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신용평가사 무디스.     AP연합뉴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무디스. AP연합뉴스
미국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14일(현지시간) 미국 은행시스템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인해 은행업계 전반이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SVB, 실버게이트은행, 시그니처은행에서 예금 인출 이후 은행의 운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을 반영한다"며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한 단계 내렸다. 무디스는 전날 오후 늦게 7개 금융사의 신용등급을 내리거나 하향 검토대상에 올리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즉각적인 조치다.

은행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조달금리가 올라가게 된다. 이는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해 높은 금리로 고객에게 이자를 받거나,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은행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무디스는 재무부와 미 중앙은행(Fed)가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파산 이후 취한 즉각적인 조치에 주목했다. 은행이 자산의 액면가 만큼 대출을 받아 예금 인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으며 예금보험 한도인 25만달러를 초과한 예금도 전액 보장하기로 했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무디스는 "투자자산의 평가손실을 아직 인식하지 않았거나 25만달러 초과 예금이 많은 다른 금융사들이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금융사들이 은행간 예금 유치 경쟁으로 인한 예금 인출에 더 취약할 수 있고, 자금조달을 통한 유동성 확보를 비롯해 수익 및 자본에 악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취해졌던 저금리와 적자 재정정책이 오래 지속되면서 은행 운영이 복잡해졌다는 게 무디스의 판단이다. Fed가 40년 이래 최고 수준인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SVB를 비롯한 여러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무디스는 "물가상승률이 Fed가 설정한 목표 범위에 도달할 때까지 긴축 통화정책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압력은 높아질 것이고, 금리는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로 인해 "예금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이는 곧 채권 자산의 비중이 높은 은행의 수익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