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곡에 국내 최대 하이엔드 실버타운
건설업계에서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은 운영이 까다롭고 수익이 잘 나지 않는 사업으로 평가받았다. 일반 주택 분양과 달리 입주자의 식사, 건강관리, 의료 서비스는 물론 문화·여가 콘텐츠까지 책임져야 하는 ‘손이 많이 가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노인복지주택 38곳 중 5년 넘게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17곳에 불과하다.

대기업의 투자 불모지였던 실버타운 사업에서 롯데가 공격 행보에 나서고 있다. 롯데건설은 이달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국내 최대 규모의 실버타운 ‘VL르웨스트’(조감도)를 선보인다.

○50대 “사놓고 10년 뒤 입주할까”

서울 마곡에 국내 최대 하이엔드 실버타운
15일 롯데건설에 따르면 VL르웨스트는 마곡지구에 지하 6층~지상 15층, 4개 동 810가구(전용면적 51~149㎡) 규모로 들어선다. 가구 수 기준 국내 최대 실버타운이다. 삼성노블카운티(555가구), 더클래식500(380가구), 더시그넘하우스(230가구)의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다.

대형 실버타운 분양은 2017년 강남 더시그넘하우스 준공 후 6년 만이다.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최익주 VL르웨스트 분양소장은 “이달 3일부터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운영 중인 모델하우스는 예약제 제한 관람 인원 200명을 매일 꽉 채우고 있다”며 “60세를 앞둔 50대는 물론 부모의 입주를 고려하는 40대 방문객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모델하우스 현장에서 만난 김모씨(48)는 “부모님 먼저 입주해 사시게 한 다음 10여 년 뒤 우리도 입주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복지주택은 만 60세 이상만 입주할 수 있다. 부부가 함께 입주할 경우 둘 중 한 사람만 60세를 넘기면 된다. VL르웨스트는 2025년 10월 입주 예정 단지로 이달 기준 만 58세 이상(1965년 10월 이전 출생자)에게 청약 자격이 있다. 면적에 따라 7억3800만원에서 22억6400만원의 보증금이 있고 월 생활비(월 30회 의무식 포함)는 215만~500만원 선이다. 중도금 전액 무이자에 보증금을 10년간 동결한 것도 특징이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된다. 청약은 21일부터 24일까지 받는다.

○‘호텔 같은’ 실버타운으로 차별화

실버타운은 그동안 병원, 공익재단, 종교재단 등 다양한 주체가 사업을 맡았다. VL르웨스트는 롯데호텔이 운영 지원을 맡는다. 대기업 호텔이 실버타운 운영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미래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헬스케어’와 ‘시니어’를 꼽은 바 있다. 이 때문에 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달라붙어 실버타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골몰해왔다.

호텔에서 선보이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식사는 롯데호텔 셰프가 영양을 고려해 체계적으로 식단을 관리한다. 인접한 이대서울병원에는 VL르웨스트 입주민 전용 창구를 운영하고, 롯데의료재단의 보바스기념병원이 단지 내 건강관리센터 운영을 맡는다.

입주자 수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실버타운인 만큼 ‘규모의 경제’에 따른 장점도 충분히 살린다. IT 교육실, 기억관리실, 평생교육관, 북 라운지, 오픈키친 등 기존 실버타운에서 보기 힘든 이색 부대시설을 갖춘다.

단지에는 5호선 마곡역과 9호선·공항철도 마곡나루역 등 3개 노선으로 이어지는 지하 통로가 마련된다. 상가 직영도 장점이다. 롯데건설과 시행사인 마곡마이스PFV가 직영 임대하며 입주민 생활에 꼭 필요한 점포들을 골라낼 예정이다.

유명 실버타운 유튜브 ‘공빠TV’ 운영자인 문성택 한의사는 “이익만을 추구하며 우후죽순 생겨났던 실버타운은 대부분 정리됐다”며 “이제는 실버타운 산업이 대기업의 참여로 점차 대형화, 고도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