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나 해외에 전기차 신규 공장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데 현재 인센티브 구조로는 솔직히 국내 투자가 쉽지 않다.” “해외에선 신규 투자 때 대규모 혜택을 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거꾸로 차별을 받고 있다.”
美, 전기차 공장에 수조원 지원하는데…韓, 수도권에선 한푼도 안줘
전기차 시대를 맞은 자동차업계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우려다. 지난해 글로벌 신차 판매의 9.4%를 전기차(BEV)가 차지할 정도로 시장이 급변해 전용 공장 투자가 필요하지만 국내에서는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다.

과거 전기차 시대에 대한 우려는 인력과 부품이 줄어든다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주요국의 보호주의 정책과 천문학적인 인센티브, 국내의 높은 투자비용이 맞물려 국내 생산기반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래차, 국가전략기술서도 제외

현재 국내 대표 완성차 기업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신설 투자를 발표한 전기차 공장은 미국 조지아(연 30만 대)와 국내 울산(20만 대), 화성(10만 대), 광명(15만 대·기존 공장 전환) 등 네 곳이다. 조지아에는 6조3000억원, 울산·화성·광명에는 각각 2조원·1조원·4000억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생산 규모는 미국과 국내 간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투자에 대한 정부 지원은 비교가 안 되는 실정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투자액의 6~30%를 세액공제해주는 데 비해 국내는 이 비율이 1%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2조원을 투자하면 최소 1200억원, 고용과 임금 수준 등에 따라 최대 6000억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 혜택이 200억원에 그친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은 조지아 주정부로부터 무려 17억달러(약 2조2000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예정이다. 국내엔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이 있지만 화성과 광명 등 수도권에 투자할 때는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재기를 위해 전기차 생산을 준비하고 있는 쌍용자동차가 평택에 전기차 공장을 신설한다 해도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전기차·자율주행차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데도 자동차산업이 ‘국가첨단전략기술’에서 제외되면서 연구개발(R&D)마저 홀대받고 있다.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되면 R&D 투자의 30~40%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일반 기술’은 공제율이 2%(대기업 기준)에 불과하다.

○“국내 생산 절대적으로 불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전용공장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전기차 판매는 2019년 166만 대에서 지난해 777만 대로 3년 만에 5배 가까이로 늘었다.

현대차그룹도 미국에 이어 일부 전기차 생산시설을 국내에 신설하고 있다. 그러나 비용 면에서 국내 투자가 대규모로 진행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시장에 생산 공장을 두는 자동차산업 추세 △각국 정부의 보호주의와 인센티브 △내연차보다 무거운 중량으로 인한 운송비 증가 등을 고려하면 전기차의 국내 생산은 더욱 쉽지 않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높은 유·무형 비용과 운송비 등으로 인해 국내 생산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며 “이런 비용을 누군가 메워주지 않으면 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장 증설을 제외하고 신설에만 인센티브를 주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규정 완화는 한국GM 등 외국계 기업들이 요구하고 있는 방안이다. 한국GM은 창원공장에 1조원을 투자했지만 기존 공장을 전환했다는 이유로 인센티브를 받지 못했다. 국회에는 조세·부담금 감면 등을 골자로 한 ‘미래차특별법안’이 계류 중이지만 통과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한신/김일규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