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부는 'ESG 바람'
캄보디아에 부는 'ESG 바람'
캄보디아에 부는 'ESG 바람'
해외 취업과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관심사와 역량, 희망하는 지역의 경제 상황과 문화 현상을 잘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에 대해 준비하고, 공부할수록 실수보다 성공 가능성을 높여 줄 것이다. 그러나 세계 질서의 변화와 강대국들이 벌이는 주도권 경쟁의 본질이 무엇인지, 현재 어떤 양상으로 흘러가는지 관심을 두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익숙한 곳을 떠나 다른 나라에 발을 들이는 순간 나는 세계인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ESG에 대한 내 생각과 캄보디아의 현실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로 구성된 ESG는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전에는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지금은 시대적 흐름으로 잡아가고 있다. 기업이 재무적인 가치만을 추구하지 않고, 환경, 인권, 윤리, 소비자,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인 요소들도 경영의 중요한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ESG 이념은 이제 기업이 생존을 위해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코로나19를 포함한 팬데믹의 근본적인 원인 중 기후변화에 국제적인 관심이 집중됐고, 미국의 바이든 정부 출범 후 ESG 기조가 강화되면서, 환경(E) 부문을 중심으로 실제 정책현장에서 강하게 구현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Black Rock)은 ESG를 투자를 집행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ESG가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것은 미국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이 ESG를 선도적으로 강조하면서 이들 나라에 수출하는 기업에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당장 판로를 잃을 수 있는 커다란 장애물로 다가오고, 그 기업에 부품과 장비를 납품하는 기업은 거래처를 잃게 된다.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제조업 중심의 수출 산업 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에 ESG는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이제 ESG가 가이드라인 수준을 넘어 명확한 지표로 설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가진 잠재력과 혁신 역량으로 ESG로의 대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내가 현재 기업 활동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캄보디아도 느리긴 하지만, ESG를 강조하는 세계의 움직임이 전달되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UN을 비롯한 많은 국제기구가 시대적 흐름에 따라 ESG 관련 사업을 통해 캄보디아를 지원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우리나라에서 저개발 국가의 원조를 담당하는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 한국수출입은행 등도 ESG와 연관된 사업들로 캄보디아를 도우려고 한다.

얼마 전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캄보디아 씨엠립에 위치한 전기 오토바이 센터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코이카가 세계적인 문화 유적인 앙코르와트와 주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탄생한 곳이다. 캄보디아의 주요 교통수단인 툭툭이가 매연을 심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늘 관광객들의 불만이기도 했었다. 씨엠립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전기 오토바이를 대여해서 사용하면 효용도 높아지고, 환경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듯 지하철 시스템이 없고, 버스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캄보디아에서 친환경 교통수단은 오히려 전환이 쉬운 부분이 있고, 기술을 가지고 도전하는 기업에게 큰 기회의 장이 되기도 한다. 우리 기업인 ‘베리워즈’는 캄보디아에서 선도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친환경 EV 보급, 씨엠립 에코 투어리즘 프로젝트를 통해 전기 오토바이를 관광객에게 대여하여 배출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전기 오토바이 조립공장 설립으로 EV보급 확대,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추진하고 있어 캄보디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베리워즈가 캄보디아에서 친환경 교통수단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 금융사와 공조하는데 있다. 베리워즈는 지난 2월, 한국 우리금융그룹의 자회사인 캄보디아 우리은행과 MOU(양해각서) 체결식을 가졌다. 우리은행은 ESG원칙과 환경경영방침에 따라 캄보디아에서 베리워즈와 함께 전기 오토바이 보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에 협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프놈펜 지역에 전기 오토바이 충전 인프라 10개소를 2023년 내에 만들고, 캄보디아 전역을 대상으로 140개 지점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베리워즈와 우리은행이 맞잡은 손이 캄보디아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은 자명하다. 캄보디아와 한국 기업을 위한 우리은행의 혁신적 접근은 금융사의 좋은 ESG 모델로 평가할 만하다.

또 다른 우리 기업 ‘엠블’은 친환경 전기 툭툭 판매와 충전소 사업을 하고 있다. ‘어니언 메가 스테이션’이라 불리는 곳은 전기 툭툭을 판매하고, 배터리 교체 서비스, 시승, 수리 및 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24시간 도심형 충전소 겸 커뮤니티 센터다. 엠블이 판매하는 전기 툭툭을 소유한 운전자들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편리하게 누릴 수 있어 새로운 전기차 문화를 전파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신한은행이 엠블의 전기 툭툭을 구매할 때 저금리로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캄보디아에서 전기 모빌리티에 특화된 금융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하고, 놀라운 변화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갈지 기대가 된다.

어떤가. 해외 취업과 창업을 준비하는 여러분에게 ESG가 위기인가 기회인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준비가 된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 ESG와 연관된 분야에서 취업과 창업의 기회가 꿈틀거리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 변화에 직면한 여러분에게 캄보디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사례가 큰 힘이 되길 기대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시라.

최주희 피플앤잡스 대표
캄보디아에 부는 'ESG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