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클볼을 즐기는 빌 게이츠. (사진=빌게이츠 유튜브 캡처)
피클볼을 즐기는 빌 게이츠. (사진=빌게이츠 유튜브 캡처)
탁구 배드민턴 테니스를 합쳐놓은 듯한 스포츠 피클볼(pickleball) 은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 중 하나다. 구멍 뚫린 공을 라켓으로 받아치는 방식인데 쉽고 단순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50년 넘게 사랑하는 운동으로도 알려져 있다. 최근 피클볼이 역대급 전성기를 누리는 가운데 피클볼이 유발한 소음과 혼란은 일부 사람들을 미치게 하고 있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CNN이 전했다. 마을, 주택 소유자들, 주민들은 피클볼 경기를 제한해야한다며 새로운 코트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스포츠피트니스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피클볼을 즐기는 인구는 지난해 890만명으로 3년간 159% 늘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포츠’로 선정되기도 했다. 피클볼은 1965년 처음 시작돼, 사교와 운동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스포츠로 시니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테니스보다 공의 이동 속도가 느리고 경기장 크기가 테니스 코트 절반도 안돼 체력 소모가 덜 하다. 단식 또는 복식으로, 한쪽이 11점을 획득할 때까지 진행된다. 다양한 연령층이 접근할 수 있고 규칙도 간단하다. 피클볼은 팬데믹 때 야외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안전한 운동으로 각광 받으면서 경기장 수요가 급격히 늘었고 미국 전역 체육관과 공원에 새로운 코트가 지어졌다. 미국피클볼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국에서 피클볼을 할 수 있는 장소는 1만1000개로 한달에 약 130개씩 증가했다.

문제는 소음이다. 구멍 뚫린 공을 라켓으로 칠 때마다 ‘팡(POP)’하는 소리가 듣는 사람에 따라 꽤나 거슬린다. 피클볼을 때리는 소리는 선수들에게는 경쾌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괴로울 수 있다. 또 피클볼은 테니스와 비교해 더 작은 공간에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사교를 위한 스포츠다보니 경기 도중 점수가 날때마다 선수들끼리 농담을 주고 받다보면 경기장은 늘 시끌벅적하다.
사진=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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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주 팔머스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그의 집에서 350피트(약 100m) 떨어진 곳에 피클볼 경기장이 지어지자 집을 팔고 이사했다. 그와 이웃들은 “새로 생긴 피클볼 경기장으로 마을이 준수하는 일상적이고 불쾌한 소음 기준을 넘어섰다”며 “가정이 누려야할 조용하고 평화로운 즐거움이 깨졌고 신체적 육체적 건강을 침해받았다”고 마을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버지니아주 비엔나의 공원 옆에 사는한 주민도 담당 부서에 민원을 냈다. 그는 “일주일에 매일 하루 12시간씩 펑펑 터지는 소리를 듣는 것은 고문”이라며 “피클볼 때문에 더 이상 야외 공간을 사용할 수 없고 창문도 열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피클러들이 테니스 코트까지 점령하면서 테니스업계도 울상이다. 테니스업계는 피클볼에 밀려 테니스의 인기가 줄지 않도록 다른 기관들과 협력하고 있다. 체코 출신의 ‘테니스 여왕’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는 지난해 트위터에 “피클볼이 인기가 있다면 스스로 코트를 짓게 해야한다”고 적었다. USTA는 두 스포츠가 공존할 있도록 모범사례외 지침을 함께 제시했다.

또한 피클볼 경기장이 우후죽순 생김에 따라 어린 아이들이 공원에서 놀 수 있는 공간도 줄었다. 부모들은 “피클러들이 매일 운동장에 끝없이 몰려든다”며 동네 운동장에서 피클볼을 금지하자는 뉴욕시 청원에 3000명이 서명했다.

소음 전문 컨설팅업체의 한 엔지니어는 “소리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코트를 개조한다면 불행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닥다닥 붙은 피클볼 경기장에서 여러 게임이 동시에 진행되면 1초마다 여러 번의 팡 소리가 동시에 울려 굉장히 시끄럽기 때문에, 피클볼 코트는 배경 소음을 고려해 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주택 근처에 지어질 경우 장벽을 세워 소리를 막거나 소리가 덜 나는 공과 라켓 사용을 의무화 하고 경기시간을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