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에 있는 화양초등학교가 최근 문을 닫았다. 농촌에서 있는 일로 여겨지던 초등학교 폐교가 서울에서도 일어난 것이다. 올해 서울 초등 교사 임용시험 합격자 114명은 전원 발령받지 못 하고 대기 상태라고 한다. 요즘 소아청소년과 병원에는 진료 시간 전부터 손님이 몰리는 ‘오픈런’이 벌어진다고 한다. 이런 현상의 배경엔 공통된 원인이 있다. 작년 합계출산율 0.78명의 초저출산이다. 출산은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그러나 그 결과는 사회 곳곳에 뜻하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한국 사회에서 저출산의 ‘외부 효과’가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

○출산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

출산은 선택이지만…너무 안 낳으면 나라 휘청거려요
외부 효과(externality)란 어느 한 사람의 행위가 제3자에게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만, 그에 대한 대가는 지불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외부 효과엔 긍정적 외부 효과와 부정적 외부 효과가 있다. 감염병 예방 접종은 긍정적 외부 효과의 사례다. 예방 접종하는 사람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백신을 맞는다. 그런데 예방 접종한 사람이 전염병에 걸리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 역시 감염 위험이 낮아진다.

유해 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은 부정적 외부 효과를 일으킨다. 유해 물질은 공장 근처 주민들은 물론 사회 전체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

출산은 여러 가지 긍정적 외부 효과를 낳는다. 사회적으로 보면 출산은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소비 시장을 형성하는 기능을 한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사회가 치르는 비용도 있지만, 그렇게 키운 아이는 납세자가 돼 국가 재정에 기여한다. 심각한 저출산은 정반대의 부정적 외부 효과를 일으킨다. 영유아 관련 산업이 위축되고, 병력 자원이 줄어들며, 재정 부담도 커진다.

○규제냐, 세금이냐, 보조금이냐

외부 효과는 시장이 때로는 비효율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시장에만 맡겨두면 유해 물질은 사회적 최적 수준보다 많이 배출될 것이고, 백신 접종은 최적 수준보다 적게 이뤄질 것이다. 외부 효과는 당사자 간 합의로 해결될 수도 있다. 공장이 유해 물질을 배출하는 대신 지역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합의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정부가 개입한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수단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규제를 가할 수 있다. 유해 물질을 배출하는 기업에 벌금을 매기고, 백신 접종을 안 한 사람에게 공공장소 출입 제한 등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보다 시장 친화적인 개입 방식은 세금과 보조금이다. 부정적 외부 효과를 낳는 행동은 세금을 부과해 억제하고, 긍정적 외부 효과를 낳는 행동은 보조금을 지급해 촉진하는 것이다. 유해 물질 배출에 세금을 매기면 공장의 생산 비용이 커진다. 이에 따라 공장의 공급 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한다. 즉, 공장의 생산량이 감소한다. 따라서 유해 물질 배출도 줄어든다. 백신 접종에 보조금을 지급하면 수요 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즉, 더 많은 사람이 백신을 접종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돈으로 출산율 높일 수 있을까

정부가 저출산 대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보조금을 지급해 출산율을 사회적 최적 수준에 가깝게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나타난 결과는 합계출산율 0.78이라는 유례없는 초저출산이다. 이에 대한 경제학적 해석은 보조금이 출산에 대한 수요를 자극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김성은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위 외부성과 한국의 저출산’ 논문에서 “내 아이가 다른 집 아이보다 앞서가기를 기대하는 부모들은 아이를 더 낳지 않고, 이미 태어난 아이에게 자원을 집중한다”며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남과 비교를 중시하는 한국의 문화적 요인을 지적한 것이다. 돈으로만 해결할 수는 없기에 더욱 어려운 숙제가 저출산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