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은 깨져도, '부서진 사다리'는 여전해 [글로벌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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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린인 '직장 내 여성' 조사 결과
남성 신입 100명 승진할 때 여성은 87명만 승진
유색인종 여성은 82명 기록
캐나다에선 여성 CEO 수보다 마이클이란 CEO가 더 많아
남성 신입 100명 승진할 때 여성은 87명만 승진
유색인종 여성은 82명 기록
캐나다에선 여성 CEO 수보다 마이클이란 CEO가 더 많아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온갖 성차별 관련 자료가 쏟아졌습니다. 최근 들어 보고서마다 사용하는 단어가 달라졌습니다. 바로 '부서진 가로대(Broken rung)'란 개념입니다. 가로대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때 디디는 지지대를 뜻합니다.
보이지 않는 성차별을 뜻하는 유리천장(Glass Wall)과 비슷한 의미입니다. 하지만 왜 여성 임원이 없는지를 더 잘 설명하는 단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여성 신입직원들이 관리직에 오르는 비율이 남성에 비해 적다는 점을 은유했습니다. 최고위직으로 오르는 모든 승진 단계에서 여성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컨설팅업체 매켄지가 여성단체 린인(Lean In)과 함께 2021년 성차별 조사를 하며 발견한 현상입니다. 미국 내 400여개의 여성 직장인 1200만명을 조사한 '직장 내 여성'이란 보고서를 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남성 신입직원 100명이 매니저(관리직급)로 승진하는 동안 여성 신입직원은 87명만이 매니저급으로 승진했습니다. 물론 백인 여성 이야기입니다. 유색인종 여성은 82명으로 더 적었습니다. 라틴계 여성은 75명에 불과했습니다. 성차별에 인종차별도 엮여 있다는 분석입니다. 암암리에 승진 과정에서 차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현상 때문에 암울한 전망이 잇따릅니다. 여성단체 이퀼립에 따르면 현재 세계 3787개 기업 중 여성 최고경영자(CEO) 비중은 6%에 불과합니다. CFO는 15%에 달했습니다. 기업 중 8%만이 여성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겼습니다.
웃픈(?) 조사 결과도 나옵니다. 내각의 절반이 여성 장관으로 이뤄진 캐나다에서도 성차별은 흔한 일입니다. 오죽하면 '마이클(Micheal)'이란 남성적인 이름을 가진 CEO(7명)가 캐나다의 여성 CEO(6명)보다 많은 지경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금 같은 속도가 이어진다면 직장 내 여성 직원이 남성 직원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시점이 2060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도 전 세계 성별 격차를 모두 해소하는 데 132년이 걸린다고 전망했습니다.
올해 태어난 여성 아동이 인류 최장수 기록(122세)을 깨트리고 10년을 더 장수해야 성차별이 해소된 세상을 1초라도 보고 떠날 수 있는 셈입니다.
투자 업계에선 성차별을 해소할 움직임 자체가 없습니다. 모닝스타가 5만여명의 펀드 매니저와 1만여개의 펀드를 분석한 결과 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여성 매니저는 2% 미만을 기록했습니다. 전체 펀드 운용 팀 중 26%만이 여성 펀드매니저를 뽑았습니다. 나머지 74%는 남성 매니저로만 굴러가는 것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자산운용업에서 여성 펀드 매니저 비율은 12%를 맴돌았습니다. 줄지도 늘지도 않는 수치입니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를 운용하는 여성의 비율은 전체에서 15%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특정 전략, 산업군에 초점을 맞춘 '액티브 펀드'의 경우 여성 매니저 비율은 11~12%에 불과했습니다. 리더십 측면에서 여성이 뒤처지기 때문일까요? 조사 결과는 선입견을 뒤집습니다. 매켄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 리더의 기획안이 동료들에게 채택된 비율은 37%로 남성(27%)보다 높았습니다.
매켄지와 린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리더가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데 더 긴 시간을 할애합니다. 조직 내 '다양성, 평등, 포용(DEI)' 정책을 유지하는 데 여성 리더가 남성 리더보다 2배 이상 긴 시간을 소진합니다. 그 때문일까요. 여성 리더 중 43%를 번아웃을 겪었다고 답했습니다. 남성(31%)보다 많습니다.
여성 리더가 낸 성과도 나쁘지 않습니다. S&P500에 편입된 기업 중 여성 CEO가 통상 남성 CEO보다 더 많은 수익을 창출했습니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포함한 임원 보상금을 비교한 결과입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 임명직 임원(NEO)의 보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스톡옵션입니다. 주가와 기업 실적의 상관관계를 고려하면 여성 CEO가 경영 능력이 뒤처지지 않는 셈입니다.
