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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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충격이 미국의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미 CNBC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0.3%포인트(P) 낮은 1.2%로 하향 조정했다. SVB 사태 이후 미국 중소은행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실물경제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메리클과 마누엘 아베카시스는 이날 투자자들에 보낸 보고서에서 "중소은행들이 미국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대출 타격은 일부 중소 은행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대출 규제는 총수요 위축으로 이어지고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보고서에 따르면 총 자산규모가 2500억달러 미만인 중소은행들은 미 상업·산업 대출의 약 50%를 담당하고 있다. 또 주거용 부동산 대출의 60%,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80%, 소비자 대출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주 파산한 SVB와 뉴욕 시그니처은행이 전체 미국 대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1%에 불가했다.

무엇보다 예대율(은행의 예금 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이 높은 은행들의 대출 비중은 20%로 매우 높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골드만은 지적했다. 만약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예금보험 한도가 낮은 소형 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40%, 다른 소형 은행들이 15% 줄인다면 전체 은행 대출은 2.5%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런 중소 은행들의 긴축 움직임이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 금리를 25 베이시스 포인트(bp)에서 50bp 인상하는 것과 같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썼다.

실제 중소은행들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예금 유출 위기에 직면한 미국 중소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투기 등급인 'BB+'로 4단계 낮췄다.

또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4일 미국 은행 전체 시스템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퍼스트리퍼블릭을 비롯해 인트러스트 파이낸셜, UMB, 자이언즈 뱅코프, 웨스턴얼라이언스, 코메리카 은행 등 6개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 중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