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전술적 요충지 바흐무트에서 벌어진 전투로 러시아군이 1100명 넘게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이 격화하며 바흐무트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치열한 전선이 되고 있다.

○‘요충지’ 바흐무트 놓고 격전

"바흐무트 투입 러軍, 1주일새 1100명 사망"
13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밤 영상 연설에서 “바흐무트에서 지난 6일부터 1주일도 안 돼 1100명 이상의 적군(러시아군)을 사살했다”며 “러시아군의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 1500명도 더 이상 전투에 참여할 수 없을 정도의 중상을 입었다”며 “적의 장비 수십 대와 탄약고 10곳 이상이 파괴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를 점령하기 위해 대규모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곳을 점령하면 러시아는 지난해 9월 주민투표를 강행한 네 개 지역 중 하나인 도네츠크 지역 전체를 가져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군은 현재 도네츠크주 남부와 인근 루한스크주를 대부분 점령했다.

바흐무트 전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러시아 민간 용병 그룹 와그너가 주도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 지역에서 220명이 넘는 우크라이나군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바흐무트를 지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미국 의회 방문 당시 바흐무트 군인의 서명이 빼곡한 우크라이나 국기를 선물하며 이 지역을 사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방어로 러시아군은 공격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공세를 주도하는 와그너 전투원들이 시내에 갇혀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러, 전쟁 계기로 세(勢) 확대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후 1년간 서방에 맞서는 신흥국 세력을 모으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최근 보고서에서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비난하는 국가 수가 신흥국 이탈의 영향으로 1년 전 131개에서 122개로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중립적이던 국가들이 양측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러시아 측으로 기울고 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편향 국가는 경제 규모로 보면 아직 작지만 인구 합계로 보면 비슷한 수준이다. ‘반(反)러시아 블록’과 ‘친(親)러시아 블록’의 국내총생산(GDP) 총합은 각각 67.9%, 20.1%로 집계됐다. 국가별 인구 합계로는 각각 36.2%, 33.1%를 차지했다. EIU는 “러시아와 중국은 대러 경제 제재의 영향을 축소하고 이전 ‘식민지 강대국’(제국주의 국가)에 대한 분노를 활용해 중립 성향의 국가들에 구애하고 있다”며 “서방 민주주의와 외교에 큰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