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은행주 7%↓ 최악의 날…'위기' 전조? 금리도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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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고용보고서 발표를 하루 앞둔 9일(미 동부시간) 아침 뉴욕 금융시장은 관망세가 지배했습니다. Fed가 오는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얼마나 올릴지 짐작할 수 있는 핵심 데이터이기 때문입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전략가는 "제롬 파월 의장은 뜨거운 고용과 2월 소비지물가(CPI) 보고서를 받게 된다면 긴축 속도를 50bp로 높이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내일 그리 좋지 않은 고용보고서가 나오면 22일 인상 폭이 25bp로 기울어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침부터 고용 관련 데이터들이 발표됐습니다. 투자자들은 2월 고용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① 20만 건 넘은 실업급여 청구
매주 목요일 발표되는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3월 4일)는 전주보다 2만1000건 증가한 21만1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치(19만5000개)를 웃돈 것으로 8주 만에 처음 20만 개를 넘었습니다. 작년 12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평균 21만8000건을 밑도는 수치이긴 하지만, 어쨌든 노동시장 냉각이 시작되는 징후로 풀이됐습니다. 계속 청구 건수도 171만8000건으로 전주보다 6만9000건 늘었습니다. 예상(166만 건)을 상회했고,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골드만삭스는 "계절 조정 문제가 지난 몇 달 동안 실업급여 청구 건수에 점점 더 많은 하향 압력을 가했다. 앞으로 몇 주안에 이게 역전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계절 조정이 그동안 수치를 낮춰왔지만, 이제부터는 수치를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다만 일부에선 뉴욕주의 봄방학 탓에 일시적으로 수치가 높아진 것이란 지적이 나왔습니다. 사실 뉴욕과 캘리포니아주가 증가분의 4분의 3을 차지했습니다. 산탄데르의 스티븐 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뉴욕시 학교에서 근무하는 버스 운전사와 청소 직원 등 근로자들이 방학 때는 실업 수당을 신청할 수 있도록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수치가 높아졌을 수 있다. 이번 주 집계는 뉴욕시 방학으로 인해 부풀려졌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이 수치는 3월 초 수치입니다. 금요일 나올 2월 고용과는 거의 관계가 없습니다.
② 확대되는 기업 감원
실업급여에 앞서 발표된 고용정보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의 2월 기업 감원 계획은 7만7770명으로 전달(10만2943명)보다 24%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2월 감원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최대이며, 전년 동월(1만5245건)에 비해선 410% 증가한 것입니다. 게다가 그동안 해고는 주로 기술기업에 국한됐지만, 2월엔 제조업과 의료, 금융, 음식료 및 숙박 등 다른 산업으로 확대됐습니다. 앤드루 챌린저 CG&C 부사장은 "고용주들은 확실히 Fed의 금리 인상을 주목하고 있다. 많은 이가 비용을 감축하며 몇 개월째 경기 침체에 대비하고 있다. 경제가 계속 냉각되면 정리해고는 통상 비용 절감 전략의 마지막 부분이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대규모 감원이 기술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고 소매, 금융에서도 해고하고 있다. 2월엔 우리가 추적하는 30개 산업 모두에서 감원이 일어났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수치 자체는 그리 나쁘진 않았지만, 두 개의 데이터 모두에서 노동시장 둔화의 징후가 나타난 것이죠.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챌린저 해고 발표, 실업급여 청구 증가는 노동시장이 몇 달 전보다 덜 탄탄하다는 걸 보여준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씨티인덱스의 피오나 친코타 분석가는 "노동시장이 다른 데이터가 지적하는 것처럼 빡빡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의 빛"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이터가 발표되자 뉴욕 채권시장에서 금리는 소폭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또 뉴욕 증권시장의 주요 지수는 강보합세로 출발했습니다. 정오까지는 채권, 주식 모두 강보합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오후장 들어 증시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고용 데이터가 아니었습니다. 