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경상수지 적자가 45억2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토막 난 반도체 수출에 여행수지 적자가 3배나 늘어난 탓이다. 충격적이지만, 그렇다고 새삼 놀랄 일도 아니다. 자고 나면 마이너스 수출에 사상 최대 무역적자 뉴스가 이어진 지 오래다. 정부는 하반기가 되면 리오프닝(중국의 경제활동 재개) 등으로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외부 환경 변화만 기대한다는 건지 답답할 따름이다.

현재 우리 경제 주변은 말 그대로 곳곳이 암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악재가 그대로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병목도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환율이다. 지난달 초 달러당 1220원대 초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다시 1300원 선을 넘어섰다. 변동폭이 한 달 새 6.8%에 달한다. 이 같은 환율 상승(통화가치 하락)폭은 러시아(7.7%)에 이어 두 번째다.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가 글로벌 주요 통화 중 가장 맷집이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왜 그런지는 다 아는 그대로다. 한국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의존도가 75%로 세계 2위다. 만성적 무역적자가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계적인 강달러 기조 속에 원화 가치 하락폭이 유난히 크고, 국제통화기금(IMF)이 다른 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다 올리면서 한국만 떨어뜨린 이유다. 무역적자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도 큰 요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지난 정부의 친(親)노조·반(反)기업 정책이 부른 ‘투자 절벽’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기업 설비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1.1%로 역대 정권 최악이었다. 이런 투자 부진이 산업 고도화를 늦추고, 기술 경쟁력을 떨어뜨려 무역구조를 악화시킨 것이다.

따라서 작금의 무역구조를 추세적으로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 활성화를 통해 수출과 환율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는 규제 혁파와 노동·연금·교육 등 구조 개혁에, 기업은 과감한 첨단기술 투자와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 말로만 민생 정치를 외치는 국회도 수출기업과 핵심 기술 지원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