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김성근 전 감독 "속상하고 비참했다…돌아보고 반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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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에 돌아볼 기회…선수, 지도자, 행정가 모두 책임감 느껴야"
"속상하고, 비참했다."
50년 넘게 야구 지도자로 살아온 김성근 전 감독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의 호주, 일본전을 본 뒤 느낀 감정이다.
동시에 김성근 전 감독은 "한국 야구에 돌아볼 기회를 준 게 아닐까"라며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다시 올라갈 동력을 만들어갈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한국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B조 첫 경기에서 한 수 아래이자, 8강 진출을 위해 꼭 잡아야 할 상대였던 호주에 7-8로 패했다.
10일에는 '라이벌'이라고 부른 일본에 4-13으로 참혹하게 졌다.
김 전 감독은 호주전에서 '한국 대표팀의 준비 부족과 순간적인 대응 실패'를 패인으로 봤고,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한참 벌어진 격차'를 실감했다.
한국은 호주와 경기에서 5회말에 터진 양의지의 역전 3점 홈런 등으로 5-3으로 주도권을 쥐었다.
그러나 7회와 8회 연거푸 3점 홈런을 얻어맞아 재역전 당했다.
8회말 공격에서 사사구 6개를 얻고도 3점만 뽑은 장면도 뼈아팠다. 김성근 전 감독은 "7회초 김원중(롯데 자이언츠)이 제구가 안 된 높은 포크볼을 던져서 로비 글렌디닝에게 홈런을 맞았다.
그런데 8회에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높은 직구를 던져 로비 퍼킨스에게 또 홈런을 허용했다"고 곱씹으며 "호주 타자들이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처하지 못했다.
뚝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를 경기 중후반에 활용해야 했다.
포크볼을 낮게 잘 던진 (호주전 마지막 투수) 이용찬(NC 다이노스·1⅔이닝 무피안타 무실점)만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나"라고 평가했다.
이어 "선수 선발, 상황에 따른 투수 운용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김 전 감독은 "8회말에 사사구를 그렇게 많이 얻고도 벤치의 적절한 움직임이 없었다.
결국 볼넷을 얻긴 했지만, 양의지(두산 베어스) 대신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을 대타로 쓴 것도 아쉬웠다.
김혜성은 더 부진한 타자 자리에 써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며 "호주전을 가장 중요한 경기로 꼽았으면 그만큼 준비를 철저히 해야 했다.
전력 분석, 경기 운영 등 모든 게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일본전에서도 '빅리거' 다루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3이닝 3피안타 3실점 2자책) 공략에 성공해 선취점을 얻었다.
한국 선발 김광현(SSG 랜더스)은 1회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를 삼진 처리하는 등 1, 2회를 완벽하게 막았다.
그러나 3-0으로 앞선 3회말 일본에 4점을 허용하며 역전당했고, 이후 투수진의 집단 난조로 완패했다.
호주전 경기 초반에 불펜에서 몸을 풀었던 김광현은 일본전에 선발로 나섰다.
1, 2회에 역투한 피로감이 3회에 드러났다.
김성근 전 감독은 "김광현이 일본전 선발로 등판했다면, WBC 투구 제한인 65개까지 던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어야 했다"며 "1, 2회와 3회 김광현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는데 벤치도, 포수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복기했다.
이어 "일본은 다루빗슈 뒤에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DeNA 베이스타스)와 같은 또 다른 에이스가 있었지만, 한국에는 김광현보다 나은 투수가 없었다"며 "한국과 일본의 전력 차가 그렇게 드러났다"며 "'원팀'으로 전력 차를 극복하길 바랐지만, 냉혹한 현실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의 경기 운영을 지적하면서도 김성근 전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이강철 감독이 외로워 보였다.
이 감독을 도울만한 사람이 더그아웃에 없는 것 같았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김성근 전 감독은 "이번 WBC의 아쉬운 결과는 10년 넘게 지속해서 울린 경고음을 무시한 결과"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2012년 목동구장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오타니와 후지나미 신타로(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출전했다.
그때 경기장에서 만난 KBO 관계자, 구단 관계자에게 '우리도 뭔가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2006, 2009 WBC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에 고전한 일본은 위기감을 느꼈고, 그 동력으로 발전했다.
한국과 일본 야구의 간격이 얼마나 벌어졌는지 이번 대회에서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고는 "선수, 지도자, 행정가 모두 변해야 한다.
선수들은 권리를 주장하는 동시에 책임감도 느껴야 한다.
지도자는 더 공부해야 하고, KBO와 각 구단은 넓은 시야로 한국 야구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추상적인 얘기지만, 결국 모두 제 역할을 하자는 의미다.
1990년대 한일 슈퍼게임을 통해 한국 야구는 일본과 격차를 확인하고,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애썼다.
그 결과 2000년대에 우리는 여러 번 일본을 꺾었다.
지금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우리는 '예전에 일본을 이긴 적도 있다'는 말만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구 변방이었던 체코가 '다른 직업이 있는 선수'를 모아 WBC 본선 진출에 성공하고, 중국을 상대로 첫 승리까지 거둔 장면은 김성근 전 감독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다.
