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승인 전 노조 만나고 영업점 방문…인사·조직 개편까지 단행
'잠행' 중인 신한 진옥동 내정자와 대비…'불문율 어긴 것' 지적 나와
'손회장 아직 있는데'…우리금융 임종룡, 내정자 신분 월권 논란
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회장 내정자가 정식 취임도 하기 전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노동조합과 영업점 등을 방문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주주총회 절차가 남아있다"며 말을 아끼겠다는 당초 다짐과 달리 내정자 신분으로 이미 우리금융 경영에 본격 돌입한 셈이다.

이는 회장 내정 이후 '잠행'을 이어가며 조용히 취임을 준비 중인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와도 대비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7일 지주와 은행 등 계열사 인사 및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당시 개편에서 연말까지 임기가 남아있던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사의를 밝혔고,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 등 8개 자회사 대표도 새 인물로 교체가 결정됐다.

아울러 우리금융 내 총괄사장제(2인), 수석부사장제가 폐지되고 11개 부문이 9개로 축소되는 등의 조직개편도 이뤄졌다.

우리금융은 당시 "임종룡 신임 회장 취임에 앞서 신임 회장의 의지를 담아 작년 말 이후 미뤄온 지주, 은행 등 계열사 인사 개편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3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차기 회장 후보자로 확정했다.

이에 임 내정자는 오는 24일 우리금융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정식 취임하게 된다.

문제는 아직 정식 취임도 하지 않은 외부인인 임 내정자가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등 자회사의 인사 및 조직 개편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인사 및 조직 개편과 관련해 손태승 현 우리금융 회장에 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이는 비슷한 상황에 있는 신한금융지주와 대비된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2월 8일 당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에 내정된 지 약 열흘 뒤인 20일 신한은행장과 신한카드 사장 등 주요 자회사와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다.

신한금융은 당시 인사가 현 조용병 회장과 차기 회장에 내정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충분히 상의한 뒤 결정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말 이후 인사가 미뤄져 온 만큼 정식 취임 전 내정자 의지를 반영해 인사를 단행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장 인사는 공백으로 남겨뒀다.

우리은행의 한 내부 관계자는 "작년 말 이후 손태승 현 회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으로 인사 등이 미뤄지면서 임직원들이 일손을 놓고 후임 회장에만 관심을 보여왔다"면서 "그런데 이제는 우리은행장이 누가될지 몰라 다들 은행장 인사만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손회장 아직 있는데'…우리금융 임종룡, 내정자 신분 월권 논란
임종룡 내정자의 월권 논란은 인사·조직 개편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임 내정자는 회장 후보로 확정되자마자 지난달 9일 가장 먼저 우리금융 노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어 지난달 말에는 우리은행 남대문시장 지점을 방문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방안 등을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임 내정자는 차기 회장 추천 직후만 해도 "아직 주총 승인이 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후 손태승 현 회장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다, 주총 승인도 나지 않은 내정자 신분으로 광폭 행보를 보인 셈이다.

이 밖에도 임 내정자 업무를 돕기 위해 우리금융 지주사 발령이 난 직원 등을 놓고도 은행 내부에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는 물론 은행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되면 통상 정식 취임 전까지 나서지 않고 조용히 업무 준비를 하는 것이 금융권의 '불문율'"이라며 임 내정자의 행보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