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이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주력인 대북 사업이 2008년 중단된 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대북사업 중단 후 일곱 번째…현대아산, 또 유상증자 나선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아산은 지난 9일 증권신고서를 내고 보통주 800만 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주당 모집가액은 5000원으로 유상증자 규모는 400억원이다. 오는 5월 3~4일 청약을 진행해 5월 9일 납입을 마치는 일정이다. 조달한 자금 중 2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나머지 200억원은 채무상환자금으로 쓴다.

이달 23일에는 3 대 1 무상감자도 진행한다. 주식 수가 3221만8987주에서 1073만9662주로 줄어들면서 자본금은 1610억원에서 536억원으로 감소한다. 무상감자를 추진하는 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아산의 자본금은 1610억원, 자본총계는 395억원으로 부분 자본잠식 상태다.

무상감자와 유상증자가 마무리돼도 자본잠식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어렵다. 현재 77.5%인 자본잠식률이 15.2%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아산은 현대그룹의 맏형 격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분 73.9%를 보유한 비상장사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 떼를 몰고 방북하면서 남북 경제협력사업의 물꼬를 튼 후 대북사업을 전담해온 곳이다. 2002년 12월 개성공단 개발과 2007년 개성 관광사업 등을 맡아 성과를 냈다.

이 회사는 대북 사업이 중단된 후 부침을 겪었다. 2008년 5월 금강산에서 한국인이 피격된 데 이어 2016년 개성공단이 문을 닫으면서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사업이 흔들리자 현대아산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여섯 번에 걸쳐 112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금을 수혈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현대아산은 국내 건설업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남북 관계가 개선돼 대북 사업이 다시 활기를 띨 때까지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소기의 성과를 냈다. 2008년 후 매년 적자를 내던 현대아산은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51억원, 1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작년 현대아산의 매출 중 88%가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관광 및 경협사업 비중은 12%에 불과했다. 이번 증자로 악화한 재무구조를 개선해 건설업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증권가는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아산 지분율(73.90%)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이뤄진 수차례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현대건설, 현대자동차, 현대백화점 등 범현대가 계열사들은 실권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지분 4.28%)이 증자에 참여할지도 관심사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