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종사자들에게 "주 69시간제 도입 결코 허용 않겠다…장기적으로 주 4.5일제 추진"
이재명, 尹 '근로시간 개편 보완' 지시에 "재검토 지시는 다행"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4일 정부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늘리는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법 개정이 필요한 영역에 관한 한, 노동시간 연장이나 주 69시간제 도입 등을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경기 성남시 판교의 한 공유 오피스 건물에서 '주 69시간 장시간 노동, 크런치 모드 방지를 위한 IT(정보통신) 노동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이른바 '크런치 모드'(게임 출시 직전 고강도 근무체제) 등 열악한 노동환경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되는 IT업계 종사자들을 만나 고충을 듣고 정책의 문제점을 부각한 것이다.

이 대표는 "'판교 오징어잡이 배'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나쁜 환경을 개선하지는 못할망정 전 부문을 장시간 노동 현장으로 만들려는 퇴행적 조치"라며 "안 그래도 대한민국의 산업재해 사고율도 가장 높은 수준인데,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 악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국민 대다수의 삶이 악화되지 않게, 장기적으로는 대선에서 말씀드린 주 4.5일제 도입을 오히려 추진하는 계획을 수립해 '워라밸'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尹 '근로시간 개편 보완' 지시에 "재검토 지시는 다행"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 종사자들은 "자칫 '과로 자살'같은 일이 IT업계에 반복될까 우려된다", "주 52시간도 지키지 못해 69시간을 일하자는 회사에서 나중에 한 달을 쉬게 해줄 수 있겠느냐" 등 우려의 말을 쏟아냈다.

의견을 들은 이 대표는 "삽질·곡괭이질을 하는 단순노동이라면 채찍을 들고 빨리 하라며 노동시간을 늘리면 생산성이 늘어나지만, 정신노동을 하는 창의적인 영역에서 노동시간을 늘려 생산성을 높인다는 방식으로 과연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겠느냐"며 "장시간 노동을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생각은 시대착오"라고 맞장구쳤다.

또 '근로시간 기록'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소개되자 "빨리 논의해야겠다.

저도 관심을 두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상은 바뀌는데 새로운 길을 내야 할 지도자, 혹은 정치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오히려 옛날 오솔길로 돌아간다"며 "120시간 이야기를 할 때도 있던 것 아니냐. 계산해보니 잘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더라"고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했던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을 꼬집은 것이다.

이 대표는 노조 설립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유가 유행인데, 자유라는 것은 힘의 균형이 맞을 때 가능하다"며 "힘의 균형이 깨졌을 때 형식적 자유를 허용하면 약탈을 허용하는 것이다.

밀림의 법칙이 작동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간담회를 마무리할 때 윤 대통령이 근로시간 보완 검토를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 대표는 "하지 말라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지만, 재검토 지시는 다행"이라며 "앞으로는 노동시간 단축 논쟁으로 발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