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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따라잡기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혼조세를 보이고 있는 증시가 새로운 저점을 맞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의 발빠른 대응책 마련 이후 큰 혼란은 피했지만 이번 사태로 드러난 긴축의 부작용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투자전략최고책임자(CIO)는 SVB 사태에 대해 "지난 한 주 동안 실리콘밸리은행이 문을 닫는 속도와 규모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으며, 심지어 몇 달 동안 주식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했던 투자자들도 전형적인 자산과 부채의 불일치, 예금자가 감수하는 높은 위험 등을 근거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증시 상황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던 이들마저도 SVB 사태는 '충격'을 줄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사태가 "2007~2009년과 같이 전체 은행 시스템을 괴롭히는 시스템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다"고 했다. 예금보험공사가 나서 모든 예금에 대한 지급 보증을 해주기로 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윌슨 CIO는 "경제의 많은 부분에서 이미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주 발생한 사건은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특히 실적에 대한 성장 전망은 비관적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주 이벤트는 우연하거나 특이한 충격이라기보다는 마이너스 실적 성장률 전망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라고 봤다. "연준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으며 연준이 금리 인상이나 양적 긴축을 일시 중단한다고 해도 이를 되돌릴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대신 컨센서스 및 기업의 기대치에 비해 추가적인 실적 실망이 발생할 확률이 높으며, 이는 이번 약세장이 끝나기 전에 주가가 다시 하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입장이다.

윌슨 CIO는 이번 사태가 "연준의 정책은 시차가 길고 가변적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했다. 연준의 정책이 길고 다양한 시차를 두고 작동하기 때문에 예기치 못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연준과 투자자가 연준의 정책 변화가 원하는 효과를 내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요 변수 중 상당수는 고용 및 인플레이션 지표와 같은 후행적 변수"라며 "소비자 및 기업의 신뢰지수와 같은 선행적인 데이터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보다는 앞으로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를 더 잘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투자자와 연준의 시각이 주식 및 채권 가격과 같은 시장 기반 금융 상황 수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점도 살펴봐야할 포인트라고 했다. 그는 "수익률 곡선과 같은 전통적인 지표는 지난 6개월 동안 경고 신호를 보내왔으며 지난주에는 사이클의 최저점 근처에서 마감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은행의 관점에서 이러한 금리 역전은 일반적으로 수익성 있는 신규 대출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신규 대출은 통화 공급이 확대되는 방식"이라며 "그러나 지난 한 해 동안 은행 자금 조달 비용이 연준의 높은 기준금리를 따라가지 못해 은행은 수익성 있는 순이자 마진으로 신용을 창출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대부분의 은행들은 예금주들이 다른 곳에서 훨씬 더 나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늦게 깨달았기 때문에 단기 국채과 같은 시장 금리보다 훨씬 낮은 금리를 지불해 오면서도 버틸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최근 예금주들이 기존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여 MMF, CD 등 수익률이 높은 증권에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궁극적으로 은행은 예금주에게 지급하는 이자율을 인상하기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게 되면 수익이 감소하고 대출 공급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현대 역사상 가장 빠른 연준의 긴축 사이클에도 불구하고 성장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견해를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지난 몇 달간 논의해 온 대부분의 산업에서 마진 악화가 이미 악화되고 있었고, 통화 공급 긴축으로 인한 기대치 대비 수익성 부족은 이러한 부정적인 영업 레버리지 역학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단언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