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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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국내 증시가 단기간 급락하면서 반대매매도 5개월여만에 최대 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 급격한 상승세를 탄 코스닥 종목들을 중심으로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어난 탓이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주가 급락 폭이 크고 신용잔액 비율이 높은 코스닥시장에서 반대매매가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매매 5개월만에 최대치

15일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이날 각각 1.31%, 3.05% 상승하며 마감했다. 전일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 폭이 월가 예상치에 부합한 전년대비 6.0% 상승으로 나오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증시는 한숨 돌렸지만 반대매매가 급격히 늘며 개인투자자들의 ‘빚투’에 경고등이 커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반대매매는 30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9월27일(383억원) 이후 약 5개월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4일에도 비교적 높은 266억원 어치의 주식이 반대매매됐다. 반대매매는 증권사가 주식을 담보로 투자자에게 자금을 빌려준 뒤 만기까지 갚지 못하거나 주식 평가액이 일정 수준(주식담보비율의 약 140%)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이를 강제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연초 이후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며 신융거래융자 규모가 늘어났지만 SVB 사태로 증시가 급락하면서 반대매매가 급격히 늘었다는 분석이다.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융자잔고 규모는 지난달 1일 8조2869억원이었지만 지난 13일에는 9조1938억원으로 약 한달 반만에 10.9% 증가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신용융자잔고가 같은 기간 14.9% 늘어나 9조1539억원까지 치솟았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지난 7일 고점(816.51)에서 이날까지 4.3%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도 같은 기간 3.3%가량 빠졌다.

반대매매 가능성이 큰 위탁매매 미수금도 최근 급격히 증가했다. 13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은 2966억원으로 지난해 9월29일(3802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위탁매매 미수거래는 주식 결제 대금이 부족할 때 증권사가 3거래일간 대금을 대신 지급해주는 단기거래를 말한다. 기간 내로 금액을 갚지 못하면 해당 주식은 반대매매 처리된다.

특히 이달 초 상승세가 가팔랐던 코스닥시장 일부 종목은 하락세가 더 가팔라 반대매매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닥 소형주’ 지수 종목들의 신용융자잔고는 6.06% 증가했다. 반면 코스닥 소형주 지수는 이달 6.84% 하락해 코스닥지수(-3.70%)보다 낙폭이 더 컸다. YTN·한국정보통신 등이 포함된 코스닥 '통신방송서비스' 지수 종목들도 이달 신용융자잔고가 12.8% 증가했지만 지수는 8.1% 급락했다.

○증시 한숨 돌렸지만 위험 여전

전문가들은 오는 21일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증시 불확실성이 높아 무리하게 주식 비중을 높이지 말라고 조언했다. SVB 사태로 글로벌 금융권 전반에 부도 공포가 드리운 만큼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직은 불확실성이 큰 인플레와 SVB 처리과정에서 원칙 훼손이라는 비난에 직면한 Fed가 당장 비둘기파로 선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주식 투자의견은 ‘중립’으로 제시한다”고 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사태로 리스크가 추가 확산될 가능성은 적지만 성장주와 대형 우량주의 주가 양극화가 부각될 가능성은 커졌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