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정상회담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상공을 침범한 중국 정찰 풍선 사태로 양국 관계가 급랭한 뒤 처음 이뤄지는 양국 정상의 접촉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시 주석과 곧 전화 통화를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후 중국의 새 지도부가 정비되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대화를 나누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직 구체적인 날짜를 언급할 수는 없다”고 했다. 양회는 이날 폐막했고 시 주석의 세 번째 임기가 시작됐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시 주석과의 대면 회담에서 언급했듯,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을 환영하지만 대립과 갈등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며 “또 다른 냉전이 있어서는 안 되며 미국과 중국은 상호 이익을 위해 공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 측과 전화 정상회담에 대한 교감이 있었는지를 묻자 설리번 보좌관이 대답을 회피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오커스(AUKUS) 3국 정상회담을 했다. 오커스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대(對)중국 군사·안보 분야 협력을 위해 미국 주도로 결성된 협의체다. 이날 오커스 3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호주는 2030년대까지 미국으로부터 최대 다섯 척의 핵 추진 잠수함을 구매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향후 수십 년간 평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역사적인 변곡점에 서 있다”며 “오늘 오커스 차원에서 첫 번째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조치로 미국이 호주에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판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듯 “이 잠수함은 어떤 종류의 핵무기도 장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무장이 아닌 핵 추진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 추진이란 원자력을 동력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국제 정세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오커스의 최우선 목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첫 번째 프로젝트는 시작일 뿐이며 더 많은 협력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