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앞둔 예비신부…개 때문에 파혼하잡니다" 하소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반려동물이랑 같이 살 수 없을 거 같다고 했더니 결혼식을 앞둔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합니다."
지난 13일에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개 때문에 파혼당하게 생겼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 A씨는 "(예비 신부와) 1년 반 동안 연애한 사이이고, 오는 7월에 예식을 잡고 신혼집에 입주한 지는 한 달 정도 됐다"며 "여자친구가 혼자 자취할 때부터 키우던 개가 있는데, 이 개 때문에 파혼당하게 생겼다"고 운을 뗐다.
A 씨에 따르면 예비 신부는 그와 교제하기 전부터 반려견을 키웠다. A 씨는 개와 고양이와 같은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여자친구가 맘에 들고 동물 키우는 게 크게 상관이 있을까 싶어 연애를 시작했다"고 교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이가 있어서 결혼이 급하기도 했고, 결혼하고 아기가 생기면 아무래도 개를 키우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면서도 "같이 살기 시작한 뒤로 며칠에 한 번씩 보던 개를 매일 보다 보니 정말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여자친구가 늘 개랑 같이 자는 습관이 있었다. 내가 개와 같이 자는 건 싫다고 해서 여자친구가 밖에서 자도록 훈련시키긴 하는데 내가 없을 땐 침대에서 자는 것 같다. 이런 것들이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참다가 여자친구한테 개를 키우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더니 (여자친구가) '이럴 거면 연애할 땐 왜 아무 말 없었냐'며 울분을 토하더라"면서 반려동물로 인한 갈등을 겪는 과정을 소개했다.
A 씨의 글에 "반려견은 여자친구의 가족이니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개인적인 호불호를 강요할 순 없다"는 입장이 엇갈렸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둘러싼 커플들의 갈등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2021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대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3명꼴로 배우자가 될 사람이 반려견을 반대할 경우 (반려견이 아니라) 결혼을 포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려견 유무를 살펴보는 것이 하나의 결혼 조건이 된 것. 결혼하고 나서도 반려동물로 갈등을 겪기도 한다. 올해로 결혼 10년 차인 직장인 B 씨는 "남편을 만나기 전부터 키우던 고양이들이 있었고, 남편도 동의해서 지금까지 기르고 있지만 솔직히 사이는 좋지 않다"며 "연애할 때 '동물 키워도 좋다'고 해서 결혼까지 생각한 건데,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을 함부로 대한다는 생각이 들 때면 솔직히 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다"고 털어놨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9월 전국 20∼64세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년 동물보호 국민 의식조사'에서도 '파양을 고려하거나 경험했다'고 답변한 사람 중 17.1%가 '결혼·이사·취업 등 여건 변화'를 꼽았다. 이는 '물건 훼손·짖음 등 동물의 행동 문제' 28.8%, '예상보다 지출이 많아서' 26.0%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파양 사유였다. 반려동물로 인한 부부 갈등으로 파양을 선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반려동물로 인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의견 차이를 좁혀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반려견 훈련 전문가인 강형욱은 KBS 2TV '개는 훌륭하다'에서 "반려견은 (결혼하기 전 대상 중) 한 사람의 인생에 일부가 될 수 있다"며 "반려인과 비반려인 공존에는 배려가 필수적이고 양측 모두 인내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는 "가정 내 반려견에 대한 입장 차이로 이혼하는 경우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아내가 남편 밥은 안 차려 주고 반려견에게만 온 정성을 다해 남편이 '내가 개만도 못하냐'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등 부부 싸움으로 번졌다"며 "결국 싸움이 심해지고 참지 못한 남편이 반려견을 창밖으로 던지려는 시늉을 하고 갈등이 커져서, 결국 이혼을 결심하게 됐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반려견도 소중한데 (기본적으로 결혼할 때는) 사람이 우선"이라며 "반려견 때문에 부부관계가 안 좋아지고 의견이 충돌되다 보면 다툼으로 번져서 충분히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결혼 전 반려견 관련 문제에 대한 서로의 의견 정리가 필요하다"며 "정리하지 않고 결혼을 결심하면 갈등은 커지기 마련이니 대책을 찾아보는 등 조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두 사람 모두 반려견에 집착하면서 분쟁이 생길 수 있다는 사례도 전했다. 이 변호사는 "이외에도 부부 모두 반려견을 너무 좋아하는 경우에는 이혼 시 이른바 '양육권 분쟁'이 생길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통상 반려견과 사람을 달리 취급해 양육권 개념이 아니라 재산분할 개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지난 13일에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개 때문에 파혼당하게 생겼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 A씨는 "(예비 신부와) 1년 반 동안 연애한 사이이고, 오는 7월에 예식을 잡고 신혼집에 입주한 지는 한 달 정도 됐다"며 "여자친구가 혼자 자취할 때부터 키우던 개가 있는데, 이 개 때문에 파혼당하게 생겼다"고 운을 뗐다.
