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국방비를 향후 2년간 50억파운드(약 7조9000억원) 늘린다.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 등에 맞서기 위해서다.

영국 총리실은 13일(현지시간) 외교안보 전략을 업데이트하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통합보고서(IR)를 발표했다.

국방 부문 추가 투자금 중 30억파운드는 핵 방위산업 인프라 강화와 미국·영국·호주의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 이행 등에 들어간다. 19억파운드는 우크라이나에 보낸 무기를 대체하고 군수품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쓰기로 했다.

영국은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5%로 국방비 지출 목표를 세웠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세계적으로 훨씬 큰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앞으로 10년이 어렵고 위험한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데이트된 이번 보고서에는 중국이 별도 항목으로 강조됐고 대만 관련 우려가 새로 추가됐다. 수낵 총리는 중국에 대해 “이 시대에 대표적인 시스템적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 관한 이 같은 표현은 기존 보고서에 담긴 ‘시스템적 경쟁자’보다는 수위가 높다. 전임자인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국가 안보 위협’으로 정의하려던 데 비하면 수위가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낵 총리는 최근 BBC 인터뷰에서 “중국은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른 가치를 지닌 나라이고 세계 질서에 도전적인 시스템”이라며 “영국은 반도체 등 민감한 산업에서 중국 투자를 막았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가장 실질적인 위협 요인은 러시아라고 평가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중국과 러시아의 파트너십 강화와 러시아와 이란의 협력 확대를 꼽았다.

영국이 중국을 ‘시스템적 도전’으로 규정하며 국방비를 늘리겠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하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이날 “영국의 보고서는 이른바 중국의 도전을 과장하고 중국을 공격하며 먹칠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이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