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변동성으로 흐려진 시장…채권·우량 성장주로 균형잡아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마켓리더의 시각
고은진 KB증권 WM투자전략부 상품전략팀장
2월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25bp 인상했다. 작년 3월부터 시작된 긴축사이클로 1년새 4.50%포인트를 끌어올리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값은 이제 4.75%로 올라선 상태다. 강력했던 미국의 고용지표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추가인상(Higher for Longer)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장이 예상(CME FedWatch)하는 기준금리의 종착지도 5% 중후반대를 넘나들며 이전보다 상향됐다.
한국과 미국의 국채금리 또한 늦춰진 미국의 긴축사이클 종료시점에 대한 우려를 일제히 반영하며 상승반전하면서 3월초에는 연초수준 이상으로 되돌림됐다. 골디락스 같은 분위기 속에 달아올랐던 주식시장의 연초 랠리 역시 주춤해졌다. 작년 9월말 이후 개선세를 이어가던 미국의 금융상황지수(Bloomberg US Financial Conditions Index)도 2월 중순 이후 조정을 보이는 등 위험선호 심리는 일단 후퇴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작년의 금리급등기와 대비해 달라진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위험자산을 대표하는 주식과 크레딧채권 시장은 국채금리에 비해 조정폭이 크지 않았다. 끝을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통화긴축 사이클 가속 구간에서 기준금리 최종종착지와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으로 위험회피 현상이 급속히 전파됐던 것과는 달리 인상속도의 정점을 확인하고 금리인상 사이클 마무리를 준비하는 후반부로 향하면서 적응과정의 경험이 누적기 때문일 것이다. 실물경제를 선반영하려는 금융시장은 금리인상 마무리 이후로 시선을 옮기며 터널의 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금리인상 사이클 마무리의 단초가 될 통화긴축 효과는 모습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미국의 기존주택 매매건수는 12년만에 최저치를 보였고 연말 쇼핑시즌 소매판매도 두 달 연속 -1%대로 부진했으며 산업생산도 작년 9월 이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고용비용지수(Employment Cost Index)는 1년만에 가장 느린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아직 미국 연준에게서 완화정책으로의 전환(Pivot)을 바로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섣부른 완화 기대가 장기화 불안감이 짙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준의 기준금리 상한선이 2020년초 이후 처음으로 코어PCE 연간상승률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긴축 사이클을 주도해 온 미국의 기준금리가 마침내 인플레이션을 넘어서기 시작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공격적으로 대응하면서 실질금리 지표들은 크게 상승해 왔다. 코로나 이후 마이너스(-) 권에서 머물렀던 미국 물가연동국채 TIPS 수익률은 통화긴축이 급격히 가속된 작년 중순부터 일찌감치 플러스(+) 권으로 올라선 상황이다. 이제 실질 기준금리 지표(연준 기준금리에서 코어PCE 연간상승률을 차감)가 플러스(+) 값으로 전환되면 실질금리 측정지표들이 모든 만기구간에서 마이너스(-) 값을 벗어나는 셈이다. 플러스(+) 실질금리는 긴축 통화정책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제약적인 수준을 측정하는 가늠자로서도 기능을 한다. 파월 연준 의장과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통화당국자들이 플러스(+) 실질금리의 제약적인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그 중요성이 수차례 확인되기도 했다.
그래서 코어PCE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연준의 관망모드 전환점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는 의미를 부여해 볼 수 있다. 주요 기업들의 감원 발표가 늘고 임금상승률도 둔화되면서 미국 노동시장이 냉각조짐을 보이는 점은 머지않아 강력했던 연준의 인상 사이클에 대한 마무리 기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비친다.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할 경우, 빠르게 움직이는 금융시장에서 연준 피봇에 대한 기대가 하반기의 화두로 부상할 여지도 잠재되어 있다고 여겨진다. 시장참여자들은 지난 50년간 연준의 통화정책에서 마지막 인상부터 첫번째 인하까지의 평균 전환기간이 6개월에 불과했다(ING 분석보고서)는 사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엎치락뒤치락하는 미국의 최종금리에 대한 눈높이 변화와는 별개로 최종 금리인상으로부터 불과 수개월 후 시점에 인하 기대가 녹아있는 현상이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상반기를 보내는 과정에서 시장은 미국 연준으로부터 관망모드 전환에 대한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한편 한은총재의 다소 매파적인 코멘트가 있긴 했지만 1월 0.25%포인트 인상과 2월 동결의 국내 통화정책 궤도 역시 인상 마무리 예상 경로를 따르면서 긴축강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은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플러스(+) 실질금리가 상징하는 금리인상 사이클의 마무리 수순은 투자의 관점에서 반등기대를 불러오는 긍정적 요인이다. 연초수준 전후로 올라온 중장기 국채금리는 절대금리에 더해 중기시계의 자본차익 기회를 다시 확보한 것으로 판단되고, 작년과는 달라져 보이는 위험자산에 대한 시각은 연초랠리에서 나타났듯이 장기성장성으로 실질금리를 극복할 잠재력을 보유한 퀄리티 혁신테크 주식들에게 반등탄력을 더해 줄 수 있다. 단기성과에 대한 조급함을 내려놓고 자본차익 기회가 더해진 채권과 우량 장기성장테마 주식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전략적 포석은 변동성으로 흐려진 시장에서 한 수 앞선 수 읽기의 든든한 착점이 된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마켓리더의 시각
고은진 KB증권 WM투자전략부 상품전략팀장
2월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25bp 인상했다. 작년 3월부터 시작된 긴축사이클로 1년새 4.50%포인트를 끌어올리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값은 이제 4.75%로 올라선 상태다. 강력했던 미국의 고용지표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추가인상(Higher for Longer)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장이 예상(CME FedWatch)하는 기준금리의 종착지도 5% 중후반대를 넘나들며 이전보다 상향됐다.
