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어 크레디트스위스(CS)에 재정 위기가 불거지는 가운데 국제 금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금으로 대피하는 모양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1%(20.40달러) 오른 1931.3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1일 이후 6주 만에 최고가를 찍었다.
크레디트스위스 위기에 급등한 금값, 6주 만의 최고치 경신[원자재 포커스]
SVB와 시그니처은행 등 미국 중소 은행들의 도산 사태 이후 유럽 대형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설까지 번지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탓으로 풀이된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최대 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이 추가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불안 심리가 증폭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완화하며 금값 폭등을 억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상승할수록 금값이 치솟는다. 안전자산으로 대피하려는 투자 심리가 커져서다.

리서치업체 블루라인의 필립 스트레블 분석가는 "투자자들은 안전한 자산으로 도피하기 시작했다"며 "CS를 제외한 다른 유럽 은행도 압박받고 있다"고 했다.

금속 별로 투자 심리가 갈렸다. 경기에 민감한 백금(-2.4%), 팔라듐(-3.1%) 가격은 내렸고, 은 현물 가격은 0.6% 상승했다.

물가 상승세가 완화되며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물가가 40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하자 금 가격이 되레 내려갔다.

S&P GSCI 금 수익 지수는 지난해 3~10월 16% 내려앉았다. 인플레이션 방어 자산이지만 금리가 치솟으면 가격이 내려간다. 예금 등의 수익성이 커져 금 투자 열기가 사그라들기 때문이다.

금융리서치업체 22V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 물가가 안정세를 되찾으면 금 투자 수익률이 6%에 달할 전망이다.

22V리서치의 콜린 펜턴 분석가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축소될수록 금값은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며 "CPI 상승세가 완화돼 금리가 내려간다면 금값은 더 올라 연 평균 수익률이 9%에 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 중앙은행(Fed)이 물가 안정보다 금융 시스템 보호를 택한다면 금값은 더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펜턴 분석가는 "Fed는 전통적으로 금융 안정성을 물가 억제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정책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금 투자 수익률은 연 20~30%대로 치솟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시장 불안정성이 지속되면 금이 피난처로 더 주목받을 것이란 설명이다.

금값이 치솟자 금 채굴 업체인 뉴몬트 주가도 상승세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뉴몬트 주가는 전날보다 2.76% 급등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