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한국노총 만나 "尹정부 노동개혁 저지…중대재해법은 강화"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이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임금·근로시간 제도 개편 반대,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를 내걸고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 정책 저지에 나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15일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에서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공동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번 고위급 정책협회의는 2021년 3월 이후 2년만이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정부의 노조 회계투명성 확보 정책과 근로시간 정책에 대해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노조 회계장부를 법적 근거도 없이 제출을 강요하고 과태료 운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부 장관이 정부의 근로시간개편안을 발표한지 일주일 만에 대통령은 재검토를 지시하고, 같은 시각 국무총리는 69시간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는 지경”이라며 “주69시간 근로 시간개편안 자체를 완전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의에서는 △‘5대 개악저지 과제 및 10대 법제도개선 정책과제’ 실현 △노조법 제2‧3조 개정안 국회 통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노동시간 및 임금체계 제도 개악 공동 대응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공적연금의 일방적 개악 및 공공부문 구조조정 저지, 공무원·교원의 정치기본권과 노동3권의 온전한 보장 △공무직위원회 상설화 △정의로운 산업전환 등을 결의했다.

한국노총이 제시한 5대 노동개악 저지 과제는 △노동시간 및 임금체계 개편, 근로자대표제 △파견법 등 비정규직법 및 고용보험법 △공공부문 민영화 및 구조조정 △연금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등이다.

사실상 윤정부의 노동개혁 과제 전부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힌 셈이다.

한국노총이 내세운 10대 법‧제도개선 정책과제는 △노동권 사각지대 해소(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적용) △ILO 기본협약 이행 및 노조법 전면 개정 △실질임금 확보 △공무직 차별철폐 및 신분보장 △특고‧플랫폼 노동자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적용 확대 등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한국노총 고위 간부들이 금품을 수수하는 등 비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조직의 치부가 있다면 과감히 인정하고, 오래된 관습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면 뿌리까지 도려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책협의회에는 한국노총에서 김동명 위원장, 류기섭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당대표, 조정식 사무총장, 김성환 정책위의장, 김영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등이 참석했다.

한편 이 대표는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에서 열린 '주 69시간 장시간 노동, 크런치 모드 방지를 위한 IT 노동자와의 간담회'에서도 "다시 주 69시간제로 도입되면 세계 최장 시간 노동 국가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며 "시간 안에 맞추기 어려우면 추가 고용을 해야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노동시간 연장, 주 69시간 도입을 결코 허용 하지 않겠다"며 "대선에서 말했던 주 4.5일제 도입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과 관련해 “법안 추진을 재검토하라”고 14일 지시한 바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민주당이 노조 회계투명성 이슈 등에서는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며 "근로시간 논란으로 여론이 움직일 기미가 보이자 이를 발판 삼아 역공에 나서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