아침부터 하락하던 은행주, 특히 지방은행 주가가 시간이 지날수록 폭락세로 흘렀고 시장 전체적으로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전날 장 마감 뒤 실버게이트 캐피털(SI)은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를 제공해온 자회사 실버게이트 은행의 영업을 중단하고 청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FTX 파산 후폭풍으로 뱅크런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된 데 따른 것입니다. 오늘 주가는 20%가 넘게 급락하며 출발한 뒤 42.16%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역시 가상화폐 관련 영업을 해온 시그니처 뱅크(-12.18%), 뱅크콥(-5.29%)도 크게 내렸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버게이트 캐피털은 단순히 가상화폐 사업이 문제가 아니라 그에 따른 예금 유출로 인해 보유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가격이 급락한 상황에서 매각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아주 오래된 은행의 문제이고 다른 전통적 대출기관에 투자한 사람들도 동요시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은행 업계의 보유 증권에 대한 미실현 손실이 6000억 달러 이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금리가 낮을 때 채권에 투자했는데, 금리가 올라 채권 가격이 크게 떨어진 탓입니다. 실제 오늘 아침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SVB파이낸셜(SVB, 실리콘밸리 은행)이 주요 고객인 스타트업의 예금 감소에 대응해 보유 증권을 매각했다가 18억 달러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습니다. SVB는 신주를 발행해 22억 5000만 달러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함께 내놓았다가 주가가 60% 폭락했습니다. 여러 차례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같은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주가도 16% 급락했습니다. 여기에 JP모건의 경우 맨해튼 지방법원이 미성년자 성 착취로 악명높은 제프리 앱스타인 사건과 관련,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와 관련된 자료를 버진아일랜드 측에 추가로 제공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JP모건은 그동안 "다이먼은 앱스타인 계좌와 관련이 없다"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또 유동성 위기설이 지속하고 있는 크레디 스위스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지적을 받은 뒤 2022년 연말 결산보고서 제출을 연기했다고 발표해 4% 넘게 하락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주가 최근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꺼번에 악재가 겹쳐 터지면서 은행주, 특히 지방은행주 투매가 나타난 것입니다. JP모건이 5.41%, 뱅크오브아메리카가 6.2%, 웰스파고가 6.18% 폭락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1.66%, S&P500 지수는 1.85% 내렸고 나스닥은 2.05% 하락했습니다. 주가가 폭락세로 치닫자 '안전자산' 채권으로 수요가 몰렸습니다. 오후 4시 50분께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19.4bp 급락한 4.876%, 10년물은 8.3bp 떨어진 3.909%로 거래되었습니다. BTIG의 조너선 크린스키 기술적 분석가는 "은행과 반도체는 역사적으로 매우 좋은 선행 지표였던 두 그룹이다. 통상 둘 중 하나가 악화하여도 시장은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둘 중 하나라도 큰 움직임을 보인다면 일반적으로 주목하는 게 현명하다. 지금 큰 움직임은 은행이 폭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은행주 폭락 사태가 예상치 못한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JP모건의 드브라코 라코스-부하스 글로벌 전략가는 "자본비용이 급격히 증가할 때 미지의 위험이 있는데, 그 위험이 지금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이나 높다고 생각한다. 오늘 지역은행에서 보고 있는 게 그런 데 따른 잠재적 부작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디서 위기가 터질지 모른다. 결론적으로 오늘 생긴 일은 우리가 (긴축에 따른) 매우 제약적인 금융환경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위기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고 상업용 부동산 유동화 증권(CMBS), 레버리지 론도 후보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잘못된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보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지역은행 문제는 암호화폐 사업이나 과도한 스타트업 투자 등으로 예금이 부족한 일부 은행에 국한되기 때문에 전반적인 위기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합니다. 