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실적 공시를 놓고 은행권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수용률만 주목받는 탓에 이자 감면액 등 실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 경감 지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어서다. 금리인하요구권은 급여 인상과 승진 등으로 상환 능력이 좋아진 차주가 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수용률로만 평가해 착시현상"…금리인하권 공시에 은행들 불만
1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해 하반기 가계대출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농협(70.2%) 우리(37.8%) 국민(36.9%) 신한(30.4%) 하나(26.6%) 순이었다.

하지만 수용 건당 이자 감면액은 하나은행이 19만4427원으로 가장 많았다. 인하된 금리로 1년간 대출을 이용할 때 이자를 약 19만원 감면해준다는 뜻이다. 신한(11만8112원) 농협(8만7477원) 국민(6만7892원) 우리(4만8952원)가 뒤를 이었다.

전체 이자 감면액 규모는 신한은행(38억3500만원)과 우리은행(30억6000만원)이 30억원을 웃돌았다. 수용률 1위를 차지한 농협은행(9억7100만원)의 네 배에 가깝다.

이자 감면액이 많은데도 신한과 우리은행의 수용률이 낮은 것은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작년 하반기 가계대출 금리 인하 신청 건수는 10만6760건, 우리은행은 16만5547건으로 농협(1만5808건)의 열 배를 넘는다. 수용 건수도 우리(6만2510건) 신한(3만2469건) 순으로 많았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건수가 많은 것은 비대면 신청 도입으로 절차를 간소화해서다. 신한은행은 2020년 비대면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을 5대 은행 중 가장 먼저 도입했다. 연 2회 발송하던 안내 문자도 작년 5월부터 월 1회 정기적으로 발송 중이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8월부터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및 처리 과정을 비대면화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비대면 접수 도입 이후 신용 상태가 개선되지 않은 대출자들도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하고 있다”며 “신청 편의성을 높인 은행일수록 신청 건수가 많아져 수용률이 낮게 나타나는 착시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