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1000억원. 삼성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10년간 수도권 이외 지역에 투입하는 자금이다. 충청·영남·호남 등에 ‘첨단 산업의 글로벌 생산 거점’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지역 곳곳에서 ‘한강의 기적’에 버금가는 도약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의 투자는 올해부터 2033년까지 10년간 이뤄진다. 비(非)수도권 곳곳에 퍼져 있는 반도체 패키징, 디스플레이, 배터리, 스마트폰, 전기부품, 소재 분야 계열사 사업장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지역별 특화 사업을 정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충남 천안·온양사업장에선 반도체 패키징 투자를 늘려 연구개발 역량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생산량 확대를 위한 시설 투자에도 나선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에서 대만 TSMC를 넘어서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결정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첨단 패키징은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은 ‘전자 산업의 쌀’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용 핵심 소재 내재화 연구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부산을 ‘첨단 MLCC 특화 지역’으로 키워 일본 기업의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MLCC 시장 판도를 뒤집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에 ‘디스플레이 종합 클러스터’를, 삼성SDI는 천안에 전고체 배터리 핵심 생산기지를 조성한다. 삼성전자 경북 구미·광주사업장도 각각 스마트폰, 스마트가전 핵심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삼성은 이와 별도로 지역 기업과 산업을 키워내기 위해 10년간 3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이 중 5000억원은 협력사와 함께하는 공동 연구개발에 쓸 예정이다.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의 시제품 생산 지원에도 5000억원을 투입한다. 삼성이 ‘용인 클러스터’ 조성을 선언하면서 비수도권 투자 계획을 함께 밝힌 것은 지역 균형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10월 취임 후 지역 사업장과 협력사를 다니며 ‘지역과의 미래 동행’을 강조해왔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