은행 분야의 베스트 애널리스트인 웰스파고의 마이크 마요 애널리스트는 "금리가 지난 40년간 어떤 때보다 빨리 올라가고 있어서 사상자가 발생하겠지만 그건 가장 큰 은행 외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되고 규제되고 또 규제되었다. 지난 세 번의 불황을 합친 것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 매년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왔다. 큰 은행은 문제가 없다. 오늘 실리콘밸리 은행은 최악의 경우다. 그런 작은 은행에 위기가 올 것이라는 경고 신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규모의 은행에 대해 얼마나 걱정하는가? 오늘 일은 큰 은행은 지금 금융시스템 내에서 더 탄력적이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내일 아침 8시 30분(미 동부시간)에 발표될 2월 고용보고서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2월 고용은 정말 중요합니다. JP모건에 따르면 고용이 얼마나 늘었는지 여부가 다음주 화요일 나오는 2월 CPI에도 영향을 줬을 것입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22만5000개 정도입니다. 도이치뱅크와 산탄데르가 가장 많은 30만 개를 부르고 있고 △제프리스 29만 개 △UBS 27만5000개 △웰스파고 27만 개 △씨티 25만5000개 △골드만 25만 개 △뱅크오브아메리카 23만 개 △JP모건 20만 개 △모건스탠리와 HSBC가 19만 개 △스탠다드차타드 15만 개 등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신규고용이 얼마 정도가 나오면 Fed가 25bp만 인상할까요? 언스트앤드영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25bp 인상만 하기 위해서는 15만 개 이하의 일자리 증가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고, ING도 "금요일에 신규고용이 15만 개 이하로 나오면 금리 인상 추를 다시 25bp 인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 특히 임금 상승률이 약간 진정될 때 그렇다"라고 밝혔습니다. 블룸버그의 애나 웡 이코노미스트는 “일자리가 20만 개 미만이고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4%보다 적게 오르면 25bp를 올리겠지만 만약 고용이 30만 개가 넘으면 그것만으로도 50bp를 인상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그러나 바이탈 날리지는 "30만 개 이하만 나온다면 1월을 뺀 둔화 추세와 일치하며 시장에는 안도감이 퍼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음주 화요일 나올 2월 CPI도 기다려 봐야 할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2월 근원 CPI가 1월보다 0.45% 올랐을 것(컨센서스 0.4%)으로 봅니다. 전년 대비로는 5.56%(컨센서스 5.4%)로 예상하고요. 골드만은 "우리는 더 높은 중고차 가격과 주거비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근원 CPI 수치가 향후 몇 달 동안 0.3~0.4%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우리는 하반기에 들어서야 0.2% 수준의 상승세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 연방은행은 오늘 자신들이 만든 다변수 근원 모델(multivariate core-일시적 물가 요인을 걸러내는)을 통해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을 분석한 결과, 기본 추세 인플레이션은 2022년 말 약 3.7%에서 올해 1월 4.9%까지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증가의 상당 부분은 노동부가 계절 조정 방식과 벤치마크를 바뀐 탓입니다. 이런 수정 사항을 집어넣으면 12월 수치는 3.7%가 아닌 4.3%로 높아집니다. 그리고 나머지 0.6%포인트는 1월의 가격 급등에서 기인합니다. 뉴욕 연은은 "요약하면 1월 PCE 물가는 인플레이션 지속에 대한 광범위한 탄력성을 보여줬다"라고 결론을 냈습니다. 1월 물가 급등이 일시적인 충격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요소에 따른 것이란 얘기입니다. 오늘 조 바이든 대통령은 향후 10년간 2조9000억 달러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줄이는 내용의 예산안 청사진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은 6조9000억 달러로 올해 예산안(추정치 6조4000억 달러)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사회 보장 및 메디케어 등에 더 많은 돈을 쓰겠다는 계획이지요. 대신 백악관은 부자와 대기업을 상대로 증세해서 적자를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개인 소득세 최고 세율을 37%에서 39.6%로 올리고, 기업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높이며, 상위 0.01% 억만장자에 대해 최소 25%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죠. 이는 부채한도 증액 지지의 대가로 예산 삭감을 요구하는 공화당에 대응하기 위한 것입니다. 민주당 측 협상안이라고 보면 되겠지요. 