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서 배우는 도시재생] ⑥폐쇄된 항구서 금융중심지로(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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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 재개발 성공사례 도크랜드…해상무역 감소하며 쇠락의 길
교통 인프라 집중 투자와 과감한 투자 유인책 도입으로 대규모 개발
투자 기업 급증하며 런던 동부 중심 부상…'부동산 중심 개발' 지적도
[※ 편집자 주 = 세월이 흐르면서 도시가 쇠퇴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도시가 쇠퇴했다고 그냥 버려둘 수는 없다.
그래서 도시재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가 한해 10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도시재생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역사는 일천하다.
곳곳에서 문제점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앞으로의 갈 길도 멀고 험하다.
도시재생의 선진지인 영국 런던의 사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이유다.
연합뉴스는 세계적으로 도시재생이 가장 앞서 시작된 런던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길을 모색하는 기사를 매일 1편씩 6편으로 내보낸다.
] 도크랜드(Dockland)는 영국 런던의 동쪽 템스강변에 있는 항구지역이다.
수상 교통의 요지로 17세기 무렵에는 영국 해외 무역의 70%가량이 이뤄질 만큼 중요한 항구였다.
20세기 초까지 세계 제일의 항구였던 도크랜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많은 부두와 창고건물이 파괴된 데 이어 1960년대 해상무역마저 감소하며 점차 쇠락의 길에 접어들게 된다.
하나둘 독(dock·선박 건조 공간)이 폐쇄됐고 1981년 마지막으로 남은 로얄도크가 문을 닫으며 항구의 기능은 끝이 난다.
실업자가 넘쳐나고 건물들이 방치되면서 슬럼화가 시작됐다.
부두를 포함한 막대한 면적의 부지는 쓸모를 찾지 못하고 버려졌다.
도크랜드는 1981년 영국 정부가 직접 나서 도시재생을 이끌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다.
영국 정부는 런던도크랜드개발회사(LDDC)를 설립하고 부동산 개발을 중심에 둔 재개발을 계획했다.
2천200㏊의 광대한 지역을 아일 오브 도그(Isle of Dogs), 와핑-라임하우스(Wapping-Limehouse), 로얄 도크(Royal Docks), 서리 도크(Surrey Docks) 등 4개 지역으로 구분해 개발지역으로 지정했다.
아일 오브 독은 업무 및 상업지구로, 와핑-라임하우스는 레저와 주거지역으로, 로열 도크는 국제공항과 컨벤션센터지역으로, 서리 도크는 공원과 쇼핑 및 주거 중심지로 각각 개발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런던도크랜드개발회사는 먼저 도크랜드를 런던 시내와 효과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열악한 인프라에 대한 대대적인 확충작업에 나섰다.
도크랜드 곳곳을 이으며 런던 도심으로 향하는 경전철을 만들고 지하철을 끌어들였다.
고속도로와 함께 동서축의 도로들을속속 건설하고 런던 서부에서 동부지역까지 연결하는 초고속 철도선이 관통하도록 해 교통 오지에서 벗어났다.
도시재생사업 기간에 설치된 도로와 철도 길이만 135㎞에 달했다.
여기에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주요 도시와 미국을 잇는 공항이 들어서며 세계 각국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됐다.
도크랜드 개발에 투입된 공공 예산 전체의 50%가 교통 인프라 구축비였을 정도로 투자가 집중됐다.
인프라 구축에 들어간 막대한 예산은 개발한 부지를 민간에 매각 또는 임대해 충당했다.
핵심지역인 아일 오브 도그의 카나리워프 일대는 10년간 세금과 개발 규제 완화의 우대 조치를 부여하는 특별기업구역으로 지정하면서 민간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교통 인프라 확충과 적극적인 투자 유인책에 힘입어 도크랜드 재생사업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애초 계획에 맞춰 아일 오브 도그에는 대규모 업무용 빌딩 30여개와 고급 호텔, 위락시설, 실내 스포츠 센터, 해양 레포츠센터 등이 차례로 들어섰다.
특히 아일 오브 도그의 중심인 카나리워프는 HSBC와 씨티은행 등 대형 금융사들이 몰려들며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와핑-라임하우스는 세계무역센터, 타워호텔, 백화점 등과 함께 과거의 버려진 화물 창고를 리모델링한 고급 주택, 스튜디오, 레스토랑 등으로 채워졌고 서리 도크에는 새로 이주해온 런던시청사, 종합 해양관광시설, 생태공원, 주택단지가 밀집했다.
런던시티공항이 위치한 로얄 도크에는 3천명의 학생을 수용하는 이스트런던대학의 도크랜드 캠퍼스가 설립된 가운데 세계 각국의 대기업들이 입주한 비지니스 파크, 국제전시센터, 대규모 주택단지가 앞다퉈 만들어졌다.
이들 사업에는 공공 부문 39억 파운드, 민간 부문 77억 파운드 등 110억 파운드 이상의 막대한 금액이 투자됐다.
그 결과 재생사업이 시작된 1981년 1천14개에 불과했던 기업체는 17년 만에 2천600여개로 늘었고 고용인원도 2만7천명에서 8만4천명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1만5천개였던 주택 수도 3만6천개로 확대됐다.
아직도 개발이 왕성히 진행 중인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인구 11만명, 일자리 16만8천개, 주택 5만 가구, 기업체 5천개의 런던 동부 중심도시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크랜드 재생사업이 항만 재개발의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다만 지역사회를 고려하지 않은 중앙 정부의 부동산 중심 개발이었던 탓에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의 이익은 극대화한 반면 주민은 이렇다 할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갈등이 빚어졌고 중앙 정부의 권위주의적 개발은 지방자치단체의 소외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따라 도크랜드 재생사업은 이후 지자체와의 협조 속에 지역사회의 복지, 교육, 직업훈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통 인프라 집중 투자와 과감한 투자 유인책 도입으로 대규모 개발
투자 기업 급증하며 런던 동부 중심 부상…'부동산 중심 개발' 지적도
[※ 편집자 주 = 세월이 흐르면서 도시가 쇠퇴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도시가 쇠퇴했다고 그냥 버려둘 수는 없다.
