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들지 않는 공포…안전자산 美국채·金으로 투자자 몰렸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최악 시나리오 막았지만…
美 2년물 금리 장중 年4% 깨져
36년 만에 하루 최대 낙폭
금 선물, 온스당 1900달러 돌파
ATM기 한국, 시간차 쇼크
외국인 9000억 넘게 팔아치워
KB금융·하나금융 3% 넘게 하락
52주 신저가 종목 237개 속출
美 2년물 금리 장중 年4% 깨져
36년 만에 하루 최대 낙폭
금 선물, 온스당 1900달러 돌파
ATM기 한국, 시간차 쇼크
외국인 9000억 넘게 팔아치워
KB금융·하나금융 3% 넘게 하락
52주 신저가 종목 237개 속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미국 국채, 금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파산한 SVB와 시그니처은행에 이어 위기설에 휩싸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불안 심리가 여전해서다. 주식 등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커지면서 아시아 증시는 동반 급락했다.
한국 증시는 올 들어 최악의 하락률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56% 내린 2348.97에 마감했다. 지난해 9월 28일(-2.45%) 이후 5개월 반 만에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3.91% 급락하며 758.05에 장을 마쳤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을 1조4210억원어치 팔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6394억원, 코스닥시장에서 245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균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동성이 큰 한국 선물시장을 활용해 아시아 투자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회피(헤지)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이날 외국인의 대거 매도 이유를 설명했다.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도 속출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CJ제일제당 KT 등 99개 종목이, 코스닥시장에서는 138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미국 금융주 약세 여파로 KB금융(-3.78%) 하나금융지주(-3.86%) 등 은행주도 약세였다.
시장에서는 SVB 사태의 확대 여부와 환율이 증시 향방을 가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현재 수준인 1300원대 초반을 유지한다면 외국인 수급이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처럼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도 전 거래일보다 0.179%포인트 떨어진 연 3.515%로 마감했다. 국채 금리 하락은 가격 상승과 같은 말이다. 국채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올랐다는 얘기다. 미국 국채는 세계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다. 블룸버그통신은 “광적인 수요가 이날 미국 국채 가격 급등을 가져왔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전망이 반영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금 선물(4월물) 가격은 같은 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전 거래일보다 2.6% 오른 트로이온스당 1916.5달러로 장을 마쳤다. 작년 11월 이후 최대 하루 상승폭이다.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1900달러를 넘긴 건 지난달 초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아카시 도시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잠재적인 시스템 리스크(금융 전체의 위험) 우려가 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 국채나 금도 SVB 사태 추이에 따라 가격 급등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고운/배태웅 기자 ccat@hankyung.com
○주저앉은 아시아 증시
SVB 사태는 14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 충격을 줬다.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커진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주식, 그중에서도 신흥국 시장 주식은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19% 급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72%, 대만 자취안지수는 1.29% 내렸다.한국 증시는 올 들어 최악의 하락률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56% 내린 2348.97에 마감했다. 지난해 9월 28일(-2.45%) 이후 5개월 반 만에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3.91% 급락하며 758.05에 장을 마쳤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을 1조4210억원어치 팔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6394억원, 코스닥시장에서 245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균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동성이 큰 한국 선물시장을 활용해 아시아 투자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회피(헤지)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이날 외국인의 대거 매도 이유를 설명했다.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도 속출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CJ제일제당 KT 등 99개 종목이, 코스닥시장에서는 138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미국 금융주 약세 여파로 KB금융(-3.78%) 하나금융지주(-3.86%) 등 은행주도 약세였다.
시장에서는 SVB 사태의 확대 여부와 환율이 증시 향방을 가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현재 수준인 1300원대 초반을 유지한다면 외국인 수급이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처럼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전자산 쏠림 현상 심화
13일(현지시간)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556%포인트 하락한 연 4.03%로 마감했다. ‘블랙먼데이’ 다음날인 1987년 10월 20일 이후 36년 만에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연 4%선이 깨지기도 했다. SVB 사태 직전에 연 5%를 돌파했던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3거래일 동안 1%포인트 이상 급락했다.같은 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도 전 거래일보다 0.179%포인트 떨어진 연 3.515%로 마감했다. 국채 금리 하락은 가격 상승과 같은 말이다. 국채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올랐다는 얘기다. 미국 국채는 세계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다. 블룸버그통신은 “광적인 수요가 이날 미국 국채 가격 급등을 가져왔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전망이 반영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금 선물(4월물) 가격은 같은 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전 거래일보다 2.6% 오른 트로이온스당 1916.5달러로 장을 마쳤다. 작년 11월 이후 최대 하루 상승폭이다.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1900달러를 넘긴 건 지난달 초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아카시 도시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잠재적인 시스템 리스크(금융 전체의 위험) 우려가 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 국채나 금도 SVB 사태 추이에 따라 가격 급등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고운/배태웅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