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과 경쟁 가능성 없어
알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13일(현지시간)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의 강자인 미국 바이오텍 시젠(Seagen) 인수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인수 규모는 430억달러(약 56조원)다. 2019년 6월 애브비가 엘러간을 630억달러에 인수한 이후 최대다. 화이자는 2030년까지 시젠이 연간 100억달러의 매출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화이자 경영진은 시젠 인수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대응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의약품 전문매체 엔드포인트뉴스에 따르면 불라 CEO는 "시젠이 시판 중인 의약품 가운데 한 가지(투카티닙)를 제외하면 모두 바이오의약품"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는 IRA 시행에 따라 정부와 약값 협상을 하기 전까지 긴 배타적 기간을 갖는다는 걸 의미한다"고 했다.
지난해 미 의회를 통과한 IRA에 따르면, 지출액 상위 50개 의약품 가운데 복제약(제네릭·바이오시밀러)이 나오지 않은 오리지널 의약품 중 일부가 정부와의 약가 협상 대상(메디케어 파트D)이 된다.
바이오의약품은 출시된 지 13년, 저분자 화합물은 9년 이상 지난 제품이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화이자의 항응고제 '엘리퀴스'를 약가 협상 후보 약물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화이자의 지난해 엘리퀴스 매출은 약 65억달러다. 메디케어 지출액 기준(2020년)으론 99억달러다. 메디케어 지출액 중 규모가 가장 크다. 특허는 2026년 끝난다.
IRA 시행으로 화이자는 주요 제품의 약가 인하 가능성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화이자는 바이오의약품이 주력인 시젠을 인수해 시간을 벌 수 있다.
엔드포인트뉴스는 "화이자가 시젠 인수를 추진한 이유 중 하나는 시젠이 IRA와 이에 따른 메디케어 약가 협상 역풍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메디케어 파트D 가입자의 연간 자기 분담금을 2000달러로 제한하는 점도 화이자의 시젠 인수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지목된다.
불라 CEO는 "(자기부담이 줄어) 더 많은 사람이 시젠이 개발한 것과 같은 고가의 항암제에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 예산국도 메디케어 가입자(파트D)의 현금 지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더 많은 의약품을 사용할 것으로 IRA의 영향을 예상했다.
불라 CEO는 시젠이 개발하는 ADC는 단일항체나 다른 바이오의약품과 달리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와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그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오리지널 단일항체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간의 경쟁을 ADC 시장에서는 볼 가능성이 없다고 언급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3월 14일 11시 42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