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는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과 시그니처은행의 파산에 이어, 또 다른지역 은행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당국의 지원 조치에 힘입어 반등했다.

13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오전 10시 8분 현재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14.56포인트(0.67%) 오른 32,124.20을 기록 중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2.03포인트(0.31%) 상승한 3,873.62를,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52.37포인트(0.47%) 뛴 11,191.25를 나타냈다.

투자자들은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파산에 따른 금융시장 여파,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3월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주시하고 있다.

개장 초 선물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했으나 시장이 개장 이후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다.

다만 지역 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하고 있어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실리콘밸리의 SVB가 파산한 이후 디지털 자산과 상업 부동산 등에 집중해온 시그니처 은행도 파산하며 투자 심리가 악화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 나온 후 다른 은행들도 연이어 파산하면서 제2의 SVB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지원을 약속하고, 신속하게 위기를 차단하려고 애쓰면서 불안은 다소 완화됐다.

주말 동안 연준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SVB와 시그니처 은행의 고객 예치금을 보험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간을 지원하기 위한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 Bank Term Funding Program)'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개장 전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 은행 시스템이 안전하다고 안심해도 된다"라며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필요한 어떤 일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와 같은 파산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의회와 금융당국에 관련 규제를 강화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실리콘밸리 소재 다른 은행인 퍼스트 리퍼블릭의 주가가 뱅크런 우려로 70%가량 폭락한 후 거래 중단됐다.

전날 퍼스트 리퍼블릭이 연준과 JP모건체이스로 자금을 조달해 아직 쓰지 않은 가용 유동성이 700억달러로 늘었다고 밝혔다는 소식도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금융기관 찰스슈왑은 주가가 폭락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충분한 유동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충분한 유동성이 있어 미실현 손실이 난 만기보유(HTM) 증권을 전혀 매각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찰스슈왑의 주가는 장중 20% 이상 폭락 중이다.

공포지수로 통하는 변동성지수(VIX) 13%가량 올라 28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국채가격은 급등세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급락하고 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20bp 이상 하락하며 3.49% 근방에서 거래됐다.

장중 최저 3.43%까지 밀렸다.

2년물 국채금리는 50bp 이상 떨어지며 4.08% 근방에서 거래됐다.

이는 한때 3.98%를 기록하며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2년물 금리는 지난 8일 5%를 돌파했다가 3거래일만에 3% 후반까지 밀린 셈이다.

금융 불안이 커지면서 은행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주가는 0.6% 하락하며 선방하고 있으나,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뉴욕멜론 은행의 주가는 모두 4% 이상 하락했다.

씨티그룹과 웰스파고의 주가는 모두 5% 이상 하락 중이다.

지역 은행주들의 타격은 더욱 크다.

퍼스트 리퍼블릭이 69% 이상 하락한 후 거래 중단된 상태이며, 팩웨스트방코프가 51% 하락한 후 거래 중단됐다.

웨스턴얼라이언스방코프의 주가는 82% 폭락한 후 거래 중단된 상태이며, 자이온스의 주가도 31% 하락한 후 거래 중단됐다.

키코프의 주가는 34% 이상 하락 중이다.

금융시장 불안에 연준이 3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도 커졌다.

미 금리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3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87%로 전날의 60% 수준에서 크게 높아졌다.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0%로 전날의 40%에서 떨어졌고, 동결 가능성도 12%까지 새롭게 부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금융시장 불확실성으로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점쳤다.

특히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미실현 채권 손실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준의 긴축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되고 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당국의 조치가 효과를 낼지 주시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로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우려는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잔나 스트리터 시장 담당 책임자는 마켓워치에 "SVB 붕괴 이후 주말 동안 전이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치열한 협상 끝에 백기사들이 구조에 나서고 있다"라며 "투자자들은 SVB 파산 여파를 막기 위한 규제 조치가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지를 숨죽이며 주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당국의 과감한 조치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 리서치 담당 대표는 마켓워치에 "연준의 대응이 잠재적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며 "연준이 계속 금리를 올리면 은행 사업의 스트레스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스타트업에 대한 피해는 연준이 금리 인상 없이 고용 성장을 둔화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동시에 "신용 성장의 둔화는 경제 둔화를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시 말해 연준이 더 높게 더 오래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기조에서 인상 중단 가능성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이는 초기 여진이 지나가면 올해 남은 기간 주가가 긍정적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유럽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독일 DAX지수는 2.66% 하락했고, 영국 FTSE지수는 1.86% 떨어졌다.

프랑스 CAC지수는 2.46% 밀렸고, 범유럽지수인 STOXX600 지수는 2.14% 하락했다.

국제유가도 일제히 하락 중이다.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83% 하락한 배럴당 74.56달러에, 5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전장보다 2.49% 밀린 배럴당 80.79달러를 나타냈다.

뉴욕증시, '제2 SVB' 우려에도 소폭 반등 출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