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재정 건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15일(현지시간) 국제 유가가 하락 마감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4월물)은 전 장보다 5.2%(배럴당 3.72달러) 하락한 배럴당 67.61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 선물(5월물)은 전 장보다 4.9%(배럴당 3.76달러) 떨어진 배럴당 73.69달러로 장을 마쳤다. 두 유종 모두 기술적 지지선으로 여겨져 온 배럴당 70달러와 75달러 선을 내줬다. 이날 두 유종 가격은 2021년 12월 이후 최저가를 경신했다. 이날까지 사흘 연속으로 하락했다.
<최근 한 달 동안 국제 유가 동향>
자료: 오일프라이스닷컴
<최근 한 달 동안 국제 유가 동향> 자료: 오일프라이스닷컴
미국의 실리콘밸리뱅크(SVB) 은행 등의 파산으로 시스템 리스크 우려가 남은 상황에서, CS 위기 가능성이 불거진 게 이유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CS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주가는 13.94% 하락 마감했다. 장중 한때 20% 이상 폭락했다. CS 주가는 유럽 증시에선 장중 30%가량 폭락했다.

CS는 2021~2022년 연간 결산 보고서와 관련해 회계상 내부 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CS는 5개 분기 연속해 손실을 기록하는 등 이미 실적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지난해 4분기에만 1000억달러 이상의 고객 자금이 빠져나갔다. CS의 최대 투자자인 사우디 국립은행이 CS에 추가로 재정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장 우려가 커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럽 은행들의 CS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확인하고 있고, 미국 재무부도 미국 은행들을 상대로 같은 조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스위스중앙은행은 CS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에서 대형 은행의 파산 사례가 추가될 경우 금융위기가 일어나 원유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이날 공개된 미국 경제 지표가 모두 부진했던 점도 우려를 키웠다. 2월 미국의 소매 판매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보다 0.4% 줄어든 6979억달러로 집계되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달엔 3.2% 증가했다.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계절 조정 기준 전월 대비 0.1% 떨어져 한 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