A 씨에 따르면 예비 신부는 그와 교제하기 전부터 반려견을 키웠다. A 씨는 개와 고양이와 같은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여자친구가 맘에 들고 동물 키우는 게 크게 상관이 있을까 싶어 연애를 시작했다"고 교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이가 있어서 결혼이 급하기도 했고, 결혼하고 아기가 생기면 아무래도 개를 키우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면서도 "같이 살기 시작한 뒤로 며칠에 한 번씩 보던 개를 매일 보다 보니 정말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여자친구가 늘 개랑 같이 자는 습관이 있었다. 내가 개와 같이 자는 건 싫다고 해서 여자친구가 밖에서 자도록 훈련시키긴 하는데 내가 없을 땐 침대에서 자는 것 같다. 이런 것들이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참다가 여자친구한테 개를 키우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더니 (여자친구가) '이럴 거면 연애할 땐 왜 아무 말 없었냐'며 울분을 토하더라"면서 반려동물로 인한 갈등을 겪는 과정을 소개했다.
A 씨의 글에 "반려견은 여자친구의 가족이니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개인적인 호불호를 강요할 순 없다"는 입장이 엇갈렸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둘러싼 커플들의 갈등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2021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대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3명꼴로 배우자가 될 사람이 반려견을 반대할 경우 (반려견이 아니라) 결혼을 포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려견 유무를 살펴보는 것이 하나의 결혼 조건이 된 것. 결혼하고 나서도 반려동물로 갈등을 겪기도 한다. 올해로 결혼 10년 차인 직장인 B 씨는 "남편을 만나기 전부터 키우던 고양이들이 있었고, 남편도 동의해서 지금까지 기르고 있지만 솔직히 사이는 좋지 않다"며 "연애할 때 '동물 키워도 좋다'고 해서 결혼까지 생각한 건데,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을 함부로 대한다는 생각이 들 때면 솔직히 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다"고 털어놨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9월 전국 20∼64세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년 동물보호 국민 의식조사'에서도 '파양을 고려하거나 경험했다'고 답변한 사람 중 17.1%가 '결혼·이사·취업 등 여건 변화'를 꼽았다. 이는 '물건 훼손·짖음 등 동물의 행동 문제' 28.8%, '예상보다 지출이 많아서' 26.0%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파양 사유였다. 반려동물로 인한 부부 갈등으로 파양을 선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반려동물로 인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의견 차이를 좁혀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반려견 훈련 전문가인 강형욱은 KBS 2TV '개는 훌륭하다'에서 "반려견은 (결혼하기 전 대상 중) 한 사람의 인생에 일부가 될 수 있다"며 "반려인과 비반려인 공존에는 배려가 필수적이고 양측 모두 인내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는 "가정 내 반려견에 대한 입장 차이로 이혼하는 경우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아내가 남편 밥은 안 차려 주고 반려견에게만 온 정성을 다해 남편이 '내가 개만도 못하냐'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등 부부 싸움으로 번졌다"며 "결국 싸움이 심해지고 참지 못한 남편이 반려견을 창밖으로 던지려는 시늉을 하고 갈등이 커져서, 결국 이혼을 결심하게 됐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반려견도 소중한데 (기본적으로 결혼할 때는) 사람이 우선"이라며 "반려견 때문에 부부관계가 안 좋아지고 의견이 충돌되다 보면 다툼으로 번져서 충분히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결혼 전 반려견 관련 문제에 대한 서로의 의견 정리가 필요하다"며 "정리하지 않고 결혼을 결심하면 갈등은 커지기 마련이니 대책을 찾아보는 등 조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두 사람 모두 반려견에 집착하면서 분쟁이 생길 수 있다는 사례도 전했다. 이 변호사는 "이외에도 부부 모두 반려견을 너무 좋아하는 경우에는 이혼 시 이른바 '양육권 분쟁'이 생길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통상 반려견과 사람을 달리 취급해 양육권 개념이 아니라 재산분할 개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