물론 공화당이 세금 인상을 골자로 한 이 방안을 지지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세금 인상이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일축했고, 미치 맥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바이든의 증세 계획은 빛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빅테크 등 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 제약주 관련 약값 통제 등 백악관의 계획엔 시장에 부정적인 헤드라인이 많다"라면서도 "투자자들이 그렇게 놀라고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화당과의 사이엔 큰 격차가 있다. 적어도 공화당이 하원을 지배하는 향후 2년 동안은 법이 될 가능성이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ING도 "이 예산은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빛을 볼 기회가 없다. 우리는 연방정부 예산이 소진되는 7~8월께 부채한도 위기가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부채한도 증액이 안 되면 채무불이행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시기(X-date)를 8월 초로 예상합니다. 그러면서 이때를 전후로 위험도가 증가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경제와 시장에 대한 가장 위험이 적은 시나리오는 X-date 이전에 양당이 합의에 도달해 부채한도를 증액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것은 X-date가 지나서야 합의가 이뤄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 경제 및 시장에 중장기적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실제 결과는 이 두 가지 사이에서 스펙트럼을 따라 어떻게든 나타날 수 있다. 커다란 위험에도 불구하고 공화당과 민주당 한쪽 또는 양쪽을 자극하는 일종의 촉매 없이는 초기 타협이 불가능해 보인다. 디폴트에 대한 두려움이 그러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지만, 의회는 여전히 X-date가 매우 가깝거나 지나갈 때까지 충분한 동기가 없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내일 2월 고용보고서 외에 주목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일본은행에서 열리는 3월 통화정책 회의인데요. 10년 만에 물러나는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마지막으로 주재하는 회의입니다. 골드만삭스 등 거의 모든 월가 금융사들은 통화정책에 별 변화를 주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전통적으로 일본은행 총재들은 마지막 회의에서 정책을 변경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하지만 구로다 총재는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작년 12월에도 갑자기 일본 국채 10년물 수익률 범위를 확대해 시장을 놀라게 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오안다의 에드 모야 전략가는 "제롬 파월 의장은 뜨거운 고용과 2월 소비지물가(CPI) 보고서를 받게 된다면 긴축 속도를 50bp로 높이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내일 그리 좋지 않은 고용보고서가 나오면 22일 인상 폭이 25bp로 기울어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침부터 고용 관련 데이터들이 발표됐습니다. 투자자들은 2월 고용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① 20만 건 넘은 실업급여 청구
매주 목요일 발표되는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3월 4일)는 전주보다 2만1000건 증가한 21만1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치(19만5000개)를 웃돈 것으로 8주 만에 처음 20만 개를 넘었습니다. 작년 12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평균 21만8000건을 밑도는 수치이긴 하지만, 어쨌든 노동시장 냉각이 시작되는 징후로 풀이됐습니다. 계속 청구 건수도 171만8000건으로 전주보다 6만9000건 늘었습니다. 예상(166만 건)을 상회했고,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골드만삭스는 "계절 조정 문제가 지난 몇 달 동안 실업급여 청구 건수에 점점 더 많은 하향 압력을 가했다. 앞으로 몇 주안에 이게 역전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계절 조정이 그동안 수치를 낮춰왔지만, 이제부터는 수치를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다만 일부에선 뉴욕주의 봄방학 탓에 일시적으로 수치가 높아진 것이란 지적이 나왔습니다. 사실 뉴욕과 캘리포니아주가 증가분의 4분의 3을 차지했습니다. 산탄데르의 스티븐 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뉴욕시 학교에서 근무하는 버스 운전사와 청소 직원 등 근로자들이 방학 때는 실업 수당을 신청할 수 있도록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수치가 높아졌을 수 있다. 이번 주 집계는 뉴욕시 방학으로 인해 부풀려졌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이 수치는 3월 초 수치입니다. 금요일 나올 2월 고용과는 거의 관계가 없습니다.
