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 이사장 "이젠 세계 어디서나 아바타로 한국어 배울 수 있죠"
한옥으로 꾸민 도서관 앞에서 파란 양갈래 머리를 한 아바타가 “안녕” 하고 말을 걸어왔다. 마을로 나가 광장시장으로 갔더니 이번에는 토끼 모자를 쓴 아바타가 “어느 나라 사람이니” “뭐가 맛있어”라고 물었다.

지난달 7일 문을 연 ‘메타버스 세종학당’ 모습이다. 메타버스 세종학당은 세종학당재단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구축한 온라인 2차원(2D) 한국어 교육 플랫폼이다. 학습자들이 가상공간에서 만나 실시간으로 한국어로 소통하고,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서비스 개시 한 달을 맞아 최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해영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사진)은 “시범 서비스 첫날 123개국에서 4643명이 방문했으며 정식 개통한 뒤 한 학기 동안 듣는 강의에 560명 정도가 등록했다”며 “메타버스 공간에서 한국어 교육이 이뤄진 건 국내 최초”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찜질방, 분식집 등을 한국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경험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덧붙였다.

세종학당재단은 세계 84개국에서 세종학당 244개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콘텐츠를 통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보급한다. 2021년 한 해에만 온·오프라인에서 강의를 들은 학생이 16만7000명에 달했다. 이 이사장은 “K팝, K드라마 등 한류를 통해 한국을 접한 외국인들이 이제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며 “‘한국어로 가문을 일으키겠다’고도 한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세계에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전파할 때 가장 중요한 점으로 ‘상호문화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알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고 서로 나눌 수 있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각국 세종학당에서 공부한 뒤 국내에서 활동하는 ‘대한외국인’도 많다.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미국 워싱턴 문화원 세종학당에서 공부했다. 한국의 매력에 빠져 경기민요 이수자가 된 난시 카스트로는 멕시코 문화원 세종학당 출신이다. 이 이사장은 “조사 결과 30% 이상이 한국에 유학 오고 싶다고 답했다”며 “한국어는 이제 ‘꿈의 언어’”라고 했다.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한국학과 교수이기도 한 이 이사장은 국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나 지도교수의 조언에 따라 한국어교육학이라는 국어학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그는 국내 최초의 한국어교육학 교수다.

이 이사장은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지난해 재단 설립 10주년을 기념해 연 ‘10명 명사 특강’을 꼽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는 마지막 특강의 명사였다. 프랑스 거점 세종학당 개원을 기념해 열린 이 특강을 듣기 위해 13개국에서 100여 명이 참석했다. “섭외가 너무 어려워 애를 먹었는데 클레지오가 세종 리더십과 한글의 과학성을 설파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재단은 올해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 세종학당을 늘리는 데 힘쓸 계획이다. 아랍에미리트(UAE)와 협업형 세종학당 개설을 논의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세종학당 수강생들이 문화 소비자에서 생산자, 더 나아가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대학 기업 등 각 기관과 협력해 인턴십, 장학 후원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금아 기자 shinebij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