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려아연·포스코, 금속전쟁 벌인다…36년 합작사도 청산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1987년. 포스코그룹과 고려아연이 의기투합해 합작사인 코리아니켈을 세운다. 포스코그룹에 안정적으로 니켈을 공급한 이 회사는 고려아연에서도 숨은 '신의 직장'으로 통했다. 실적과 직원 처우가 갈수록 좋아진 결과다.

이 회사가 돌연 청산절차를 밟기로 했다. 포스코그룹과 고려아연이 2차전지 핵심 원자재인 니켈을 조달하기 위해 독자적 공급망을 짜고 있어서다. 고려아연은 LG화학, 세계 2위 원자재 거래업체 트라피구라와 함께 니켈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풍그룹 계열사인 코리아니켈은 이달 중 주주총회를 열고 청산절차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연내 청산을 마무리할 계획인 코리아니켈은 지난해 니켈 생산시설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해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브라질 발레와의 니켈 원재료 공급계약, 포스코그룹과의 니켈 공급계약을 모두 종료하는 등 청산을 위한 수순을 밟았다.

코리아니켈은 작년 10월 포스코홀딩스(14%), 포항공과대(5%) 발레(25%)가 보유한 자사주 지분을 437억원(주당 18만4000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현재 이 회사 지분은 영풍그룹 계열사인 고려아연(34%)과 영풍(27%)이 61%를 보유 중이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사촌인 최내현 한국전구체·켐코 대표도 지분 10%, 영풍문화재단은 5%를 쥐고 있다. 기타 지분은 24%에 달한다.
[단독] 고려아연·포스코, 금속전쟁 벌인다…36년 합작사도 청산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코리아니켈은 1987년 5월 고려아연과 포스코그룹, 발레 등이 손잡고 세웠다. 이 회사는 1988년 울산 온산읍에 니켈 전기로 공장을 세웠다. 발레가 니켈 반제품을 이 공장에 공급하면, 코리아니켈이 니켈 완제품을 생산해 포스코에 납품하는 형태로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 667억원, 영업이익은 18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92억원에 달했다. 니켈이 2차전지 핵심 금속으로 주목을 받는 만큼 기업가치는 EBITDA 대비 10~20배 수준으로 추산된다. 코리아니켈 기업가치는 1920억~3840억원으로 파악된다.

고려아연과 포스코가 니켈 사업을 정리한 것은 니켈 사업에서 독자 노선을 걷기 위해서다. 두 회사는 각각 2차전지 원자재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2030년까지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니켈의 생산량을 22만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중국 자원기업 닝보리친과 2025년까지 인도네시아에 연산 6만t 규모의 니켈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전기차 120만 대부분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올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뉴칼레도니아에 연산 2만t 규모의 니켈 정제 공장도 건설 중이다. 2021년에는 호주 니켈 광산 업체인 레이븐소프의 지분 30%를 2억4000만달러(약 3100억원)에 인수했다.

[단독] 고려아연·포스코, 금속전쟁 벌인다…36년 합작사도 청산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고려아연은 LG화학과 손잡고 세운 합작사인 켐코와 한국전구체를 통해 니켈 제련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2017년 설립된 켐코는 고려아연과 LG화학이 각각 지분 35%, 10%를 보유한 회사다. 한국전구체는 켐코와 LG화학이 각각 지분 51%, 49%를 보유 중이다. 코리아니켈 온산공장 옆에서 생산설비를 운영 중인 켐코는 2차전지용 황산니켈(위 사진)을 생산해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를 만드는 한국전구체에 공급 중이다.

앞으로 켐코가 코리아니켈 공장 등을 인수해 니켈 제련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니켈 광석은 고려아연의 주주인 트라피구라, 전자폐기물 재활용 자회사 이그니오홀딩스, LG화학 조달처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고려아연과 LG화학 2차전지 동맹은 지난해부터 긴밀하게 진행됐다. 고려아연이 보유한 자사주 지분 6.02%를 LG화학의 자사주 0.47%와 맞교환한 바 있다. 당시 고려아연은 트라피구라에도 자사주 지분 4.35%를 넘긴 바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