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표팀은 왜 지구 반대편서 전지 훈련했나…투수진 난조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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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후에 항공편 취소까지…최악의 애리조나 전지훈련
시차 적응-이동 문제 겹치며 녹초…공인구 적응까지 실패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대표팀의 악몽은 지난 달 미국 전지훈련 때 시작됐다.
대표팀은 미국 애리조나 투손 전지훈련에서 각종 악재에 부딪히며 대회 준비를 원활하게 하지 못했다.
최악의 기후와 환경, 이동 및 시차 적응 문제는 태극전사들에게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쳤고, 이는 치욕적인 패배의 씨앗이 됐다.
야구대표팀의 투손 전지훈련은 시작부터 삐그덕댔다.
미국 외의 지역에서 소속 팀 스프링캠프 훈련을 하던 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은 서울로 모였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투손으로 향하는 강행군 속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하루를 꼬박 들여 이동한 두산 포수 양의지는 투손 입성 당일 공항에서 서서 조는 등 엄청난 피로감을 토로했다.
선수들은 녹초가 된 상태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훈련 환경도 대표팀을 외면했다.
지난 달 애리조나주 투손엔 눈, 비바람이 몰아쳤고 한파 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추운 날씨가 이어졌다.
훈련의 질은 크게 떨어졌다.
기후 문제는 특히 투수들에게 치명적이었다.
투수들은 추운 날씨 때문에 제대로 된 피칭 훈련을 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훈련 장소인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엔 실내 불펜 훈련장이 없어서 비바람이 부는 날엔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투수들은 날씨가 양호한 날 단체로 불펜투구를 하는 등 '벼락치기 훈련'을 하기도 했다.
대표팀은 한국으로 떠나기 전날인 2월 27일 14명의 투수가 집단으로 불펜 투구를 소화했고, 출국 당일인 2월 28일 오전에도 7명의 투수가 공을 던졌다.
투수들의 훈련 부족 문제가 이어지자 대표팀은 연습경기 상대 팀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대표팀 투수를 상대 팀 마운드에 올려 공을 던지게 했다.
그나마 연습경기도 충분히 하지 못했다.
대표팀은 투손에서 5차례 연습 경기를 계획했지만, 일정대로 소화한 경기는 3경기뿐이었다.
한파와 비바람 때문에 한 경기는 연기, 한 경기는 아예 취소됐다. 사막으로 둘러싸인 투손의 건조한 날씨도 문제였다.
선수들은 KBO리그 공인구보다 표면이 미끄러운 WBC 공인구 적응에 애를 먹었다.
투구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데다 손끝이 메말라 적응 훈련에 문제를 겪었다.
투수들은 몸 상태를 끌어올리지 못하자 조급해졌고, 집단 제구 난조에 시달렸다.
제구력이 좋기로 유명한 정우영(LG 트윈스)은 연습경기에서 헤드샷을 던지는 등 크게 흔들렸고, 좌완 선발 자원으로 꼽혔던 구창모(NC 다이노스)는 캠프 마지막 날까지 영점 조절에 실패해 속앓이했다.
이의리(KIA 타이거즈), 김윤식(LG 트윈스)도 캠프 마지막 날까지 만족스러운 공을 던지지 못했다. 문제는 계속됐다.
대표팀은 전지훈련지에서 돌아오는 날까지 고생했다.
국가대표 30명 중 22명은 귀국 당일 미국 국내 항공기가 기체 이상으로 뜨지 못하면서 항공편 대신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선수들은 투손에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공항까지 약 850㎞의 거리를 약 8시간에 걸쳐 이동했다.
선수들이 한국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방전된 상태였다. 대표팀의 전지훈련지 선택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최근 애리조나는 이상 기후 문제로 예년처럼 따뜻한 날씨가 유지되지 않는다.
개최지의 지구 반대편에서 전지훈련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이 남는다.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팀들은 개최지 혹은 개최지 인근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하고 실전 대회에 임하는 것이 상식이다.
같은 조 일본 대표팀은 일찌감치 일본 미야자키에 캠프를 차리고 컨디션 조절에 집중했다.
일본은 시차 적응할 필요 없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이번 대회에 나섰다.
한국이 꼭 승리해야 했던 호주 대표팀도 한국보다 약 열흘 먼저 일본으로 이동해 현지 적응 훈련을 시작했다.
호주와 일본은 시차가 두 시간밖에 나지 않아서 밤낮이 바뀌지도 않았다. 전지훈련 환경 문제에 따른 투수들의 컨디션 난조는 본 대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윤식과 이의리는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한일전에 등판해 각각 사사구 3개씩을 내주며 참패의 원인이 됐다.
정우영의 구속도 평소보다 시속 10㎞ 정도 떨어졌다.
고우석(LG 트윈스)은 어깨 근육통을 호소해 아예 등판하지 못했다.
개최지 지구 반대편에 전지훈련지를 잡은 선택은 한국 야구에 치명상이 됐다.