② 확대되는 기업 감원
실업급여에 앞서 발표된 고용정보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의 2월 기업 감원 계획은 7만7770명으로 전달(10만2943명)보다 24%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2월 감원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최대이며, 전년 동월(1만5245건)에 비해선 410% 증가한 것입니다. 게다가 그동안 해고는 주로 기술기업에 국한됐지만, 2월엔 제조업과 의료, 금융, 음식료 및 숙박 등 다른 산업으로 확대됐습니다. 앤드루 챌린저 CG&C 부사장은 "고용주들은 확실히 Fed의 금리 인상을 주목하고 있다. 많은 이가 비용을 감축하며 몇 개월째 경기 침체에 대비하고 있다. 경제가 계속 냉각되면 정리해고는 통상 비용 절감 전략의 마지막 부분이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대규모 감원이 기술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고 소매, 금융에서도 해고하고 있다. 2월엔 우리가 추적하는 30개 산업 모두에서 감원이 일어났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수치 자체는 그리 나쁘진 않았지만, 두 개의 데이터 모두에서 노동시장 둔화의 징후가 나타난 것이죠.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챌린저 해고 발표, 실업급여 청구 증가는 노동시장이 몇 달 전보다 덜 탄탄하다는 걸 보여준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씨티인덱스의 피오나 친코타 분석가는 "노동시장이 다른 데이터가 지적하는 것처럼 빡빡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의 빛"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이터가 발표되자 뉴욕 채권시장에서 금리는 소폭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또 뉴욕 증권시장의 주요 지수는 강보합세로 출발했습니다. 정오까지는 채권, 주식 모두 강보합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오후장 들어 증시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고용 데이터가 아니었습니다. 아침부터 하락하던 은행주, 특히 지방은행 주가가 시간이 지날수록 폭락세로 흘렀고 시장 전체적으로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전날 장 마감 뒤 실버게이트 캐피털(SI)은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를 제공해온 자회사 실버게이트 은행의 영업을 중단하고 청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FTX 파산 후폭풍으로 뱅크런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된 데 따른 것입니다. 오늘 주가는 20%가 넘게 급락하며 출발한 뒤 42.16%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역시 가상화폐 관련 영업을 해온 시그니처 뱅크(-12.18%), 뱅크콥(-5.29%)도 크게 내렸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버게이트 캐피털은 단순히 가상화폐 사업이 문제가 아니라 그에 따른 예금 유출로 인해 보유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가격이 급락한 상황에서 매각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아주 오래된 은행의 문제이고 다른 전통적 대출기관에 투자한 사람들도 동요시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은행 업계의 보유 증권에 대한 미실현 손실이 6000억 달러 이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금리가 낮을 때 채권에 투자했는데, 금리가 올라 채권 가격이 크게 떨어진 탓입니다. 실제 오늘 아침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SVB파이낸셜(SVB, 실리콘밸리 은행)이 주요 고객인 스타트업의 예금 감소에 대응해 보유 증권을 매각했다가 18억 달러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습니다. SVB는 신주를 발행해 22억 5000만 달러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함께 내놓았다가 주가가 60% 폭락했습니다. 여러 차례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같은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주가도 16% 급락했습니다. 여기에 JP모건의 경우 맨해튼 지방법원이 미성년자 성 착취로 악명높은 제프리 앱스타인 사건과 관련,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와 관련된 자료를 버진아일랜드 측에 추가로 제공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JP모건은 그동안 "다이먼은 앱스타인 계좌와 관련이 없다"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또 유동성 위기설이 지속하고 있는 크레디 스위스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지적을 받은 뒤 2022년 연말 결산보고서 제출을 연기했다고 발표해 4% 넘게 하락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주가 최근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꺼번에 악재가 겹쳐 터지면서 은행주, 특히 지방은행주 투매가 나타난 것입니다. JP모건이 5.41%, 뱅크오브아메리카가 6.2%, 웰스파고가 6.18% 폭락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1.66%, S&P500 지수는 1.85% 내렸고 나스닥은 2.05% 하락했습니다. 