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당국이 실리콘밸리은행(SVB)와 시그니처뱅크의 파산 이후 '예금 전액 보장'이라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음에도 13일(현지시간) 개장 후 지역은행 주가는 급락했다. 불안함을 느낀 예금주들이 SVB 만큼은 아니지만 인출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샌프란시스코의 지역은행은 퍼스트리퍼블릭의 주가는 이날 개장 초반 70.56% 하락하며 거래 중지됐다. 지난 한주 33% 하락 후 전날 미 중앙은행(Fed)와 JP모건로부터 700억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지만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또다른 지역은행 웨스턴얼라인언스뱅코프의 주가도 62.12% 급락하며 거래 중지됐다. 미 동부시간 11시15분 기준 팩웨스트뱅코프 49.47%, 시온뱅코는 21.71%, 키뱅크 24.46% 등 큰 폭으로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지역은행 주식을 추종하는 SPDR S&P 지역은행 ETF는 장초반 17.3%까지 떨어졌다가 반등, 7.6%가량 하락한 채 거래되고 있다.

대형 금융사도 영향을 받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장 초반 6%까지 떨어졌다가 2.5%대까지 하락폭을 줄였다. 찰스슈왑은 18%까지 떨여졌다가 9.9%대 하락한 채 거래되고 있다.

은행주의 하락은 중형 은행에서도 대규모 예금 인출의 리스크가 잠재됐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의 케이스 호로위츠 애널리스트는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은 고액 예금과 부유한 고객들이 집중된 지역은행이 SVB 만큼 빠르지는 않더라도 예금 인출의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면서 "현재의 취약한 환경 속에서 이들 은행이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액 예금자들이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예금 다각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금융당국이 예금 전액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고는 하지만 심리적으로 예금에 불안감을 느낀 예금자들이 인출에 나설 수 있다. 예금 보호한도가 25만달러인 만큼 이를 초과하는 예금을 다른 은행들로 분산할 가능성도 있다. 오펜하이머도 "불행하게도 SVB 붕괴로 인해 보호한도를 초과하는 예금이 중소형 은행에서 다양한 대형은행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이런 흐름은 은행 업계가 더 어려운 경영환경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BoA의 에브라힘 푸나왈라 애널리스트는 "금융 당국이 은행 건전성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자금조달비용과 운영비용이 기존보다 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