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챗GPT, 인류의 새로운 봄날 부를까
봄이다. 메마른 나뭇가지에 연두색 꽃망울이 살그머니 고개를 내밀며 생명의 경이로움을 알려준다. 언제부터인가 ‘새봄’이란 단어에 가슴이 뛴다. 새순뿐 아니라 두 살배기 손자가 하루가 다르게 피어나는 모습에도 기쁨을 넘어서 가슴 찌릿한 감동을 느끼는 건 아마도 갈수록 주름살이 늘어나는 내 모습에 대한 극명한 대비 효과가 아닌가 싶다. 봄이 선사하는 행복감에 젖어 있다가 요즘 연일 화제인 챗GPT는 이런 인간의 감성을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해졌다.

봄날에 대한 감성을 술술 풀어내는 데 꽤 그럴듯하다. 데이터에 기반한 지식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성까지 갖춘 기계라니…. 몇 가지 낚시성 질문을 더 해봤다. ‘여성이 수학에 재능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 “근거 없는 편견이며, 여성들이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불균형한 비율을 보이는 것은 사회적으로 형성된 성적 역할과 성차별, 고정 관념 때문”이라고 준수한 답변을 내놨다. 일단 안심이 됐다. 실제로 개발사 오픈AI는 편향적이고 비윤리적인 텍스트 수만 조각을 배제하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챗GPT는 거대 언어 모델을 활용한 인공지능 채팅 서비스다. 데이터를 사전 학습해 답을 내놓는 특성상, 데이터의 편향성에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인종차별 발언 등을 서슴지 않고 내뱉어 결국 서비스를 중단했던 ‘테이’와 ‘이루다’ 사건에서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의 폐해를 목도한 바 있다. 문제는 사용자의 역할이다. 사용자가 이 똑똑한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삶을 이롭게 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는 것이다.

3월 12일은 월드와이드웹(www)이 탄생한 지 34주년이 되는 날이다. www의 발명으로 우리는 인터넷에 연결된 전 세계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인터넷처럼 챗GPT도 머지않아 우리 일상에 꼭 필요한 공기 같은 존재가 될지도 모르겠다. 혹은 그런 서비스가 있었나 싶게 사라질 수도 있다.

챗GPT가 인류의 역사를 바꾼 기술로 기록되려면 편향성 배제 및 성별, 인종, 연령 등 다양한 특성을 고려한 학습 데이터를 구성하고, 신중하게 선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쩌면 단순히 인공지능 기술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의 다양성과 형평에 관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인공지능 모델이 사회적, 도덕적 가치를 반영하고, 다양한 인류의 가치를 존중할 수 있도록 학습시키는 것이 우리의 책무인 것이다. 새순같이 돋아나는 내 손자의 희망찬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봄날의 햇살처럼 밝고, 따뜻하고, 현명한 지혜를 제시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