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LP를 타고…복고에 푹 빠진 美
미국에서 지난해 LP 판매량이 35년 만에 콤팩트디스크(CD)를 넘어섰다. 음악을 감상하는 방식에도 뉴트로(New+Retro) 열풍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음반산업협회(RIAA)는 지난해 미국에서 LP 판매량이 4100만 장으로 CD(3300만 장)를 앞질렀다고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1987년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다. 아날로그 저장매체인 LP는 1982년 출시된 CD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지다가, 뜻밖의 반전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작년 LP 판매액은 12억달러(약 1조5840억원)였다. 전년보다 17%, 2년 전보다는 2배 이상 늘었다. 스트리밍을 제외한 실물 음반 시장에서 LP의 지난해 매출 비중은 71%로 CD, DVD, 카세트테이프 등을 모두 제쳤다. 반면 지난해 CD 판매액은 4억8000만달러(약 6336억원)로 전년보다 18%가량 줄었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활성화가 LP의 부활에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복제가 쉬운 CD와 달리 LP는 다품종 소량생산이다. 그 때문에 소비자들이 LP를 장인정신이 깃든 제품으로 여기게 됐다는 뜻이다. 염화비닐을 깎아내고 홈을 파 압축하는 LP 제작 과정이 조형 예술과 비슷하다고 보는 소비자도 상당하다. 다양한 형태를 갖춘 LP가 출시된 것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빌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LP 판매량 상위 10개 중 8개가 색을 첨가하는 등 원본에 변형을 준 LP였다. 이런 LP가 소비자들에게 음악을 ‘소유’하는 듯한 경험을 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스포티파이, 유튜브 등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의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8% 증가한 102억달러였다. 사상 최초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