모닝스타의 재키 쿡 디렉터는 "CEO와 달리 다른 임원급을 비교하면 여전히 임금 차별이 나타났다"며 "남성 임원이 1달러를 받는 동안 여성 임원은 82센트를 받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보이지 않는 성차별을 뜻하는 유리천장(Glass Wall)과 비슷한 의미입니다. 하지만 왜 여성 임원이 없는지를 더 잘 설명하는 단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여성 신입직원들이 관리직에 오르는 비율이 남성에 비해 적다는 점을 은유했습니다. 최고위직으로 오르는 모든 승진 단계에서 여성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컨설팅업체 매켄지가 여성단체 린인(Lean In)과 함께 2021년 성차별 조사를 하며 발견한 현상입니다. 미국 내 400여개의 여성 직장인 1200만명을 조사한 '직장 내 여성'이란 보고서를 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남성 신입직원 100명이 매니저(관리직급)로 승진하는 동안 여성 신입직원은 87명만이 매니저급으로 승진했습니다. 물론 백인 여성 이야기입니다. 유색인종 여성은 82명으로 더 적었습니다. 라틴계 여성은 75명에 불과했습니다. 성차별에 인종차별도 엮여 있다는 분석입니다. 암암리에 승진 과정에서 차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현상 때문에 암울한 전망이 잇따릅니다. 여성단체 이퀼립에 따르면 현재 세계 3787개 기업 중 여성 최고경영자(CEO) 비중은 6%에 불과합니다. CFO는 15%에 달했습니다. 기업 중 8%만이 여성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겼습니다.
웃픈(?) 조사 결과도 나옵니다. 내각의 절반이 여성 장관으로 이뤄진 캐나다에서도 성차별은 흔한 일입니다. 오죽하면 '마이클(Micheal)'이란 남성적인 이름을 가진 CEO(7명)가 캐나다의 여성 CEO(6명)보다 많은 지경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금 같은 속도가 이어진다면 직장 내 여성 직원이 남성 직원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시점이 2060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도 전 세계 성별 격차를 모두 해소하는 데 132년이 걸린다고 전망했습니다.
올해 태어난 여성 아동이 인류 최장수 기록(122세)을 깨트리고 10년을 더 장수해야 성차별이 해소된 세상을 1초라도 보고 떠날 수 있는 셈입니다.
투자 업계에선 성차별을 해소할 움직임 자체가 없습니다. 모닝스타가 5만여명의 펀드 매니저와 1만여개의 펀드를 분석한 결과 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여성 매니저는 2% 미만을 기록했습니다. 전체 펀드 운용 팀 중 26%만이 여성 펀드매니저를 뽑았습니다. 나머지 74%는 남성 매니저로만 굴러가는 것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자산운용업에서 여성 펀드 매니저 비율은 12%를 맴돌았습니다. 줄지도 늘지도 않는 수치입니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를 운용하는 여성의 비율은 전체에서 15%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특정 전략, 산업군에 초점을 맞춘 '액티브 펀드'의 경우 여성 매니저 비율은 11~12%에 불과했습니다. 리더십 측면에서 여성이 뒤처지기 때문일까요? 조사 결과는 선입견을 뒤집습니다. 매켄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 리더의 기획안이 동료들에게 채택된 비율은 37%로 남성(27%)보다 높았습니다.
매켄지와 린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리더가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데 더 긴 시간을 할애합니다. 조직 내 '다양성, 평등, 포용(DEI)' 정책을 유지하는 데 여성 리더가 남성 리더보다 2배 이상 긴 시간을 소진합니다. 그 때문일까요. 여성 리더 중 43%를 번아웃을 겪었다고 답했습니다. 남성(31%)보다 많습니다.
여성 리더가 낸 성과도 나쁘지 않습니다. S&P500에 편입된 기업 중 여성 CEO가 통상 남성 CEO보다 더 많은 수익을 창출했습니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포함한 임원 보상금을 비교한 결과입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 임명직 임원(NEO)의 보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스톡옵션입니다. 주가와 기업 실적의 상관관계를 고려하면 여성 CEO가 경영 능력이 뒤처지지 않는 셈입니다.
모닝스타의 재키 쿡 디렉터는 "CEO와 달리 다른 임원급을 비교하면 여전히 임금 차별이 나타났다"며 "남성 임원이 1달러를 받는 동안 여성 임원은 82센트를 받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