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굴리는 '전번필법' 중심으로 왕희지·김정희 등 서예가 작품 분석
"붓글씨, 온몸으로 소리 나게 써야"…이동천 박사 '신서예' 출간
"우리는 붓글씨를 책상에 앉아서 하는 정신수양 정도로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추사 김정희 선생 문집을 읽어보면 온몸의 힘을 쓰라고 합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지 오래된 전통이죠."
신간 '신(神)서예'를 펴낸 서예가 겸 미술 감정학자 이동천(58) 박사는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직접 붓글씨를 쓰는 모습을 시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신서예'는 왕희지, 난정서, 주의장, 저수량 등 중국 유명 서예가와 김정희, 김생, 허목, 송시열, 정약용, 이하응, 민영환 등 국내 대표 서예가의 필법을 분석하고 독자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책에서는 붓글씨를 쓸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을 두루 담았다.

이 박사는 "글씨를 쓸 때 반드시 소리가 나야 한다"며 "피부끼리 부딪쳐도 소리가 나는데, 힘을 주고 쓰는 붓글씨에서 소리가 나지 않으면 종이와 붓 사이가 떠 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바른 서예 방법을 소개하며 글씨에 뼈와 힘줄, 살, 피가 필요하다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붓을 있는 힘껏 꽉 잡고 천천히 쓰기를 반복하면 글씨에 뼈가 생기고, 붓털이 구부러지고 탄력성을 머금은 상태에서 연습해야 힘줄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평면적인 현재의 서예 교육으로는 역사 속 대가들의 글씨를 이해할 수 없다며 붓을 굴리면서 뒤집는 이른바 '전번필법'을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붓글씨, 온몸으로 소리 나게 써야"…이동천 박사 '신서예' 출간
그는 "붓의 한 면만 써서는 (대가의) 글씨를 영원히 따라 쓸 수 없다"며 "붓이 180도 역방향으로 회전해야 그 형태가 구현된다"고 말했다.

이어 "카이스트 교수와 함께 인공지능(AI)으로 서예 작품을 감정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했다가 무산됐었다"며 "이 프로그램을 만들 근거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서 전번필법을 정리한 책을 썼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1999년 중국 중앙미술학원에서 감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중국 서화 감정 전문가 양런카이(楊仁愷)로부터 서화 감정학을 배웠다.

2008년 1천원권 지폐 뒷면에 있는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개인 소장)가 위작이라고 주장한 바 있으며, 2016년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한 천경자 화백의 작품 '뉴델리'가 위작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