주가가 폭락세로 치닫자 '안전자산' 채권으로 수요가 몰렸습니다. 오후 4시 50분께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19.4bp 급락한 4.876%, 10년물은 8.3bp 떨어진 3.909%로 거래되었습니다. BTIG의 조너선 크린스키 기술적 분석가는 "은행과 반도체는 역사적으로 매우 좋은 선행 지표였던 두 그룹이다. 통상 둘 중 하나가 악화하여도 시장은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둘 중 하나라도 큰 움직임을 보인다면 일반적으로 주목하는 게 현명하다. 지금 큰 움직임은 은행이 폭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은행주 폭락 사태가 예상치 못한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JP모건의 드브라코 라코스-부하스 글로벌 전략가는 "자본비용이 급격히 증가할 때 미지의 위험이 있는데, 그 위험이 지금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이나 높다고 생각한다. 오늘 지역은행에서 보고 있는 게 그런 데 따른 잠재적 부작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디서 위기가 터질지 모른다. 결론적으로 오늘 생긴 일은 우리가 (긴축에 따른) 매우 제약적인 금융환경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위기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고 상업용 부동산 유동화 증권(CMBS), 레버리지 론도 후보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잘못된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보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지역은행 문제는 암호화폐 사업이나 과도한 스타트업 투자 등으로 예금이 부족한 일부 은행에 국한되기 때문에 전반적인 위기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합니다. 은행 분야의 베스트 애널리스트인 웰스파고의 마이크 마요 애널리스트는 "금리가 지난 40년간 어떤 때보다 빨리 올라가고 있어서 사상자가 발생하겠지만 그건 가장 큰 은행 외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되고 규제되고 또 규제되었다. 지난 세 번의 불황을 합친 것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 매년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왔다. 큰 은행은 문제가 없다. 오늘 실리콘밸리 은행은 최악의 경우다. 그런 작은 은행에 위기가 올 것이라는 경고 신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규모의 은행에 대해 얼마나 걱정하는가? 오늘 일은 큰 은행은 지금 금융시스템 내에서 더 탄력적이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내일 아침 8시 30분(미 동부시간)에 발표될 2월 고용보고서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2월 고용은 정말 중요합니다. JP모건에 따르면 고용이 얼마나 늘었는지 여부가 다음주 화요일 나오는 2월 CPI에도 영향을 줬을 것입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22만5000개 정도입니다. 도이치뱅크와 산탄데르가 가장 많은 30만 개를 부르고 있고 △제프리스 29만 개 △UBS 27만5000개 △웰스파고 27만 개 △씨티 25만5000개 △골드만 25만 개 △뱅크오브아메리카 23만 개 △JP모건 20만 개 △모건스탠리와 HSBC가 19만 개 △스탠다드차타드 15만 개 등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신규고용이 얼마 정도가 나오면 Fed가 25bp만 인상할까요? 언스트앤드영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25bp 인상만 하기 위해서는 15만 개 이하의 일자리 증가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고, ING도 "금요일에 신규고용이 15만 개 이하로 나오면 금리 인상 추를 다시 25bp 인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 특히 임금 상승률이 약간 진정될 때 그렇다"라고 밝혔습니다. 블룸버그의 애나 웡 이코노미스트는 “일자리가 20만 개 미만이고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4%보다 적게 오르면 25bp를 올리겠지만 만약 고용이 30만 개가 넘으면 그것만으로도 50bp를 인상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그러나 바이탈 날리지는 "30만 개 이하만 나온다면 1월을 뺀 둔화 추세와 일치하며 시장에는 안도감이 퍼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음주 화요일 나올 2월 CPI도 기다려 봐야 할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2월 근원 CPI가 1월보다 0.45% 올랐을 것(컨센서스 0.4%)으로 봅니다. 전년 대비로는 5.56%(컨센서스 5.4%)로 예상하고요. 