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염색·세라믹·비파괴검사 업계가 잇달아 정부에 뿌리산업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심해지면서 외국인 근로자 쿼터 확대와 정책자금 지원 같은 정부의 뿌리산업 육성 정책의 혜택을 보기 위해서다.

뿌리산업이 뭐길래…"우리도 지정해 달라"
13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섬유업계와 염색업계는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여러 차례 뿌리산업으로 지정해 줄 것을 건의했다. 세라믹업계와 비파괴검사업계도 지방자치단체와 고용노동부 등을 통해 뿌리산업 지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섬유는 패션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자동차, 항공, 우주, 의료 등 제조업의 핵심 소재로 널리 쓰인다”며 “심각한 인력난을 겪는 업계에 외국인 고용 한도 확대 등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염색업계도 도금과 공정 기술에서 큰 차이가 없다며 뿌리산업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계 핵심 소재인 세라믹업계와 선박 항공 등의 내부 균열을 파악하는 비파괴검사업계도 기존 뿌리기업과 연관성이 크다며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자동차, 조선, 전자, 반도체 등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기술을 육성하기위해 2011년 주조 금형 단조 용접 도금 열처리 등 6대 기술 업종을 지원하는 뿌리산업법을 제정했다. 뿌리 기업으로 지정되면 외국인 근로자 고용 한도가 10~20%(업체당 2~5명)가량 확대되고, 연구개발(R&D) 지원 등의 혜택을 볼 수 있다. 또 특화단지 조성시 하면 공동 폐수처리시설 등 인프라 구축비용을 지원받는다. 정부는 2021년엔 4차산업혁명과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위해 △사출·프레스 △정밀가공 △적층 제조 △센서 등 8개 업종을 뿌리산업에 추가했다.

기존 뿌리산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조 금형 등 6대 뿌리 기본 업계는 최근 임원 모임을 하고 뿌리산업 범위 확대 논의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8개 업종이 추가됐음에도 정부의 뿌리산업 예산은 동결됐다”며 “또 다른 업종까지 추가되면 지원 규모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역시 추가 지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뿌리기업은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제조업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기반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 편입을 희망하는 업종의 기업들은 그렇지 못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섬유산업의 경우 소속 기업체만 7만개가 넘어 현재 뿌리산업 전체 기업수(5만1000여개)를 훌쩍 넘는데다 봉제 등 제조업과 관련 없는 분야도 포함돼 있다”며 “너무 많은 산업들이 지정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뿌리산업법은 '중소제조업법'으로 누더기가 돼 법 제정 취지도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