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정문.     샌타클래라=서기열 특파원
폐쇄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정문. 샌타클래라=서기열 특파원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진출한 영국, 독일, 중국 등에서도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을 막기 위한 노력이 더해지고 있다. 이들 해외 법인이 무너지게 되면 이와 연계된 지역은행이나 스타트업까지 연쇄 도산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SVB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벤처 대출' 상품으로 전세계에 진출, 각국의 스타트업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인접국인 캐나다를 비롯해 영국, 독일, 스웨덴 등 유럽 그리고 인도, 중국 등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기술 인재가 풍부하고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한 국가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이들 국가의 법인에서도 뱅크런이 발생해 예금 인출이 막히면 예금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은 운영자금이 묶여 회사를 끌고 나가기 어려워진다.

영국 SVB에 돈을 맡긴 스타트업 180여곳은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에 서한을 보내 "예금 손실이 발생하면 스타트업 생태계를 20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지원을 촉구했다. 영국 재무부는 영국 대형은행들이 SVB 영국법인 예금을 인수하는 방안을 협의중이다. SVB 영국법인에 계좌를 보유한 스타트업은 300여곳이며 이들이 맡긴 예금은 총 30억달러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금융당국이 SVB 영국법인에 대한 해법을 내놓기 위해 논의중인 가운데 영국 청산은행 중 하나인 런던은행 컨소시엄이 SVB 영국법인 인수를 공식 제안했다. 이 외에도 바클레이스, 로이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왕가의 투자회사인 로열그룹, 소프트뱅크의 지원을 받는 오크노스, HSBC홀딩스 등도 인수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VB의 중국 합작법인인 SPD실리콘밸리은행은 고객들에게 "은행이 SVB로부터 독립적이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하며 인출 자제를 요청했다. 중국 상하이푸동개발은행과 SVB가 지분 50%씩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금융당국도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주말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중소 규모의 지역 은행에 대한 리스크도 커졌다. SVB처럼 자산의 대부분을 장기채권에 투자한 지역은행들도 비슷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런 위기감을 반영해 지난 10일 퍼스트리퍼블릭뱅크는 14.8%, 팩웨스트뱅코프는 37.91%,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는 20.88% 하락했다. 이에 대응해 퍼스트리퍼블릭뱅크는 12일 JP모건과 미국 중앙은행(Fed)로부터 700억달러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