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부터 매일 100명씩 천원에 아침식사 판매
"식비 부담돼 한 끼에 몰아 먹는데 매일 와야겠다"
경희대 '천원의 아침밥' 고물가에 인기 폭발
"요새 식비가 너무 비싸잖아. 이 정도면 진짜 싼 거지. 난 계속 먹으러 올 거야."
13일 월요일 이른 아침부터 경희대 학생식당 앞엔 여느 때와는 다른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부터 단돈 1천원에 아침밥을 먹을 수 있다는 소식에 이 학교 학생들이 판매 시작 시간인 8시가 되기도 전에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새학기를 맞아 고물가에 밥값 걱정이 더 커진 대학생에게 편의점 도시락보다 싼 1천원짜리 식사는 '거저'나 다름없는 가격이다.

경희대 학생식당에서 판매하는 기존 아침 식사 가격 4천원에 비해서도 비교할 수 없이 저렴하다.

이날부터 키오스크에 새로 생긴 '조식 1천원' 메뉴를 누르는 학생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았다.

이날 시작된 '천원의 아침밥'에 나온 첫 메뉴는 흰밥과 따뜻한 소고기미역국, 계란프라이, 순두부와 간장, 김치였다.

아침밥으론 손색없는 근사한 한 끼다.

하루에 외식을 한 번 이상 할 수밖에 없다는 행정학과 성명찬(24)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식을 듣고 왔는데 메뉴가 생각보다 괜찮다"며 "아무래도 (식비가)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는데 좋은 취지의 행사가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0명이 넘는 학생이 식권을 사려고 줄을 늘어섰고 100인분이 준비된 이날 천원의 아침밥은 30분 만에 '품절'됐다.

평일 아침에는 절반도 차지 않던 학생식당이지만 이날은 천원의 아침밥 덕분에 80% 가까이 자리가 채워져 활기가 돌았다.

경희대 '천원의 아침밥' 고물가에 인기 폭발
퇴식구로 향하는 밥공기와 반찬 그릇은 깨끗이 비어 있었다.

아침식사보다 '천원짜리 아침밥'을 기대했던 것인지 100장이 매진된 이후로는 4천원짜리 식권을 사는 학생이 급격히 줄었다.

경희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은 이날부터 매일 오전 8시∼9시30분 하루에 100인분씩 총 1만2천600인분의 아침식사를 1천원에 제공한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이 끝났지만 고물가 속에서 외부활동이 잦아진 대학생의 식비 부담을 줄이는 한편 건강한 아침밥으로 결식률을 줄이기 위해서다.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울시립대 등도 농정원의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선정됐다.

경희대의 경우 정부가 1천원, 대학본부가 1천500원, 생협이 500원을 나눠 부담하는 방식으로 아침식사 가격을 4천원에서 1천원으로 낮췄다.

경희대 '천원의 아침밥' 고물가에 인기 폭발
천원의 아침밥을 학생들이 반기지 않을 이유는 없다.

친구와 함께 아침을 먹은 경영학과 손민서(22) 씨는 "자취하면 생활비와 식비가 부족해 주로 학식(학생식당 식사)만 먹게 되는데 1천원으로 아침을 든든히 시작하면서 늦잠도 자지 않고 돈도 배 이상 아낄 수 있어서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영학과 안소정(22) 씨는 "천원의 아침밥 행사를 보고 이제부터 늘 건너뛰던 아침을 먹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모든 끼니를 사 먹어야 해 식비가 넉넉지 않아 되도록 한 끼에 합쳐 먹으려 하는데 매일 와서 먹을 것"이라며 웃었다.

학교 측은 행사 첫날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끈 천원의 아침밥 제공 인원을 더 늘릴 계획이다.

경희대 관계자는 "원래 아침식사 인원이 40∼50명에 불과하지만, 오늘은 오전 8시30분에 이미 100명분이 끝나 이후에 온 학생은 제값을 주고 사 먹었을 것"이라며 "다음 주부터는 150∼200명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15일 하루 1천원을 더 부담해 '무료 아침밥' 행사를 열기로 했다.

경희대 '천원의 아침밥' 고물가에 인기 폭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