골드만은 "우리는 더 높은 중고차 가격과 주거비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근원 CPI 수치가 향후 몇 달 동안 0.3~0.4%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우리는 하반기에 들어서야 0.2% 수준의 상승세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 연방은행은 오늘 자신들이 만든 다변수 근원 모델(multivariate core-일시적 물가 요인을 걸러내는)을 통해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을 분석한 결과, 기본 추세 인플레이션은 2022년 말 약 3.7%에서 올해 1월 4.9%까지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증가의 상당 부분은 노동부가 계절 조정 방식과 벤치마크를 바뀐 탓입니다. 이런 수정 사항을 집어넣으면 12월 수치는 3.7%가 아닌 4.3%로 높아집니다. 그리고 나머지 0.6%포인트는 1월의 가격 급등에서 기인합니다. 뉴욕 연은은 "요약하면 1월 PCE 물가는 인플레이션 지속에 대한 광범위한 탄력성을 보여줬다"라고 결론을 냈습니다. 1월 물가 급등이 일시적인 충격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요소에 따른 것이란 얘기입니다. 오늘 조 바이든 대통령은 향후 10년간 2조9000억 달러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줄이는 내용의 예산안 청사진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은 6조9000억 달러로 올해 예산안(추정치 6조4000억 달러)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사회 보장 및 메디케어 등에 더 많은 돈을 쓰겠다는 계획이지요. 대신 백악관은 부자와 대기업을 상대로 증세해서 적자를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개인 소득세 최고 세율을 37%에서 39.6%로 올리고, 기업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높이며, 상위 0.01% 억만장자에 대해 최소 25%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죠. 이는 부채한도 증액 지지의 대가로 예산 삭감을 요구하는 공화당에 대응하기 위한 것입니다. 민주당 측 협상안이라고 보면 되겠지요. 물론 공화당이 세금 인상을 골자로 한 이 방안을 지지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세금 인상이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일축했고, 미치 맥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바이든의 증세 계획은 빛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빅테크 등 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 제약주 관련 약값 통제 등 백악관의 계획엔 시장에 부정적인 헤드라인이 많다"라면서도 "투자자들이 그렇게 놀라고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화당과의 사이엔 큰 격차가 있다. 적어도 공화당이 하원을 지배하는 향후 2년 동안은 법이 될 가능성이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ING도 "이 예산은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빛을 볼 기회가 없다. 우리는 연방정부 예산이 소진되는 7~8월께 부채한도 위기가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부채한도 증액이 안 되면 채무불이행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시기(X-date)를 8월 초로 예상합니다. 그러면서 이때를 전후로 위험도가 증가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경제와 시장에 대한 가장 위험이 적은 시나리오는 X-date 이전에 양당이 합의에 도달해 부채한도를 증액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것은 X-date가 지나서야 합의가 이뤄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 경제 및 시장에 중장기적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실제 결과는 이 두 가지 사이에서 스펙트럼을 따라 어떻게든 나타날 수 있다. 커다란 위험에도 불구하고 공화당과 민주당 한쪽 또는 양쪽을 자극하는 일종의 촉매 없이는 초기 타협이 불가능해 보인다. 디폴트에 대한 두려움이 그러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지만, 의회는 여전히 X-date가 매우 가깝거나 지나갈 때까지 충분한 동기가 없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내일 2월 고용보고서 외에 주목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일본은행에서 열리는 3월 통화정책 회의인데요. 10년 만에 물러나는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마지막으로 주재하는 회의입니다. 골드만삭스 등 거의 모든 월가 금융사들은 통화정책에 별 변화를 주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전통적으로 일본은행 총재들은 마지막 회의에서 정책을 변경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하지만 구로다 총재는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작년 12월에도 갑자기 일본 국채 10년물 수익률 범위를 확대해 시장을 놀라게 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