있다. 하이브는 방 의장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르세라핌 등을 제외하고 세븐틴이 속한 플레디스, 뉴진스가 소속된 어도어 등에는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K팝 1인 체제'의 장단점이 극명하다며 적절한 활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BTS의 아버지'라 불리는 방 의장 또한 작곡가 피독(Pdogg)과 함께 'DNA', '고민보다 Go', '봄날', '불타오르네', '페이크 러브(FAKE LOVE)', '아이돌(IDOL)',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등을 작업하며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 '다이너마이트(Dynamite)', '버터(Butter)',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등을 내놓을 때는 외국 작곡가의 곡을 수집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요계 특성상 데뷔하거나 성장 단계에 있는 그룹에게는 대표 프로듀서, 기획자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뉴진스를 만든 민희진 어도어 대표만 봐도 긍정적 사례"라면서 "다만 아티스트의 활동이 길어지면서 1인 체제는 콘셉트나 음악 등 여러 방면에서 한계에 부딪힌다. 성장 단계에 맞게 전략에 변화를 주는 건 필요하다고 본다"고 생각을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YG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일 신인 베이비몬스터를 언급하며 "데뷔하는 이들에게는 실력이 보장된 프로듀서의 영향력이 필요하다"이라면서 "빅뱅·블랙핑크 등을 성공시킨 양현석이 전면에 나서면서 이미 신인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