야구 예능 '최강야구'에서 은퇴 선수로 꾸린 팀을 이끄는 김 전 감독은 "'최강야구 선수들에게 체코 경기를 보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 야구도 '치열하게 훈련하고 경기하는 체코 선수들의 모습'에서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연합뉴스
50년 넘게 야구 지도자로 살아온 김성근 전 감독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의 호주, 일본전을 본 뒤 느낀 감정이다.
동시에 김성근 전 감독은 "한국 야구에 돌아볼 기회를 준 게 아닐까"라며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다시 올라갈 동력을 만들어갈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한국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B조 첫 경기에서 한 수 아래이자, 8강 진출을 위해 꼭 잡아야 할 상대였던 호주에 7-8로 패했다.
10일에는 '라이벌'이라고 부른 일본에 4-13으로 참혹하게 졌다.
김 전 감독은 호주전에서 '한국 대표팀의 준비 부족과 순간적인 대응 실패'를 패인으로 봤고,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한참 벌어진 격차'를 실감했다.
한국은 호주와 경기에서 5회말에 터진 양의지의 역전 3점 홈런 등으로 5-3으로 주도권을 쥐었다.
그러나 7회와 8회 연거푸 3점 홈런을 얻어맞아 재역전 당했다.
8회말 공격에서 사사구 6개를 얻고도 3점만 뽑은 장면도 뼈아팠다. 김성근 전 감독은 "7회초 김원중(롯데 자이언츠)이 제구가 안 된 높은 포크볼을 던져서 로비 글렌디닝에게 홈런을 맞았다.
그런데 8회에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높은 직구를 던져 로비 퍼킨스에게 또 홈런을 허용했다"고 곱씹으며 "호주 타자들이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처하지 못했다.
뚝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를 경기 중후반에 활용해야 했다.
포크볼을 낮게 잘 던진 (호주전 마지막 투수) 이용찬(NC 다이노스·1⅔이닝 무피안타 무실점)만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나"라고 평가했다.
이어 "선수 선발, 상황에 따른 투수 운용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김 전 감독은 "8회말에 사사구를 그렇게 많이 얻고도 벤치의 적절한 움직임이 없었다.
결국 볼넷을 얻긴 했지만, 양의지(두산 베어스) 대신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을 대타로 쓴 것도 아쉬웠다.
김혜성은 더 부진한 타자 자리에 써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며 "호주전을 가장 중요한 경기로 꼽았으면 그만큼 준비를 철저히 해야 했다.
전력 분석, 경기 운영 등 모든 게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일본전에서도 '빅리거' 다루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3이닝 3피안타 3실점 2자책) 공략에 성공해 선취점을 얻었다.
한국 선발 김광현(SSG 랜더스)은 1회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를 삼진 처리하는 등 1, 2회를 완벽하게 막았다.
그러나 3-0으로 앞선 3회말 일본에 4점을 허용하며 역전당했고, 이후 투수진의 집단 난조로 완패했다.
호주전 경기 초반에 불펜에서 몸을 풀었던 김광현은 일본전에 선발로 나섰다.
1, 2회에 역투한 피로감이 3회에 드러났다.
김성근 전 감독은 "김광현이 일본전 선발로 등판했다면, WBC 투구 제한인 65개까지 던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어야 했다"며 "1, 2회와 3회 김광현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는데 벤치도, 포수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복기했다.
이어 "일본은 다루빗슈 뒤에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DeNA 베이스타스)와 같은 또 다른 에이스가 있었지만, 한국에는 김광현보다 나은 투수가 없었다"며 "한국과 일본의 전력 차가 그렇게 드러났다"며 "'원팀'으로 전력 차를 극복하길 바랐지만, 냉혹한 현실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의 경기 운영을 지적하면서도 김성근 전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이강철 감독이 외로워 보였다.
이 감독을 도울만한 사람이 더그아웃에 없는 것 같았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김성근 전 감독은 "이번 WBC의 아쉬운 결과는 10년 넘게 지속해서 울린 경고음을 무시한 결과"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2012년 목동구장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오타니와 후지나미 신타로(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출전했다.
그때 경기장에서 만난 KBO 관계자, 구단 관계자에게 '우리도 뭔가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2006, 2009 WBC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에 고전한 일본은 위기감을 느꼈고, 그 동력으로 발전했다.
한국과 일본 야구의 간격이 얼마나 벌어졌는지 이번 대회에서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고는 "선수, 지도자, 행정가 모두 변해야 한다.
선수들은 권리를 주장하는 동시에 책임감도 느껴야 한다.
지도자는 더 공부해야 하고, KBO와 각 구단은 넓은 시야로 한국 야구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추상적인 얘기지만, 결국 모두 제 역할을 하자는 의미다.
1990년대 한일 슈퍼게임을 통해 한국 야구는 일본과 격차를 확인하고,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애썼다.
그 결과 2000년대에 우리는 여러 번 일본을 꺾었다.
지금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우리는 '예전에 일본을 이긴 적도 있다'는 말만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구 변방이었던 체코가 '다른 직업이 있는 선수'를 모아 WBC 본선 진출에 성공하고, 중국을 상대로 첫 승리까지 거둔 장면은 김성근 전 감독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다.
야구 예능 '최강야구'에서 은퇴 선수로 꾸린 팀을 이끄는 김 전 감독은 "'최강야구 선수들에게 체코 경기를 보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 야구도 '치열하게 훈련하고 경기하는 체코 선수들의 모습'에서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