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50일 만에 24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코스닥지수 800선도 붕괴됐다. 미국의 긴축 기조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은행주 폭락 쇼크’까지 겹치면서다. 이달 21일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美 충격에 코스피·코스닥 ‘휘청’

'美 은행주 쇼크'에…코스피 2400 붕괴
10일 코스피지수는 1.01% 내린 2394.59에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24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1월 20일 이후 50일 만이다. 최근 상승세를 이어오던 코스닥지수도 이날 2.55% 급락한 786.60에 마감했다. 5거래일 만에 다시 800선을 밑돌았다.

미국 금리 인상 장기화에 따른 유동성 위기가 미 금융권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날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의 모기업인 SVB파이낸셜은 채권금리 급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해 22억5000만달러의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자산 상당 부분을 미국 국채로 보유 중이었는데 지난해 국채 금리 상승으로 대규모 채권 평가 손실을 봤다. 주요 고객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서 예금이 줄어든 것도 유동성 위기를 불러온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국내 증시를 옥죄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증시를 둘러싼 여건이 악화하면서 외국인 수급도 말라가고 있다. 외국인은 올 1월과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3704억원, 4252억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선 이날까지 131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지난달 6349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이달에는 약 4663억원어치를 팔면서 매도 우위로 전환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융권 전반에 위기가 퍼질 우려는 크지 않지만 경기 침체가 이미 현실화됐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당분간 현금 늘려야”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현금 확보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발표한 글로벌 자산전략 보고서에서 주식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조정했다. 채권 투자의견은 ‘중립’에서 ‘축소’로 하향했다.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현금을 손에 쥐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도 “코스피지수는 현재 상방보다 하방 압력이 더 높다”고 강조했다.

이달 FOMC에서 미 기준금리 인상 폭이 확정되면 불확실성이 걷혀 증시가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장기적으로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으로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 증시는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