한국과 미국의 국채금리 또한 늦춰진 미국의 긴축사이클 종료시점에 대한 우려를 일제히 반영하며 상승반전하면서 3월초에는 연초수준 이상으로 되돌림됐다. 골디락스 같은 분위기 속에 달아올랐던 주식시장의 연초 랠리 역시 주춤해졌다. 작년 9월말 이후 개선세를 이어가던 미국의 금융상황지수(Bloomberg US Financial Conditions Index)도 2월 중순 이후 조정을 보이는 등 위험선호 심리는 일단 후퇴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작년의 금리급등기와 대비해 달라진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위험자산을 대표하는 주식과 크레딧채권 시장은 국채금리에 비해 조정폭이 크지 않았다. 끝을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통화긴축 사이클 가속 구간에서 기준금리 최종종착지와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으로 위험회피 현상이 급속히 전파됐던 것과는 달리 인상속도의 정점을 확인하고 금리인상 사이클 마무리를 준비하는 후반부로 향하면서 적응과정의 경험이 누적기 때문일 것이다. 실물경제를 선반영하려는 금융시장은 금리인상 마무리 이후로 시선을 옮기며 터널의 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금리인상 사이클 마무리의 단초가 될 통화긴축 효과는 모습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미국의 기존주택 매매건수는 12년만에 최저치를 보였고 연말 쇼핑시즌 소매판매도 두 달 연속 -1%대로 부진했으며 산업생산도 작년 9월 이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고용비용지수(Employment Cost Index)는 1년만에 가장 느린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아직 미국 연준에게서 완화정책으로의 전환(Pivot)을 바로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섣부른 완화 기대가 장기화 불안감이 짙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준의 기준금리 상한선이 2020년초 이후 처음으로 코어PCE 연간상승률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긴축 사이클을 주도해 온 미국의 기준금리가 마침내 인플레이션을 넘어서기 시작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공격적으로 대응하면서 실질금리 지표들은 크게 상승해 왔다. 코로나 이후 마이너스(-) 권에서 머물렀던 미국 물가연동국채 TIPS 수익률은 통화긴축이 급격히 가속된 작년 중순부터 일찌감치 플러스(+) 권으로 올라선 상황이다. 이제 실질 기준금리 지표(연준 기준금리에서 코어PCE 연간상승률을 차감)가 플러스(+) 값으로 전환되면 실질금리 측정지표들이 모든 만기구간에서 마이너스(-) 값을 벗어나는 셈이다. 플러스(+) 실질금리는 긴축 통화정책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제약적인 수준을 측정하는 가늠자로서도 기능을 한다. 파월 연준 의장과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통화당국자들이 플러스(+) 실질금리의 제약적인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그 중요성이 수차례 확인되기도 했다.
그래서 코어PCE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연준의 관망모드 전환점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는 의미를 부여해 볼 수 있다. 주요 기업들의 감원 발표가 늘고 임금상승률도 둔화되면서 미국 노동시장이 냉각조짐을 보이는 점은 머지않아 강력했던 연준의 인상 사이클에 대한 마무리 기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비친다.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할 경우, 빠르게 움직이는 금융시장에서 연준 피봇에 대한 기대가 하반기의 화두로 부상할 여지도 잠재되어 있다고 여겨진다. 시장참여자들은 지난 50년간 연준의 통화정책에서 마지막 인상부터 첫번째 인하까지의 평균 전환기간이 6개월에 불과했다(ING 분석보고서)는 사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엎치락뒤치락하는 미국의 최종금리에 대한 눈높이 변화와는 별개로 최종 금리인상으로부터 불과 수개월 후 시점에 인하 기대가 녹아있는 현상이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상반기를 보내는 과정에서 시장은 미국 연준으로부터 관망모드 전환에 대한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한편 한은총재의 다소 매파적인 코멘트가 있긴 했지만 1월 0.25%포인트 인상과 2월 동결의 국내 통화정책 궤도 역시 인상 마무리 예상 경로를 따르면서 긴축강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은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플러스(+) 실질금리가 상징하는 금리인상 사이클의 마무리 수순은 투자의 관점에서 반등기대를 불러오는 긍정적 요인이다. 연초수준 전후로 올라온 중장기 국채금리는 절대금리에 더해 중기시계의 자본차익 기회를 다시 확보한 것으로 판단되고, 작년과는 달라져 보이는 위험자산에 대한 시각은 연초랠리에서 나타났듯이 장기성장성으로 실질금리를 극복할 잠재력을 보유한 퀄리티 혁신테크 주식들에게 반등탄력을 더해 줄 수 있다. 단기성과에 대한 조급함을 내려놓고 자본차익 기회가 더해진 채권과 우량 장기성장테마 주식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전략적 포석은 변동성으로 흐려진 시장에서 한 수 앞선 수 읽기의 든든한 착점이 된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