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입주를 앞두고 8번째 무순위 청약을 받은 강북구 수유동의 '칸타빌 수유팰리스'. / 사진=한경DB
내달 입주를 앞두고 8번째 무순위 청약을 받은 강북구 수유동의 '칸타빌 수유팰리스'. / 사진=한경DB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미분양 아파트로 매입했다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세금이 아닌 내 돈이었다면 과연 지금 이 가격에 샀을까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았던 '칸타빌 수유팰리스'가 8번째 무순위 청약을 받았다.

무순위 청약은 한 때 문턱이 낮은 자격조건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보니 '줍줍' 청약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주택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별명이 무색하게 됐다. 당첨이 돼도 계약을 안 하면서 수차례 무순위 청약공고를 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줍기는커녕 할인을 해도 살까말까한 처지가 된 것이다.

15일 청약홈에 따르면 강북구 수유동에 공급되는 칸타빌 수유팰리스 아파트는 4가구를 무순위로 청약받을 결과 115명이 청약해 평균 28.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금도 없이 받은 이번 무순위에는 4가구가 나왔다. 전용면적 18~56㎡의 소형이며, 분양가는 2억1000만~7억7190만원에 분포됐다. 당첨자는 오는 17일 발표되고, 24일 계약을 하게 된다.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지난해 2월 본 청약접수를 받았다. 하지만 216가구 중 198가구가 계약이 불발되면서 90% 이상의 미분양이 발생했다. 지속된 미분양으로 8번째 무순위 청약공고를 내는 처지가 됐다. 팔리지 않는 기간동안 '15% 할인 분양'을 내걸었지만, 소형만은 할인 목록에 없었다. 이번 청약에도 소형은 할인이 적용되지 않았다.

지난해 일곱번의 무순위를 거치는 동안 LH는 할인없는 소형(전용면적 19~24㎡)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며 36가구를 약 79억원에 사들였다. 할인없는 기준으로는 다소 싸게 샀다지만, '애당초 고분양가 물건을 사줬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내 돈이면 그 가격에 안 산다"며 "국민 혈세로 건설사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매입임대사업 전반에 대한 감찰 조사까지 지시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 사진=한경DB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 사진=한경DB
최근 진행되는 무순위 청약은 정부의 주택공급규칙 개정으로 자격요건이 대폭 완화됐다. 무주택, 거주요건 등이 모두 폐지됐고 만 19세 이상이면 거주지나 주택 소유 여부, 청약통장과 무관하게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그만큼 청약에 허수가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계약률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편 서울에서 관심을 모으는 또다른 무순위 청약은 '올림픽파크 포레온'이다. 무순위 청약경쟁률은 높았지만, 이 결과가 계약으로 무난하게 이어질지가 주목된다. 칸타빌 수유팰리스와 마찬가지로 소형만 해당되는데다 분양가도 부담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지난 8일 진행됐던 전용 29~49㎡의 899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4만1540명이 신청해 46.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까지 4768가구에 대한 일반분양 및 당첨자 계약이 진행돼 최종 3869가구가 계약됐다. 정당 당첨자와 예비당첨자까지의 계약률은 81.1%였다. 이번 무순위 당첨자는 지난 13일 발표됐으며, 계약일은 오는 20일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