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여파에 안전자산 금 가격 1900달러 회복 [원자재 포커스]
미국 주요 은행들의 줄도산 여파로 금 가격이 온스당 1900달러선을 회복했다.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 매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2.4% 오른 1914.05달러에 거래됐다. 온스당 1900달러를 다시 회복한 것이다. 금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4.8% 상승했다.

금은 달러와 함께 안전 자산으로 꼽히지만 달러 가치 하락에 대비하는 대안투자 성격이 강해 일반적으로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올해 들어 이른바 ‘킹달러’가 시작되면서 금값은 추락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이후 시그니처은행도 파산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고 있다.

시티 인덱스의 매트 심슨 수석 애널리스트는 "금은 확실히 되살아났고 안전한 피난처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SVB 사태로 미국의 금리 인상 폭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커지면서 당분간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등 변수는 남아있다.
금 가격 추이. 사진=블룸버그
금 가격 추이. 사진=블룸버그
미국 당국이 SVB와 시그니처 은행의 모든 예금을 보호하고 은행에 손실 없이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긴급 발표한 만큼 향후 시장이 진정될 가능성도 있다. 이날 중소 규모 지역은행들은 뉴욕증시에서 폭락세를 이어가다 곧바로 거래 중지 됐다..

헤라우스의 알렉산더 줌페 귀금속 딜러는 "SVB 파산이 미국의 다른 금융기관에 퍼지는 여파가 한정되고 독립적 이벤트로 끝난다면 금값은 최근 랠리를 반납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심슨 애널리스트도 "위험(리스크)이 억제됐다는 것이 분명해지면 금은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금속 상품도 상승했다. 세계 최대 비철 금속 장터인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와 알루미늄은 각각 0.8%, 0.9% 상승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은값도 1% 넘게 올랐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