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자금 대부분 대출로 운용, 유가증권 투자 미미…SVB와는 달라"
예금 급증한 2금융권, SVB 영향 미미할듯…연체율 우려는 지속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지난해 수신 잔액이 급격히 늘어난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SVB 사태가 2금융권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으나, 연체율 지표 등이 악화하는 추세인 만큼 건전성 관리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1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잔액은 6개월 전보다 7.2% 증가한 251조원, 신협의 수신 잔액은 6.8% 증가한 130조원이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의 수신 잔액도 각각 3.2%씩 늘어난 120조원, 459조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비은행 금융기관의 수신 잔액 증가율(0.95%)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금융시장 자금경색 상황에서 2금융권은 고금리의 예·적금 상품을 선보이며 자금을 끌어모았다.

SVB의 경우 공격적으로 유치한 예금을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에 투자했는데, 갑자기 늘어난 고객의 예금 인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매각하면서 큰 손실을 봤다.

그동안의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같은 시기 고금리로 자금을 끌어온 국내 2금융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으나, 감독 당국은 SVB 사태가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저축은행의 유가증권 투자는 상대적으로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며 "SVB 관련 리스크 노출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 역시 "저축은행은 자금을 조달한 뒤 대부분 대출로 운용을 하는 데다 대출도 기업, 개인 등으로 분산돼 있어 SVB가 당면한 리스크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다만 2금융권이 보호해야 할 예금은 크게 늘었음에도 연체율 지표 등이 악화하는 추세인 만큼 건전성 관리 필요성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3%로, 6개월 전보다 0.4%포인트(p) 상승했다.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지난 4분기 말께에는 3%대 초중반까지 상승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달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제한돼 있어 2금융권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점은 역마진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금리 산정체계 모범규준에 따라 조달금리가 대출금리에 반영될 때까지 6개월가량 시차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최근 저축은행의 대출금리는 작년 10∼11월 자금경색 당시의 높은 조달금리 수준을 반영해 지난 연말보다 오히려 상승한 상황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시장 금리가 즉각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에는 조달금리가 뒤늦게 반영된다"면서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 이상으로 금리를 올릴 수는 없는 만큼 불량률이 높은 고객에게는 대출을 못 내주는 '컷 오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