KBO리그 2023시즌은 개막하기도 전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연합뉴스
시차 적응-이동 문제 겹치며 녹초…공인구 적응까지 실패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대표팀의 악몽은 지난 달 미국 전지훈련 때 시작됐다.
대표팀은 미국 애리조나 투손 전지훈련에서 각종 악재에 부딪히며 대회 준비를 원활하게 하지 못했다.
최악의 기후와 환경, 이동 및 시차 적응 문제는 태극전사들에게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쳤고, 이는 치욕적인 패배의 씨앗이 됐다.
야구대표팀의 투손 전지훈련은 시작부터 삐그덕댔다.
미국 외의 지역에서 소속 팀 스프링캠프 훈련을 하던 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은 서울로 모였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투손으로 향하는 강행군 속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하루를 꼬박 들여 이동한 두산 포수 양의지는 투손 입성 당일 공항에서 서서 조는 등 엄청난 피로감을 토로했다.
선수들은 녹초가 된 상태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훈련 환경도 대표팀을 외면했다.
지난 달 애리조나주 투손엔 눈, 비바람이 몰아쳤고 한파 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추운 날씨가 이어졌다.
훈련의 질은 크게 떨어졌다.
기후 문제는 특히 투수들에게 치명적이었다.
투수들은 추운 날씨 때문에 제대로 된 피칭 훈련을 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훈련 장소인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엔 실내 불펜 훈련장이 없어서 비바람이 부는 날엔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투수들은 날씨가 양호한 날 단체로 불펜투구를 하는 등 '벼락치기 훈련'을 하기도 했다.
대표팀은 한국으로 떠나기 전날인 2월 27일 14명의 투수가 집단으로 불펜 투구를 소화했고, 출국 당일인 2월 28일 오전에도 7명의 투수가 공을 던졌다.
투수들의 훈련 부족 문제가 이어지자 대표팀은 연습경기 상대 팀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대표팀 투수를 상대 팀 마운드에 올려 공을 던지게 했다.
그나마 연습경기도 충분히 하지 못했다.
대표팀은 투손에서 5차례 연습 경기를 계획했지만, 일정대로 소화한 경기는 3경기뿐이었다.
한파와 비바람 때문에 한 경기는 연기, 한 경기는 아예 취소됐다. 사막으로 둘러싸인 투손의 건조한 날씨도 문제였다.
선수들은 KBO리그 공인구보다 표면이 미끄러운 WBC 공인구 적응에 애를 먹었다.
투구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데다 손끝이 메말라 적응 훈련에 문제를 겪었다.
투수들은 몸 상태를 끌어올리지 못하자 조급해졌고, 집단 제구 난조에 시달렸다.
제구력이 좋기로 유명한 정우영(LG 트윈스)은 연습경기에서 헤드샷을 던지는 등 크게 흔들렸고, 좌완 선발 자원으로 꼽혔던 구창모(NC 다이노스)는 캠프 마지막 날까지 영점 조절에 실패해 속앓이했다.
이의리(KIA 타이거즈), 김윤식(LG 트윈스)도 캠프 마지막 날까지 만족스러운 공을 던지지 못했다. 문제는 계속됐다.
대표팀은 전지훈련지에서 돌아오는 날까지 고생했다.
국가대표 30명 중 22명은 귀국 당일 미국 국내 항공기가 기체 이상으로 뜨지 못하면서 항공편 대신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선수들은 투손에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공항까지 약 850㎞의 거리를 약 8시간에 걸쳐 이동했다.
선수들이 한국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방전된 상태였다. 대표팀의 전지훈련지 선택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최근 애리조나는 이상 기후 문제로 예년처럼 따뜻한 날씨가 유지되지 않는다.
개최지의 지구 반대편에서 전지훈련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이 남는다.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팀들은 개최지 혹은 개최지 인근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하고 실전 대회에 임하는 것이 상식이다.
같은 조 일본 대표팀은 일찌감치 일본 미야자키에 캠프를 차리고 컨디션 조절에 집중했다.
일본은 시차 적응할 필요 없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이번 대회에 나섰다.
한국이 꼭 승리해야 했던 호주 대표팀도 한국보다 약 열흘 먼저 일본으로 이동해 현지 적응 훈련을 시작했다.
호주와 일본은 시차가 두 시간밖에 나지 않아서 밤낮이 바뀌지도 않았다. 전지훈련 환경 문제에 따른 투수들의 컨디션 난조는 본 대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윤식과 이의리는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한일전에 등판해 각각 사사구 3개씩을 내주며 참패의 원인이 됐다.
정우영의 구속도 평소보다 시속 10㎞ 정도 떨어졌다.
고우석(LG 트윈스)은 어깨 근육통을 호소해 아예 등판하지 못했다.
개최지 지구 반대편에 전지훈련지를 잡은 선택은 한국 야구에 치명상이 됐다.
KBO리그 2023시즌은 개막하기도 전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