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 TPC.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1982년부터 개최된 이곳에는 ‘공의 무덤’으로 불리는 홀이 있다. 17번홀(파3)이다. 홀컵까지 길이가 111m(올해 기준)에 불과하지만 그린 주변이 물로 둘러싸인 ‘아일랜드 홀’인 데다 바람의 방향과 세기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온 그린’도 어렵다. 해마다 선수들의 공을 평균 50개 이상 집어삼킨다. 지난 31년간 나온 홀인원은 지난해까지 10개가 전부였다.

올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는 홀인원이 두 개나 나왔다. 10일 대회 1라운드 헤이든 버클리(27·미국)에 이어 12일 3라운드에서 에런 레이(28·잉글랜드)가 홀인원을 기록했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7번홀에서 한 해에 홀인원이 두 차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경기에서는 ‘아이언맨’ 임성재(25)의 뒷심이 눈길을 끌었다. 하루에 27개 홀을 돌며 11타를 줄이는 괴력을 뽐냈다. 2라운드 9번홀까지 3오버파를 쳐 80위권에 머물며 커트 탈락 위기에 놓였던 그는 사흘 합계 8언더파 208타를 기록해 순위를 공동 8위까지 끌어올렸다.

세계랭킹 1위 탈환을 노리는 스코티 셰플러(27·미국)가 사흘 합계 14언더파 202타를 쳐 단독 선두를 달렸다. 우승하면 세계랭킹 1위로 복귀한다. 세계랭킹 1위 욘 람(29·스페인)이 2라운드를 앞두고 기권했고 세계랭킹 3위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도 커트 탈락했기 때문에 셰플러를 위한 판이 깔렸다.

호주 교포 이민우(25)가 3라운드에서 6타를 줄이며 12언더파 204타를 쳤고 셰플러에게 2타 모자란 단독 2위에 올랐다. 2017년 이 대회 우승자 김시우(28)는 안병훈(32) 등과 함께 5언더파 211타 공동 26위로 3라운드를 마쳤다. 김주형(21)은 1오버파 217타 공동 63위가 됐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