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올해도 법조인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각종 법률 리스크 검토뿐만 아니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및 해외사업 추진 등과 관련해 밀착 조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법 개정 후 여성 법조인 영입도 이어지고 있다.

1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이달 23일 정기 주총에서 국제 통상분야 전문가인 장승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법연수원 16기)와 노동법 전문가인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20기)를 새 사외이사로 임명할 예정이다. 판사 출신인 장 교수는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검사 출신인 최 교수는 김앤장 변호사, 중앙노동위원회 심판위원,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등을 지내며 노동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당면한 통상문제 해결과 노사관계 개선에 필요한 조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삼성화재와 효성은 김소영 전 대법관(19기)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총에 올린다. 김 전 대법관은 제29회 사법시험 수석 합격자로 공정거래 및 자본시장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여성 법관 중 처음으로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을 맡기도 했다. 두 회사는 김 전 대법관이 성장 및 주주 가치 제고, ESG 경영에 기여할 적임자로 보고 있다.

삼성SDS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18기)을 사외이사 후보자로 정했다. 문 전 총장은 검찰 재직 시절 손꼽히는 특수통이면서 디지털포렌식과 회계분석에도 이해가 깊은 인물로, 지난해 8월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로 합류했다.

해외 사업 및 외국 기업과의 거래 과정에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법조인도 인기다. 해외 진출에 힘을 싣고 있는 SPC삼립은 김앤장 최초의 외국인 국제변호사 제프리 존스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그는 서울시 외국인투자자문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여성 법조인들은 올해도 귀한 몸이다. 지난해 8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가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2개 기업 사외이사를 동시에 맡는 인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김소영 전 대법관(삼성화재·효성)과 최윤희 교수(현대차·한진칼) 외에도 김태희 평산 대표변호사(39기)가 SM엔터테인먼트와 신세계I&C의 사외이사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 대표변호사는 국세청과 법원(판사)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로 조세·회계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