그래서 도시재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가 한해 10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도시재생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역사는 일천하다.
곳곳에서 문제점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앞으로의 갈 길도 멀고 험하다.
도시재생의 선진지인 영국 런던의 사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이유다.
연합뉴스는 세계적으로 도시재생이 가장 앞서 시작된 런던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길을 모색하는 기사를 매일 1편씩 6편으로 내보낸다.
] 도크랜드(Dockland)는 영국 런던의 동쪽 템스강변에 있는 항구지역이다.
수상 교통의 요지로 17세기 무렵에는 영국 해외 무역의 70%가량이 이뤄질 만큼 중요한 항구였다.
20세기 초까지 세계 제일의 항구였던 도크랜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많은 부두와 창고건물이 파괴된 데 이어 1960년대 해상무역마저 감소하며 점차 쇠락의 길에 접어들게 된다.
하나둘 독(dock·선박 건조 공간)이 폐쇄됐고 1981년 마지막으로 남은 로얄도크가 문을 닫으며 항구의 기능은 끝이 난다.
실업자가 넘쳐나고 건물들이 방치되면서 슬럼화가 시작됐다.
부두를 포함한 막대한 면적의 부지는 쓸모를 찾지 못하고 버려졌다.
도크랜드는 1981년 영국 정부가 직접 나서 도시재생을 이끌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다.
영국 정부는 런던도크랜드개발회사(LDDC)를 설립하고 부동산 개발을 중심에 둔 재개발을 계획했다.
2천200㏊의 광대한 지역을 아일 오브 도그(Isle of Dogs), 와핑-라임하우스(Wapping-Limehouse), 로얄 도크(Royal Docks), 서리 도크(Surrey Docks) 등 4개 지역으로 구분해 개발지역으로 지정했다.
아일 오브 독은 업무 및 상업지구로, 와핑-라임하우스는 레저와 주거지역으로, 로열 도크는 국제공항과 컨벤션센터지역으로, 서리 도크는 공원과 쇼핑 및 주거 중심지로 각각 개발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런던도크랜드개발회사는 먼저 도크랜드를 런던 시내와 효과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열악한 인프라에 대한 대대적인 확충작업에 나섰다.
도크랜드 곳곳을 이으며 런던 도심으로 향하는 경전철을 만들고 지하철을 끌어들였다.
고속도로와 함께 동서축의 도로들을속속 건설하고 런던 서부에서 동부지역까지 연결하는 초고속 철도선이 관통하도록 해 교통 오지에서 벗어났다.
도시재생사업 기간에 설치된 도로와 철도 길이만 135㎞에 달했다.
여기에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주요 도시와 미국을 잇는 공항이 들어서며 세계 각국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됐다.
도크랜드 개발에 투입된 공공 예산 전체의 50%가 교통 인프라 구축비였을 정도로 투자가 집중됐다.
인프라 구축에 들어간 막대한 예산은 개발한 부지를 민간에 매각 또는 임대해 충당했다.
핵심지역인 아일 오브 도그의 카나리워프 일대는 10년간 세금과 개발 규제 완화의 우대 조치를 부여하는 특별기업구역으로 지정하면서 민간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교통 인프라 확충과 적극적인 투자 유인책에 힘입어 도크랜드 재생사업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애초 계획에 맞춰 아일 오브 도그에는 대규모 업무용 빌딩 30여개와 고급 호텔, 위락시설, 실내 스포츠 센터, 해양 레포츠센터 등이 차례로 들어섰다.
특히 아일 오브 도그의 중심인 카나리워프는 HSBC와 씨티은행 등 대형 금융사들이 몰려들며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와핑-라임하우스는 세계무역센터, 타워호텔, 백화점 등과 함께 과거의 버려진 화물 창고를 리모델링한 고급 주택, 스튜디오, 레스토랑 등으로 채워졌고 서리 도크에는 새로 이주해온 런던시청사, 종합 해양관광시설, 생태공원, 주택단지가 밀집했다.
런던시티공항이 위치한 로얄 도크에는 3천명의 학생을 수용하는 이스트런던대학의 도크랜드 캠퍼스가 설립된 가운데 세계 각국의 대기업들이 입주한 비지니스 파크, 국제전시센터, 대규모 주택단지가 앞다퉈 만들어졌다.
이들 사업에는 공공 부문 39억 파운드, 민간 부문 77억 파운드 등 110억 파운드 이상의 막대한 금액이 투자됐다.
그 결과 재생사업이 시작된 1981년 1천14개에 불과했던 기업체는 17년 만에 2천600여개로 늘었고 고용인원도 2만7천명에서 8만4천명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1만5천개였던 주택 수도 3만6천개로 확대됐다.
아직도 개발이 왕성히 진행 중인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인구 11만명, 일자리 16만8천개, 주택 5만 가구, 기업체 5천개의 런던 동부 중심도시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크랜드 재생사업이 항만 재개발의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다만 지역사회를 고려하지 않은 중앙 정부의 부동산 중심 개발이었던 탓에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의 이익은 극대화한 반면 주민은 이렇다 할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갈등이 빚어졌고 중앙 정부의 권위주의적 개발은 지방자치단체의 소외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따라 도크랜드 재생사업은 이후 지자체와의 협조 속에 지역사회의 복지, 교육, 직업훈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