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혁신 플랫폼 갈등' 정부가 매듭 끊을 차례
지난달 2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변호사에게 법률 플랫폼 ‘로톡’ 탈퇴를 강요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및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20억원의 조치를 취하며 로톡 손을 들어줬다. 이 덕분에 플랫폼 스타트업과 직역단체 사이의 갈등 논쟁이 다시 뜨거워졌다.

그동안 면허나 자격 소지자 등 기존 직역의 피해를 줄이고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런 울타리 보호가 오히려 신성장 산업의 경쟁력과 소비자 편익을 줄인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왔다. 이와 같은 대립이 커지면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소비자의 거래비용을 낮추는 혁신 서비스의 개발보다 목소리가 거센 이익단체, 기득권의 눈치를 살피는 일이 최우선이 됐다. 정작 제일 중요한 소비자는 뒷전이 돼버린 것이다.

변협은 변호사가 플랫폼에 종속되면 법률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고 수임 질서를 해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철저히 기존 공급자 보호에만 치중한 시각이다. 소비자가 내는 비용과 얻을 이익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나 분석은 찾아볼 수 없다. 또, 변협은 로톡이 불법이라고 끊임없이 주장하며 ‘소송 폭력’에 가까울 정도로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다. 지난한 법정 다툼은 소비자에게 기득권 밥그릇 싸움으로 보이기만 할 뿐이다. 무엇보다 그 사이 생산적인 중재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규제당국의 모습 역시 안타깝다.

비단 로톡뿐만 아니다. 미용·의료정보 플랫폼 ‘강남언니’와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닥터나우’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 세무회계 플랫폼 ‘삼쩜삼’은 한국세무사회와 맞서고 있다. 이들 플랫폼은 왜 이용자의 선택을 받아 성장하고 있을까. 플랫폼이 제공하는 투명한 정보와 다양한 편익이 이들 단체의 주장대로 무의미하다면 이미 이용자는 발걸음을 끊었을 것이다. 이용자의 선택은 혁신 플랫폼의 존재 의미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무엇보다 로톡이라는 플랫폼은 소비자가 변호사를 접하기 쉽지 않았던 법률시장의 문턱을 낮추고 이용 편의를 높였다. 플랫폼 비즈니스 생태계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작용하며 가치를 창출한다. 여기서 핵심은 소비자의 편익이다. 플랫폼 생태계에 대한 산업계나 규제당국의 논의가 공급자인 전문직 위주로 흘러간다면 혁신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다수 소비자의 편의를 저버리는 것이다.

법무부는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징계한 변협의 처분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판단을 3월 8일까지 내놓을 예정이었는데, 이를 한 차례 연기해 6월까지로 결정을 늦출 수 있게 했다. 지금까지 법무부는 신산업 규제 개선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그동안 변호사 단체의 괴롭힘으로 체력을 소진한 로앤컴퍼니는 경영이 어려워져 직원 절반을 구조조정하게 됐다. 법무부가 의도했든 아니든 결국 모든 게 변협의 뜻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제는 마냥 기다릴 시간이 없다. ‘스타트업 코리아’를 만든다는 윤석열 정부가 나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직접 끊어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