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뱅크런, 스마트폰 때문에 이틀도 안 걸렸다…한국은?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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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SVB)이 자금 위기가 발생한 지 이틀도 안 돼 파산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SVB의 초고속 파산이 가능했던 요인으로 '스마트폰'을 꼽았다. 은행 앞에 줄을 서서 예금인출을 시도하던 과거의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과는 달리 스마트폰 뱅킹 앱에서 숫자 몇 번을 누르는 것만으로 예금 인출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모바일 뱅킹이 발달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뱅킹 포함 인터넷 뱅킹 등록 고객 수는 2억704만명으로, 전년 말 대비 8.5% 증가했다. 인터넷 뱅킹에 등록한 개인은 1년 사이 8.6% 증가한 1억9426만명으로 집계됐다. 법인은 같은 기간 7.2% 늘어 1278만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모바일 뱅킹 등록고객 수는 10.3% 늘어난 1억6922만명을 기록했다. 모바일 뱅킹 등록 고객 수는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의 영향으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를 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루 평균 모바일 뱅킹 이용 건수 역시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모바일 뱅킹 일평균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17.3% 확대된 1648만건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이용 금액은 14조2000억원으로, 10.3%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인터넷 뱅킹 이용실적 가운데 모바일 뱅킹이 차지하는 비중은 건수로는 85.4%, 금액으로는 18.6%로 각각 집계됐다.
입출금·자금 이체 서비스 이용 비중을 보면 모바일 뱅킹 포함 인터넷 뱅킹 비중이 77.7%에 달한다. 은행 창구를 직접 찾아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중은 5.5%에 그쳤다. 뱅크런이 무서운 것은 단순히 은행 부실 때문으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은행 부실이 심각하지 않아도 은행이 파산할 것이란 소문이나 예금자들의 추측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 시대에는 미확인 루머의 확산 속도도 빠르다. 이 때문에 위기 시 뱅크런의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SVB 사태도 스타트업이 많이 쓰는 사무용 메신저 슬랙으로 소문이 돌면서 시작된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한국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종합금융회사의 연쇄 부도, 2011년 저축은행 부실 등으로 뱅크런이 나타났다. 당시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은행 앞에 줄지어 선 예금자들의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다. 만약 한국에서도 또다시 위기가 발생한다면 SVB 사태와 비슷한 '디지털 뱅크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0년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의 디지털화 확산에 따른 금융회사의 유동성리스크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자금 이체의 시공간적 제약이 사라지면서 디지털 뱅크런 발생 가능성이 대두됐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한국 역시 모바일 뱅킹이 발달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뱅킹 포함 인터넷 뱅킹 등록 고객 수는 2억704만명으로, 전년 말 대비 8.5% 증가했다. 인터넷 뱅킹에 등록한 개인은 1년 사이 8.6% 증가한 1억9426만명으로 집계됐다. 법인은 같은 기간 7.2% 늘어 1278만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모바일 뱅킹 등록고객 수는 10.3% 늘어난 1억6922만명을 기록했다. 모바일 뱅킹 등록 고객 수는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의 영향으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를 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루 평균 모바일 뱅킹 이용 건수 역시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모바일 뱅킹 일평균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17.3% 확대된 1648만건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이용 금액은 14조2000억원으로, 10.3%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인터넷 뱅킹 이용실적 가운데 모바일 뱅킹이 차지하는 비중은 건수로는 85.4%, 금액으로는 18.6%로 각각 집계됐다.
입출금·자금 이체 서비스 이용 비중을 보면 모바일 뱅킹 포함 인터넷 뱅킹 비중이 77.7%에 달한다. 은행 창구를 직접 찾아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중은 5.5%에 그쳤다. 뱅크런이 무서운 것은 단순히 은행 부실 때문으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은행 부실이 심각하지 않아도 은행이 파산할 것이란 소문이나 예금자들의 추측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 시대에는 미확인 루머의 확산 속도도 빠르다. 이 때문에 위기 시 뱅크런의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SVB 사태도 스타트업이 많이 쓰는 사무용 메신저 슬랙으로 소문이 돌면서 시작된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한국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종합금융회사의 연쇄 부도, 2011년 저축은행 부실 등으로 뱅크런이 나타났다. 당시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은행 앞에 줄지어 선 예금자들의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다. 만약 한국에서도 또다시 위기가 발생한다면 SVB 사태와 비슷한 '디지털 뱅크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0년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의 디지털화 확산에 따른 금융회사의 유동성리스크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자금 이체의 시공간적 제약이 사라지면서 디지털 뱅크런 발생 가능성이 대두됐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