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여파로 국제 유가가 곤두박질쳤다. 금융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3.47달러(4.6%) 떨어진 배럴당 71.33달러에 마감했다. 이틀간 하락률은 6.98%를 기록했다.
SVB 파산 후폭풍에 국제유가 4% 급락 [오늘의 유가동향]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는 3.32달러(4.1%) 밀린 배럴당 77.45달러로 집계됐다. 이날 WTI와 브렌트유 모두 지난해 12월 9일 이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SVB 파산 후폭풍에 국제유가 4% 급락 [오늘의 유가동향]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원유 투자자들은 뱅크 런으로 위험 자산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으로 경기 침체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은 늘고 수요는 줄 것이란 전망이 하락세를 가파르게 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날 발표한 월간 석유 시장보고서(MOMR)를 통해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 전망치를 하루 230만배럴 늘어난 하루 1억190만배럴로 변경했다.

OPEC은 중국 수요 증가에 대한 전망이 미국과 유럽의 수요 하향 수정으로 상쇄됐다고 평가했다. OPEC은 보고서에 "엄격했던 제로 코로나 정책이 해제되며 중국은 세계 경제 성장의 주요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OPEC에 따르면 중국 내 석유 수요는 2023년 하루 평균 1556만 배럴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하루 71만 배럴 늘어난 수치다. 전달 발간한 보고서에 나온 전망치보다 59만 배럴 늘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중국 경제가 반등하면서 석유 수요가 작년보다 하루 90만 배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다만 OPEC은 올해 상반기 북미와 유럽에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원유 재고는 전주와 비교하면 늘었다. 이번 주에 115만 5000배럴 늘어나며 5600만 배럴을 넘어섰다. 전략비축유(SPR)의 경우 1983년 12월 이후 최저치인 3억 7160만 배럴로 집계됐다.

미 공화당은 자국 내 에너지 생산을 증대하기 위한 법안을 이날 하원에 발의했다. 국내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 증대에 초점을 맞춘 법안으로, 3월 말에 통과시킬 것을 목표로 삼았다.

법안에는 미국 에너지 안보를 강화해 가격을 낮추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업체에 시추 투자 비용을 지원해주는 식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